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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막길 타다 쑤욱…서울 집값, 돌연 심상찮은 폭등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1.05.24 05:54
[땅집고] 올해 서울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 / 한국부동산원


[땅집고] 서울 노원구 상계동 ‘노원 센트럴 푸르지오’ 60㎡(이하 전용면적)는 지난달 15일 7억원(23층)에 팔렸다. 그런데 이달 1일 8억1000만원(4층)으로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8억원을 돌파한 데다 불과 보름 만에 1억원 가까이 뛰었다. 상계주공9차 79 ㎡도 지난달 27일 9억1000만원(7층), 상계주공13차 58㎡는 지난 1일 6억2500만원(2층)에 각각 신고가로 매매됐다. 상계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2·4대책이 나온 뒤에 잠시 관망세를 보이던 수요자들이 노원구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제외된 데다 재건축 기대감도 높아지면서 다시 움직이고 있다”면서 “그나마 다주택자들이 내놓을 것으로 기대했던 매물도 거의 소진된 상황이어서 향후 집값이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서울 아파트 시장이 2·4부동산 대책 발표 이전 상황으로 회귀했다. 재·보궐 선거가 있던 4월 둘째주 기점으로 알파벳 ‘V’자 모양으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아파트값 주간(週間) 상승률이 재보궐 선거 이후 계속 커지다가 지난주에는 2배까지 확대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중과로 6월 이후 매물 잠김 현상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고, 단기 공급 대책 역시 나오기 어려워 집값 추가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 4·7 재보궐선거 후 집값 다시 올라

서울 아파트값은 올 1월에 상승세를 타다가 2·4대책 발표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두 달여 만인 4·7 재보궐 선거 이후 다시 바닥을 찍고 올라 지난주에는 2·4대책 이전 최고 수준까지 뛰었다.

2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올 1월 첫주 0.06%에서 2월 첫주 0.1%로 4주 연속 상승 폭을 높였다. 이후 2·4대책 발표 이후인 2월 둘째주까지 소폭 줄어 4월 첫주엔 0.05%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4·7 재보궐선거가 있던 4월 둘째주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주엔 상승률이 0.1%를 기록해 2·4대책 직전 정점이던 2월 첫째주와 같은 상승률을 보였다. 지역별로 상승률이 가장 높은 곳은 송파구(2.53%)였고 ▲노원구(2.38%) ▲서초구(2.21%) ▲강남구(2.10%) ▲양천구(1.87%) ▲마포구(1.85%) 등이다.

[땅집고] 서울, 경기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 추이. / KB월간주택동향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도 2·4대책 이후 더 올랐다. KB국민은행 월간 주택동향에 따르면 서울 평균 아파트값이 작년 9월 10억원을 넘어선 지 7개월 만인 지난달 11억원을 돌파했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했던 경기도 아파트 평균 가격도 5억원을 넘었다.

■약발 떨어진 2·4대책…매수 심리는 여전히 강해

업계에서는 서울 아파트 시장이 2·4대책 이전으로 되돌아간 이유를 결국 정부 대책이 시장에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여기에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높아진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기대감도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 현재 주택 시장은 매수자들의 불안 심리가 여전하다. 서울 매매수급지수는 연초 100을 웃돌다가 2·4 대책 발표 직후인 2월 둘째 주부터 하락해 4월 첫째 주엔 96.1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보궐선거를 기점으로 반등해 6주 연속 상승 중이다. 매매수급지수는 부동산 중개업소 설문 조사와 인터넷 매물 분석 등을 통해 수요와 공급 심리를 지수화한 것이다. 100을 넘어 숫자가 커질수록(최대 200) 매수 심리가 강하다는 의미이고, 100보다 낮으면 매수보다 매도 심리가 더 강하다는 의미다.

[땅집고]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역 센트럴 푸르지오' . /네이버거리뷰


오 시장은 지난 4월 강남구 압구정동, 양천구 목동, 성동구 성수동, 영등포구 여의도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재건축 속도 조절에 나섰지만 규제를 피한 지역 중심으로 집값 상승이 계속되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피한 노원구의 경우 6주 연속 아파트값 상승률이 서울에서 가장 높았다. 지난 4월 노원구 주택 거래량(326건)은 전달(336건)에 이어 서울에서 가장 많았다. 압구정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묶이자 서초구 반포동이 풍선효과를 보이고 있다. 반포동 ‘반포 자이’ 84㎡는 규제 발효 후인 지난달 29일 29억원(4층)에, ‘래미안퍼스티지’ 59㎡는 지난 달 28일 26억2000만원(28층)에 각각 거래돼 신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가 그동안 내놓았던 공급 대책은 ‘도심 내 새 아파트’를 원하는 수요자 기대와는 거리가 있었다”며 “당장 공급은 고사하고 매수 심리조차 잠재우기 어려웠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에는 정비사업지에 대한 개발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가격 오름 폭이 커지는 양상”이라고 했다.

■정부 확보 물량은 목표의 26%…전세금도 불안

당분간 도심 내 공급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매매가격뿐만 아니라 전세금도 들썩거릴 조짐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4대책 발표 이후 현재까지 정부가 확보한 주택 물량은 21만7100여 가구로 2·4대책 목표치인 83만6000가구의 26%에 불과했다. 이 중 공공택지 11만9000가구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지는 주민동의 절차를 거쳐야 공급이 가능해 아직 공급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땅집고] 지난 12일 국토교통부가 2.4대책을 통해 확보했다고 발표한 공급 물량. / 국토교통부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팀 연구원은 “도심 내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매수 압력이 계속 높아져 올 들어 노원구나 구로구, 강북구 같은 중저가 아파트가 몰린 지역에서도 아파트값 강세가 꾸준히 이어졌다”며 “서민들이 살 수 있는 주택이 줄고, 2분기엔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도 거의 없어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던 전세시장도 불안정해지고 있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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