땅집고

전월세신고제 폭풍 전야…임대시장 파장 몰아칠까

뉴스 한상혁 기자
입력 2021.05.31 11:00

[땅집고] “전월세 신고제가 도입되면서 과세 대상이 되면 세금을 내는 만큼 임대료를 높이겠다는 집주인이 많습니다.”(서울 아현동 C 중개업소 관계자)

이른바 ‘주택 임대차 3법’의 마지막 퍼즐인 전월세 신고제가 6월 1일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주택 임대차 시장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전국 대부분 도시지역에서 임대보증금 6000만원을 초과하거나 월세 30만원 넘는 전월세 계약의 경우 30일 내에 지자체에 신고해야 한다. 정부가 '임대차 신고제는 과세 목적이 아니다'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실제 집주인들은 소득이 낱낱이 드러난다는 점에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높이는 모습이 나타난다.

31일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전세 물건은 지난 4월말 2만 3000여 건에서 5월 말에는 2만 1500건으로 6.7% 정도 감소했다. 여기에 일부 집주인들은 늘어나는 세금만큼 임대료를 올리거나, 주택 수리비 지출을 아껴 보전하겠다는 상황이다. 서울 성동구의 D 중개업소 대표는 “계약 시기를 앞당겨 임대차법 시행 전 체결하겠다는 집주인이 일부 있었다”며 “지난해 전월세 계약갱신 청구권 도입에 이어 불안하던 임대차 시장에 전월세 신고제까지 도입되며 매물이 점점 더 귀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땅집고] 서울 아파트 전세금 상승률(단위:%). /KB국민은행


안정세를 찾는듯 보이던 전세금 변동률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주간 아파트 전세금 상승률은 작년 11월 0.7%까지 치솟았다가 올해 3월 0.11%까지 떨어져 안정을 보이는 듯하다가 5월 들어 다시 상승폭을 키워 5월 4주차에는 0.3%까지 올랐다.

집주인들이 임대차 신고제에 거부감을 갖는 이유는 신고제를 통해 임대사업 소득이 낱낱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정부가 신고 내역을 과세(課稅)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서 느끼는 것은 다르다. 2019년부터 이뤄진 주택임대소득 전면 과세 이후에도 많은 주택 임대인들이 소득을 신고하지 않고 있었다. 신고제 도입 후에는 더는 소득을 숨기기가 불가능하다.

일선 세무사들은 정부 설명과 달리 임대차 신고제가 사실상 주택 임대소득 신고를 강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유찬영 세무사는 “정부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소득 내역을 단번에 확인할 수 있게 됐다는 점만으로도 주택 임대인들 입장에서는 주택 임대소득을 숨겨 탈세하겠다는 마음을 먹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전월세신고제는 큰 틀에서 세입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제도이지만 문제는 타이밍이 안 좋다는 것”이라며 “지금처럼 임대 매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신고제가 본격 시행되면 임대차 시장의 불안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상혁 땅집고 기자 hsang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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