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잔금? 등기 먼저!" 계약갱신 피하고픈 집주인들 몸부림

뉴스 전현희 기자
입력 2021.05.14 03:48

[땅집고] A씨는 최근 전세를 놓고 있던 서울 동작구 전용 85㎡ 아파트를 만기 7개월 정도 남은 시점에 매수자 B씨에게 넘기는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중도금까지 받은 채 잔금도 받지 않고 한 달 만에 서둘러 소유권 이전 등기를 끝냈다. 전세 만기일이 6개월 남은 시점부터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A씨는 “만약 이전 등기가 완료되기 전에 세입자가 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 새 집주인 B씨가 실거주를 원하더라도 세입자 퇴거가 불가능해지는 만큼 위험 요소를 없애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잔금 전 등기를 이전했다”고 말했다.

최근 주택 시장에서 매매 잔금을 치르기 전에 소유권을 넘기는 이른바 ‘선(先) 등기, 후(後) 잔금’ 거래가 늘고 있다. 주로 임대차3법 시행 이후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가능성을 막기 위해 불가피하게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주택 보유세 기준일(6월 1일) 이전에 소유권을 넘겨 보유세 부담을 줄이려는 집주인도 ‘선 등기, 후 잔금’을 적극 활용하는 추세다.



■ ‘선등기, 후잔금’으로 계약갱신청구권 무력화

지난해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세입자는 1회에 한해 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 2년 추가 계약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런데 국토교통부 유권해석과 최근 판례 등에 따르면 집주인이 매매계약을 체결했더라도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치지 않았다면 원래 집주인 상대로 계약갱신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새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 퇴거를 요청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땅집고]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방법. /전현희 기자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택 시장에서는 계약갱신청구권 관련 분쟁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가능성이 있는 주택은 사려는 사람이 적어 매매 가격을 수천만원씩 낮춰야 하는 경우도 많다.

이를 피하기 위해 집주인들이 생각해 낸 방법이 ‘선 등기, 후 잔금’이다. 세입자가 아직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기 전에 소유권을 넘기기 위해 잔금을 나중에 받고 등기부터 이전하는 방식이다.

[땅집고] 선 등기, 후 잔금, 잔금 후 등기 적용 사례. /전현희 기자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선 등기, 후 잔금’을 활용하기도 한다. 보유세 과세 기준일인 6월 1일 이전에 집을 팔아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잔금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등기를 이전하는 것. 올해의 경우 만약 매도자가 다주택자라면 오는 6월 이전 처분을 완료해야 양도소득세 중과를 피할 수 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매수자가 현재 무주택자라면 1주택자가 되어 보유세 부담이 크지 않다”며 “6월 1일 이전 등기 이전 조건으로 매매가격을 조금 깎는다면 계약 당사자 모두에게 유리한 전략인 셈”이라고 말했다.

■ 잔금만큼 근저당 설정…수백만원 비용 더 들어

주의할 점도 있다. 매도자가 매매 대금을 덜 받은 상태에서 소유권을 넘기기 때문에 자칫 잔금을 못 받을 위험이 생긴다. 그래서 집주인들은 덜 받은 잔금만큼 해당 주택에 근저당을 설정한다. 예를 들어 10억원 짜리 집을 팔 때 소유권 이전 당시 매수자가 계약금과 중도금을 합해 7억원만 지불했다면 잔금 3억원에 대해 팔린 집에 근저당을 설정하는 것이다. 매수자가 잔금을 치르지 않을 경우 집을 경매로 넘겨 잔금을 회수할 수 있는 안전장치인 셈이다.

근저당 설정·말소 비용은 통상 매도자가 부담한다. 3억원에 대한 근저당 설정 비용은 100만원을 넘어가기도 한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안전한 매매 거래를 위해 등기 이전은 잔금과 동시에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정부가 임대차법과 세금 인상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갖가지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주택 시장을 안정시키고 세입자를 보호한다는 취지와 정반대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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