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신도시 등 공공택지 개발 때 현금 대신 토지로 보상하는 ‘대토’(代土) 제도가 토지주에게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토를 활용한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 제도가 대안으로 떠오르지만, 리츠 설립 시 발생하는 양도소득세 부담을 낮추거나 리츠 청산 때까지 납부를 이연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현재 토지 보상을 진행 중인 3기 신도시 일대에는 대토 보상자 토지를 대신 개발해주겠다는 이른바 ‘대토 PM’사가 난립하고 있다. 하남 교산지구 등 3기 신도시 일대에는 “대토 보상권을 담보로 현금을 빌려주겠다”며 토지주를 모집하는 광고 입간판이 곳곳에 세워져 있다. 지난달 4일 국회에서 대토 PM 사들이 대토 보상권 담보 대출을 법으로 금지하는 부동산투자회사법 개정안이 통과됐는데도 별다른 단속 효과가 없는 것이다.
대토 보상은 공공택지 개발로 토지가 수용된 원주민에게 보상금 대신 땅을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현금보상으로 지나치게 현금이 풀리는 것을 방지하면서, 원주민들의 재정착을 돕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현재 대토 보상의 가장 큰 문제는 대토 보상을 받은 사람이 바로 이익을 볼 수 없다는 점이다. 대토 보상을 신청하면 실제 공급까지 평균 4년 정도 시간이 걸리고, 택지개발로 땅값이 오르면 받을 수 있는 땅 규모가 원래 갖고 있던 땅의 10~20% 정도로 줄어든다. 대토로 받은 땅을 개발해야 수익을 낼 수 있는데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 가진 땅을 100% 대토로 보상받는 토지주는 현금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현금이 없어 개발을 못하는 지주들을 위해 토지를 현물로 투자하고 주식으로 받는 리츠 제도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양도세가 문제다. 원래 대토 보상을 받으면 양도세가 이연되지만, 토지를 출자해 주식을 받으면 소유권이 리츠로 넘어가 그 즉시 양도세를 내야 한다. 지주들이 수익을 볼 수 있는 시기는 토지 소유권을 리츠사에 완전히 넘기고, 리츠사가 개발을 완료해 분양 등으로 수익을 낸 이후다. 결국 양도세를 내기 위해 별도 현금이 필요하다. 토지주 입장에서 먼저 양도세를 내고 리츠로 넘기는 것도 쉽지 않은 셈이다.
대토PM사들은 이런 헛점을 파고든다. 당장 현금이 급한 토지주에게 현금을 주겠다는 말로 유혹해 보상받을 땅값의 최대 70%를 빌려주고, 대토 보상지 개발권을 넘겨받는 것. 이렇게 사들인 대토 보상지를 개발한 이익은 결국 PM사가 독차지하고, 토지주는 개발 이익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이런 대토PM사는 정식 인가를 받은 리츠운용사(AMC)가 아닌 곳이 대부분이다. 사업 운용비 명목으로 자금만 소모할 뿐 개발을 제대로 추진하지 않아 지주에게 오히려 큰 손해를 입히기도 한다.
지난달 법 개정으로 보상받을 땅값 담보로 현금 대출 행위가 금지됐지만 대토 PM사는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 이렇게 되자 현장에서는 단속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만큼 토지주들의 정상적인 대토 개발을 지원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제도상 토지주가 대토 보상 비율을 낮추거나, 불법 업체를 통해 현금을 융통하는 것 말고는 정상적인 개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대토 리츠 출자시 내는 양도세를 개발이 끝나 수익이 발생한 이후로 미루는 ‘과세 이연’ 제도를 도입하자는 제안을 내놓고 있다. 현석원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공전협) 자문위원장은 “대토보상을 받은 지주들이 공식 인가를 받은 AMC나 개발회사를 찾지 않고, 대토PM사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이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을 미끼로 제시하기 때문”이라며 “양도세 과세 이연을 통해 현금 부담을 덜어주면 토지주들이 불법 업체를 찾을 이유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올 3월에는 공전협을 주축으로 전문 토지개발업체와 사업지구 주민대표 등이 참여한 ‘한국토지개발전문협회’가 출범했다. 한국토지개발전문협회는 앞으로 대토사업과 관련한 주민 대상 설명회 등을 통해 대토리츠 사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대토PM사의 불필요함을 알리는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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