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LTV 완화해 집 사게 해주겠다" 큰소리 치더니…

뉴스 전현희 기자
입력 2021.05.04 09:54

[땅집고] 정부가 무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집값이 급등한 데 따른 불만이 높은 상황에서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에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정부가 한쪽에선 소득에 따른 원리금 상환액 비율(DSR)을 낮추는 규제를 도입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소득 실수요자에게는 LTV가 100%가 되더라도 ‘그림의 떡’이 될 가능성이 높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무주택자 혹은 생애 최초 주택 취득자에 한해 LTV를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송영길 민주당 신임 대표는 “생애 처음 주택을 구입하는 신혼부부, 청년 등 실수요자에 대해 LTV를 완화해서 집을 사는 통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말을 믿고 저소득층이 대출 가능 금액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주택 마련 계획을 짜면 낭패를 볼 수 있다.

당정은 구체적으로 지역별로 기존보다 20%포인트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안이 현실화할 경우 서울(투기지역)에서는 LTV가 40%(9억 이하)에서 60%로, 조정지역에서는 50%에서 70%로 각각 상향된다.

[땅집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 /연합뉴스


하지만 문제는 오는 7월부터 모든 규제지역(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서 연소득에 따라 부채 원리금 상한액이 제한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대폭 강화 시행된다는 것. 모든 규제지역에서 6억원 넘는 아파트를 살 때 DSR 40%를 적용한다. 연소득이 1000만원이라고 할 때 해마다 부담하는 원리금이 400만원을 넘도록 돈을 빌릴 수 없다는 의미다.

[땅집고] DSR 40% 적용시 소득에 따른 대출 한도 예시./금융위


이 때문에 만약 LTV를 완화하더라도 연 소득이 낮은 사람은 주택 가격의 70% 전부를 대출 받을 수 없다. 예를 들어 9억원 짜리 집을 살 때 LTV가 70%일 경우, DSR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6억3000만원까지 대출이 나온다. 하지만 여기에 DSR 규제가 적용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만약 다른 대출이 없는 무주택자가 원리금균등상환방식으로 상환기간이 30년이고 이율 3%인 주택담보대출을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연 소득이 5000만원이라면 LTV와는 상관 없이 약 4억원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9억원 짜리 집을 매입할 때 LTV 70%를 모두 받으려면 연소득이 9900만원을 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7억원짜리 집을 사는 경우 연소득이 약 7700만원 이하라면 LTV 70%를 모두 대출 받을 수 없게 된다.

이런 면에서 사실상 고소득자가 아닌 무주택자에게는 실효성이 없는 생색내기용 정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4년간 정치적인 목적으로 온갖 규제를 쏟아낸 결과 현재는 무슨 규제가 시장에서 어떤 작동을 하고 있는지 조차 파악하기 힘든 지경 이르렀다는 것이 주택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쪽에선 DSR강화하면서, 또 한쪽에서 LTV를 완화하는 것도 정부와 민주당이 부동산시장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대표적인 사례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회장은 “자기 자본으로 집을 살 수 없는 현실에서 LTV를 완화하는 것은 실수요자 보호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며 “DSR규제를 강화하더라도 무주택자나 실수요자들은 예외로 하는 등 정책을 일관성 있게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 그래서 세금이 도대체 얼마야? 2021년 전국 모든 아파트 재산세·종부세 땅집고 앱에서 공개. ☞클릭! 땅집고 앱에서 우리집 세금 바로 확인하기!!




화제의 뉴스

1기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 공모 D-1...단지별 막판 스퍼트 '치열'
서울시 모아타운 공공관리 대상지 공모에 37곳 신청...11월 발표
[이주의 분양단지]성남 '해링턴스퀘어신흥역' 등 2819가구 공급
7억 빌라 한 채 가진 집주인, 앞으론 청약 때 '무주택자' 된다
'금수저' 미성년 유주택자 중 1500명은 다주택자

오늘의 땅집GO

쇼핑몰이 오피스로…신도림 디큐브·한양대 엔터식스 용도전환
"시니어 산업, 노인 아닌 '액티브 시니어' 겨냥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