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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묶으니 노원이 껑충…계속되는 '규제 폭탄 돌리기'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1.05.16 17:28 수정 2021.05.16 23:39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 절벽’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를 피한 강남권 및 재건축 단지들에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그동안 서울 집값 상승을 견인하던 압구정·여의도·목동 일대 재건축 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후 거래가 뚝 끊겼다. 그러나 규제를 피한 송파·노원구나 서초구 반포동에선 실거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거래 가격도 신고가 거래가 줄줄이 나오고 있다.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규제가 생기면 비규제지역의 집값이 오르고, 또 비규제 지역 집값이 오른 여파로 규제지역 집값이 다시 오르고 또 다른 규제가 생겨나는 식의 ‘부동산 규제의 악순환’이 계속 이어지는 셈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묶인 압구정·여의도·목동 거래절벽 심화

[땅집고] 월별 서울 아파트 거래량 추이. /이지은 기자


16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7527건이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1월 5776건 ▲2월 3863건 ▲3월 3763건 등 매달 줄어들고 있다. 4월 거래는 이날까지 2901건 신고됐는데, 아직 신고 기간(30일)이 남아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전달 거래량 수준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 규제책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압구정·여의도·목동 등이 포함되면서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

매수심리 정도를 나타내는 매매수급지수 역시 토지거래허가구역 발표 이후 하락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매매수급지수가 이달 10일 기준 103.5로 전주(103.7) 대비 떨어졌다. 같은 기간 여의도·목동 등이 있는 서울 서남권은 102.6으로 1.7포인트 낮아졌고, 압구정 등이 속한 동남권은 106.7로 지난주와 같았다.

[땅집고]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 /조선DB


공인중개사들이 체감하는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바닥 수준이다. 양천구 목동에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는 A씨는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이 유력해진 시점부터 재건축 규제가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급매물이 팔려나갔는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후에는 거래가 아예 안 되고 있다”라고 했다. 강남구 압구정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도 “토지거래허가구역 발표 후 매매거래가 한 건도 없다. 다만 거래는 체결되지 않아도 호가가 낮아지지는 않고 있어, 집값이 강보합세를 유지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초·송파·노원 재건축 아파트 거래 늘고 신고가 줄줄이

반면 토지거래허가제를 피한 강남 서초구 반포동과 송파구, 강북 노원구에선 거래가 비교적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집값이 상승세를 타고 있어 비교된다. 지난달 27일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발효한 후 이날까지 송파구에선 40여건, 서초구 반포·방배동에선 각각 10여건 아파트 거래가 신고됐는데, 같은 기간 압구정동에선 거래가 한 건도 없었다.

[땅집고] 최근 신고가 경신한 서울 아파튿 단지들. /이지은 기자


집값도 오름세를 타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에선 ‘반포자이’ 전용 84.9㎡가 지난달 29일 29억원(4층)에, ‘래미안퍼스티지’ 59.9㎡가 지난달 28일 26억2000만원(28층)에 각각 팔리면서 모두 최고가를 기록했다. 송파구 잠실동 ‘우성아파트’ 96.6㎡도 이달 4일 21억4000만원(10층) 신고가 거래됐다.

강북에선 노원구 아파트 거래량 및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4월 총 326건 거래가 신고돼 전달(336건)과 근접했다. 서울 25개 구 중 최다 거래량 기록이다. 상계·중계·월계동 등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쏠리면서 신고가 거래도 속출하고 있다. ‘상계주공9차’ 79.07㎡가 지난달 27일 9억1000만원(7층), ‘상계주공13차’ 58.01㎡가 지난 1일 6억2500만원(2층)에 각각 신고가에 팔리는 등이다. 입주한지 3년 된 신축 아파트 상계동 ‘노원센트럴푸르지오’ 60㎡는 지난달15일까지만 해도 7억원(23층)이었는데, 이달 1일 8억1000만원(4층) 신고가를 찍었다. 약 15일 만에 집값이 1억원 가까이 뛴 셈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정부와 서울시가 집값 과열을 막기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확대한다고 예고했지만, 최근 여당이 종부세·재건축·대출규제 등 부동산 정책을 완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이지 않은 지역들 집값에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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