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 후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출렁이고 있는 가운데 일부 초고가 단지들에선 집값 조정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 급매로 나온 경우 기존 최고가 대비 수천만원 낮은 금액에 거래되고, 매매대금이 주택담보대출 기준인 15억원 턱밑까지 조정되는 등이다. 이 같은 움직임이 앞으로 서울 전체 아파트값 조정 국면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28일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의 월간KB주택시장동향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4월 서울 5분위(상위 20%) 평균 아파트값은 20억8704만원으로, 지난달(21억1748만원) 대비 1.4%(3044만원) 낮아졌다. 같은 기간 1~4분위 아파트값은 모두 0.2~1.3% 정도 오른 반면, 가장 비싼 5분위 아파트값만 하락한 것이다. 5분위 아파트값이 낮아진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만이다.

강남권 최고가 단지들에선 최고가 대비 1억~2억원 이상 낮아진 거래가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 84㎡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27억7000만원(23층) 신고가로 거래됐는데, 이달 중순에는 이보다 1억원 가까이 낮은 26억8000만원(25층)에 팔렸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84.94㎡도 지난 1월 31억원(8층)에서 3월 28억7000만원(25층)으로, 실거래가가 최고가 대비 2억3000만원 낮아졌다.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 84.9㎡는 지난달 22억2000만원(22층)에서 이달 20억원(34층)에 거래했다.

실거래가격 15억원 안팎이었던 단지들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의식해 집값이 소폭 조정되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는 2019년 12·16 대책에서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내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담대를 전면 금지했다. 즉 서울에서 15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살 때 대출을 한 푼도 받을 수 없게 된 것. 이 때문에 최근 15억원 안팎 아파트 집주인들은 매수자의 자금 융통을 위해 매매대금을 15억원 이하로 맞춰 매도하는 분위기다.

마포구 현석동 ‘래미안웰스트림’ 84.96㎡는 이달 2일 15억원(2층)에 팔렸다. 지난해 2월 15억5000만원(13층)에 거래하며 처음으로 15억원을 돌파한 뒤 지난해 6월 18억4500만원(26층)까지 집값이 올랐던 단지인데, 9개월 만인 이달 15억원으로 떨어진 것이다. 성동구 응봉동 ‘대림1차’ 126.66㎡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2월 15억5000만원 신고가를 찍은 뒤 올해 2월 15억9000만원까지 올랐는데, 이달 들어서는 15억원(7층)에 거래하면서 주담대 제한을 피했다.

한 공인중개사는 “집값 상승세가 계속되는 시기더라도 매수자는 물론 매도자에게도 대출이 전면 불가능한 ‘15억원’에 대한 심리적 제한선이 있다. 15억원대에 아파트를 매물로 내놨던 매도자라도 매수자를 찾을 경우 15억원 이하에 맞춰주려고 하는 분위기”라며 “특히 보유세 과세 기준일인 6월 1일 전 집을 매도하려는 다주택자의 경우, 기존보다 호가를 1억원 정도 낮춰서 내놓는 데다가 5월까지 잔금을 치르는 조건을 붙이기도 한다”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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