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정부와 여당이 부동산 세제 개편을 추진 중인 가운데, 1주택자의 재산세 감면 범위를 공시가격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로 확대하는 방안이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한 때 완화를 검토했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는 당내에서 제기된 ‘부자 감세 불가’ 논리에 따라 그대로 유지하기로 가닥이 잡혔다. 하지만 종부세 범위와 세액 급증에 따른 민심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어서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 양도세 완화는 ‘없던 일’로, 종부세는 미세 조정할 듯
김부겸 국무총리는 17일 KBS에 출연해 부동산 세제 개편에 대해 “정부 입장이 바뀌었다, 좀 버티면 되겠구나 하는 그릇된 신호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도세 중과 완화론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다주택자 등에 대해 5월 말까지 1년이나 매물을 정리할 기회를 줬는데 정부의 정책을 믿지 않고 버텼기 때문에 구제할 생각이 없다고 못 박았다.
종부세에 대해서는 '정책 기조 유지 속 미세조정'으로 가닥이 잡힐 가능성이 커졌다. 김 총리는 18일 출입기자들과 만나 종부세 부과 기준 완화론과 관련 "정부 정책을 믿고 기다려왔던 분들이 거꾸로 피해를 보게 된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종부세 납부 기준을 현행 공시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이는 데 대한 반대 입장이다.
하지만 1주택자의 미세 조정에는 공감했다. 김 총리는 “1주택자 종부세의 경우 집값이 단기간에 갑자기 오르는 바람에 세금 부담이 커진 경우 고려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장기 거주 1주택자나 소득이 없는 은퇴자, 고령자 등에 대해서는 세율을 탄력적으로 적용하거나, 과세 시기를 주택 처분 시점으로 미루는 과세 이연제도 등을 고려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때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김진표 부동산특위위원장이 양도세·종부세 등을 모두 재검토하겠다는 의욕을 드러냈지만 당내의 강한 반발에 밀려나는 분위기다. 강병원 최고위원은 지난 17일 열린 당 부동산특위 회의에서 “부동산특위가 부자들 세금 깎아주기 위한 특위가 아니길 바란다”고 세제 완화론을 비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민주당 내에서 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 재산세만 손을 보고 마무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 “대선 가까워질수록 세제 완화 압력 다시 살아날 것”
하지만 부동산 세제 문제는 지역 민심과 직접 맞닿아 있는 만큼,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자치단체장이나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다시 완화 요구가 점화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 17일의 당 부동산특위에 참석한 강남·송파·강동·양천·영등포·노원·은평구 등 7개구 구청장들은 재건축 규제 완화와 함께 재산세·종부세 완화를 강하게 요구했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종부세·재산세와 관련 "상당히 가격이 오르고 대상자가 많아지면서 불만과 민심 이반이 있어 우려스럽다"고 했다.
주택 종부세 대상자는 2019년 전국 52만명에서 작년엔 66만7000명으로 늘어났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 공시가격이 급하게 오르면서 내년엔 대상자가 100만명이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울의 경우 일부 비강남권에서 종부세 대상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는 점은 여당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과 수도권에서 종부세 대상자가 늘고 있어 진통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정책 기조는 유지하더라도 공시가 현실화 속도 조절 등으로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재산세 완화에는 당정이 별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재산세 감면 상한선을 현행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조정하는 방향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17일 "6월 1일이 과세기준일이지만 실제 부과되기 전까지 개선해 소급적용하면 된다"며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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