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 용산구 원효로4가에 위치한 용산 산호아파트. 원효대교 북서측 한강변의 알짜 입지이고 40년이 넘었지만 용적률이 230%에 달해 재건축이 어려웠던 단지다. 이 단지는 제3종일반주거지역으로 시 규정상 용적률이 최대 250%다. 그런데 이 아파트는 지난 15일 건축 심의를 통해 상한보다 30%포인트 더 높은 280%의 용적률로 심의를 통과했다. 재건축을 통해 기존 6개동, 12층, 554가구에서 총 9개 동에 최고 35층, 공동주택 647가구(임대 73가구, 분양 574가구)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용산 산호아파트가 용적률 혜택을 받으며 재건축이 가능했던 이유는 이 단지가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특별건축구역은 창의적이고 독특한 건축물을 짓기 위해 지자체가 정한 용적률, 층수, 일조권 등의 규제를 완화하는 제도다. 대신 이 단지의 경우 임대 가구 73가구(전체 11% 비중)를 짓고, 정비기반시설로 정비구역 면적의 약 10%인 2712㎡를 시에 기부채납한다. 공공건축가를 투입해 단지 저층 전면부(6층)에 옥상정원을 배치하고, 태양광 패널 등 친환경 설계와 공공커뮤니티시설 ‘스카이 북카페’를 지역 주민에게 개방하는 조건도 있다.
서울시가 “용산 산호아파트를 시작으로 앞으로 한강변과 강북 재정비 사업지 등의 단지에 ‘특별건축구역’ 지정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하면 법에서 정한 것 이상으로 용적률을 높일 수 있고, 35층의 층수 제한도 지키지 않아도 된다. 또한 건축법상 지자체장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제도로 서울시가 국토교통부나 시의회의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묘수로 통한다. 그동안 도시규제 완화를 꾸준히 요구해온 강남 압구정, 여의도, 성수전략정비지구 등 한강변 재정비 사업지를 비롯해 도시 규제로 재건축 사업이 어려웠던 단지에 사업성을 높일 큰 기회가 될 전망이다.
■ 시 가이드라인 내에서 ‘층·용적률 법적으론 무제한 완화’ 가능
특별건축구역은 건축법에 의해 지정되는 구역으로 건폐율·높이·일조권 등의 규제를 법적으로 무제한 완화할 수 있다. 대신 시가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일정부분 가이드라인을 세워 층수를 규제하고, 임대가구, 공유지 등 다양한 기부채납과, 공공성이 가미된 설계를 적용하도록 한다.
특별건축구역이 적용된 대표적인 단지는 서울 특별건축구역 1호 사례인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신반포1차 재건축)’다. 이 아파트는 2014년 6월 재건축 과정에서 아파트 동간거리 및 층고제한 일부 완화를 적용 받았다. 이 단지는 한강변 35층 룰을 깨고 최고 38층 재건축이 허용됐고 15%였던 기부채납 비율은 10% 안팎으로 줄었다. 현재 서울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로 꼽힌다.
현재 사업이 추진 중인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신반포 3차·경남, 잠실주공5단지 등 약 20곳의 사업지가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돼 재건축을 진행 중이다. 반포주공1단지의 경우 3종일반주거지역의 법적 상한 용적률인 300%를 모두 적용받았다. 또 시는 한강변 대규모 아파트 단지 난개발을 막기 위해 기존의 1.42배 이상 가구수를 늘려 재건축하지 못한다는 규제를 적용했는데 이 단지는 적용되지 않았다. 이 단지는 기존 3610가구의 1.42배인 5127가구를 지을 수 있었는데, 가구 수 제한을 풀어 총 5565가구를 지을 수 있게 됐다. 인근 반포자이(옛 반포주공2단지), 래미안퍼스티지(옛 3단지)에 비해 가구수 측면에서 유리한 조건이다.
■ 서울시 ‘황당한 설계’ 요구하기도…앞으로도 건축심의 까다로울까
서울시가 앞으로 특별건축계획 구역의 적용 확대를 공언한 만큼, 서울시가 추진하는 재건축 규제 완화를 위해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오세훈 시장은 재건축 단지들의 규제를 완화를 추진 중이지만 용적률을 법적 상한으로 높이려면 민주당이 90% 이상 장악한 시의회 동의를 받아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 하지만, 무차별적인 부동산 규제를 남발하던 민주당이 보궐선거에서 대패했고, 지방선거가 내년 6월로 예정돼 있어 상황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특별건축구역으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단계에서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승인만 있으면 되는데 서울시장이 결정권을 갖는다. 서울시는 “주변 단지에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내에서 제한적으로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운용할 계획이며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곧 수립할 예정”이라고 했다.
특별건축구역 지정 과정에서는 서울시와 각 단지들의 협상 결과에 따라 실제 공급 효과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예컨대 서울시 조례에 따른 재건축 단지 기부채납 인센티브는 기부채납 정도에 따른 용적률 완화 비율이 정해져 있다. 하지만 특별건축구역의 경우, 지정되기만 하면 이론상으로 제한 없이 용적률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서울시가 무리한 요구를 할 경우 단지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 과거 박원순 전 시장 당시 시가 규제 완화를 빌미로 ‘황당한 설계’를 요구하는 일도 있었다. 반포주공1단지가 대표적이다. 이 단지는 강남 아파트의 주거 역사적 의미를 고려해 아파트 1개 동을 통째로 남겨 기부채납하는 조건으로 정비계획이 수립됐다. 이는 숨진 박 시장이 남긴 황당 부동산 정책 중 하나로 손 꼽힌다.
단지가 받은 혜택에 비해 공공 기여가 부족할 경우 특혜 논란이 일 가능성도 있다. ‘아크로리버파크’는 커뮤니티 시설을 법정 기준 면적보다 3배 이상 늘린 대신 소셜믹스를 적용하고 스카이 라운지를 만들어 이를 주민에게 개방하는 식으로 설계했다. 하지만 입주 후 지역주민에게 개방하기로 했던 커뮤니티 시설 이용자격을 입주민으로 제한해 논란을 빚고 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시가 특별건축구역 지정을 조건으로 도시규제 완화를 해주고, 이로 인해 늘어난 부분의 개발 이익을 도로와 공원, 임대가구 등으로 시에 환원하도록 하고 있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다”며 “시장이 바뀌거나 건축 심의위원이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단지별 공공기여도나 규제완화 혜택이 제각기 달라질 수 있어 지역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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