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돈 없어 서울서 쫓겨난 것도 서러운데, 원정 투자요?

뉴스 한상혁 기자
입력 2021.05.10 04:15

[땅집고] 서울 노원구에 전세(3억5000만원)로 사는 A(35)씨는 오는 8월 계약 만기를 앞두고 있다. 그는 전월세 계약갱신 청구권을 사용할까 고민하다가 포기하고 대출을 받아 경기 의정부시에서 4억원짜리 아파트를 매수하기로 결심했다. 전세금을 동결해 2년간 거주하더라도 그 후에 수천만원 전세금을 올려줘야 하는 건 마찬가지인 데다, 그 사이 집값 상승폭이 더 클까봐 불안해서다.

올해 1분기 서울 시민의 서울 외(外) 지역 아파트 매입 건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 서울 시민들이 주로 매입한 아파트는 하남·광명·의정부시 등 서울과 경계가 맞닿은 인접 도시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 경기도 아파트 값이 뛰는 원인으로 ‘서울 시민들의 원정 투자’를 지목하지만, 그보다는 서울 집값이 너무 비싸 서울 시민들이 인접 도시 아파트를 매입해 떠밀린다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땅집고] 올 1분기 서울 거주자의 매입 비율이 높았던 상위 5개 시와 하위 5개시. /한국부동산원


■“원정 투자? 서울 집값 비싸 밀려나는 것”

국토교통부는 매월 ‘아파트 매입자 거주지별 현황’ 자료를 공개한다. 사례의 A씨가 조만간 의정부시 아파트를 매입하면 의정부시의 ‘관할시군구 외(서울) 거주 아파트 매입자’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현재 A씨 거주지가 서울 노원구이기 때문이다. A씨는 최근 경기도 아파트값 상승의 원인 중 하나로 ‘서울 외지 투자자’가 거론되는 데 대해 “서울 집값이 너무 비싸 어쩔 수 없이 경기도로 나가는 사람도 외지 투자자냐”고 반문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1분기 서울 거주자의 외지 아파트 매입은 1만7445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1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다. 연간 기준으로 지난해 서울 거주자의 외지 아파트 매입 건수가 6만7000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올해는 지난해를 넘어서고 있다.

이를 두고 서울의 투자자들이 아파트값이 오를만한 지역에 ‘원정 투자’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이는 정부가 집값 상승의 원인을 주택 공급 부족보다는 ‘시세 차익을 노린 다주택자들의 투기 때문’으로 규정한 것과 관련 있다.

[땅집고] 2020년 3월 17일 경기도 하남시 교산신도시가 들어설 천현동, 교산동, 춘궁동 일대. /장련성 기자


하지만 이보다는 서울 거주자의 외지 아파트 매입은 서울 집값이 비싸 경기도로 거주지를 옮기면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봐야한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올 1분기 서울 거주자가 아파트를 사들인 지역은 전체 65%가 경기(1만1021건)였으며 인천(1936건)을 합해 75%가 수도권이다. 경북(316건), 경남(290건), 부산(219건) 등 생활권이 다른 지역에서는 서울 거주자가 아파트를 매입한 경우가 많지 않다.

땅집고 취재 결과, 경기도에서도 서울과 경계가 맞닿아 출퇴근이 유리한 지역일수록 서울 거주자 매입 비중이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서울 거주자 매입 비율이 가장 높은 하남시(43%)를 비롯해 구리(39.7%), 광명(37.4%), 의정부(36.5%), 김포(33.1%) 등이 모두 서울 인접지다. 집값이 높아도 서울과 거리가 먼 화성(7.8%), 수원(8.8%)에서는 서울 거주자 매입 비율이 낮았다.

지난해 역시 마찬가지다. 하남(34.7%), 의정부(30.8%), 구리(30.2%), 광명(29.7%), 김포(27.6%) 등의 순으로 서울과 인접한 도시에서 서울 거주자 매입 비율이 높았다.

[땅집고] 2016년 1월 지역별 인구와 2021년 3월 인구./행정안전부


서울 인구가 빠르게 경기도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주민들이 집값을 감당하기 어려워 인접 경기도로 이주하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 인구 통계에 따르면 2016년 1월 서울 인구는 1001만명에서 올해 3월 959만명으로, 5년만에 42만명(4.2%) 감소했다. 같은 기간 경기도 인구는 1253만명에서 1346만명으로 93만명(7.4%) 늘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최근 서울 거주자의 외지 아파트 매입은 자본 이득을 노리는 투자라기보다 30~40대 전세 난민 등 서울 집값에 떠밀려 이주한 실거주 수요가 대부분”이라며 “다주택자가 경기도에서 집을 사기 어려워진 데다,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등으로 경기도 교통이 갈수록 좋아지면서 이 같은 현상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상혁 땅집고 기자 hsang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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