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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X? 우리 재건축 꿈도 꾸지마"…건설사만 "난감하네"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1.04.27 07:36
[땅집고] 경기 양주 덕정에서 수원을 연결하는 GTX-C노선이 오는 5월 우선협상자 공모를 받는다. /이지은 기자


[땅집고] “개포동 일대를 관통하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C노선 사업에 귀사가 참여한다면, 개포주공5·6·7단지 재건축 사업에 참여 의사가 전혀 없다는 뜻으로 알겠습니다.”

GTX-C노선 우선협상자 선정을 위한 사업신청서 제출 시한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주민들이 대형 건설사의 사업 참여를 막기 위한 실력 행사에 나서 주목된다. GTX-C노선은 경기 양주 덕정역에서 서울을 지나 경기 수원역까지 수도권을 남북으로 관통하는데, 이 중 서울 삼성역~양재역 구간이 일부 재건축 아파트 지하를 지나는 것으로 계획되자 조합마다 재건축 사업 과정에서 안전 문제가 우려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조합들은 GTX-C노선 사업에 참여하는 건설사에게는 재건축 시공권을 주지 않겠다면서 사업 포기를 압박하고 있다.

[땅집고] 지난 16일 개포주공5·6·7단지 재건축정비사업조합 및 입주자대표회의가 현대·GS·포스코건설측에 GTX-C노선 공모를 포기하라고 압박하는 공문을 보냈다. /독자 제공


강남구 개포동 일대 아파트들이 대표적이다. 지난 16일 개포주공5·6·7단지 재건축정비사업조합 및 입주자대표회의는 현대건설·GS건설·포스코건설 측에 ‘GTX-C 삼성역~양재역 간 지질조사에 관한 건’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업계에 따르면 3개 건설사는 각각 금융회사와 컨소시엄을 꾸리고 오는 5월 21일 GTX-C노선 공모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땅집고] 서울 강남구 개포지구 재건축 단지들. 개포주공5·6·7단지는 현재 조합설립인가 상태로, 이르면 올해 안에 시공사를 선정하게 된다. /이지은 기자


조합은 공문에서 “개포동 일대를 관통하는 GTX-C노선은 거주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 등 사전 협의가 전혀 없었고, 정차역도 없으며, 양전초·개원중 등 수천명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을 담보로 하고 있어 개포동 주민들에게는 백해무익”이라며 “귀 컨소시엄이 GTX-C노선 사업에 참여한다면 개포 5·6·7단지 재건축 사업에 참여 의사가 전혀 없다는 뜻으로 알고, 개포동 재건축 사업장들과 연대해 강력하고 적극적으로 항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재건축 사업) 주요 시공자, 혹은 시공 예정자로서 올바른 결정을 하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개포주공5단지는 지난해 12월, 6·7단지는 올해 1월 조합설립인가를 각각 받아 이르면 올해 안에 시공사를 선정하게 된다. 사실상 조합이 재건축 시공권을 볼모로 건설사에 GTX-C노선 사업 불참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땅집고] 지난 19일 은마아파트 소유주 모임이 GS건설 본사를 찾아 GTX-C노선 사업 입찰에 빠지라며 차량 시위를 벌이는 모습. /독자 제공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건설사 압박에 한창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GTX-C노선 계획에 따르면 열차가 양재역을 출발해 남부순환로를 따라 직진하다가 영동대로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노선이 직각으로 꺾이는데, 이 코너에 바로 은마아파트가 있어 사실상 열차가 단지 지하를 통과하는 방식으로 건설돼서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공동시공권을 갖고 있는 건설사는 GS건설과 삼성물산이다. 지난 19일 은마아파트 소유자 모임 중 하나인 은마반상회는 서울 종로구 GS건설 본사에서 자동차 9대에 ‘은마 재건축 시공사 GS건설, 은마에 GTX? 양심 있냐?’ 등 현수막을 붙이고 집단 차량 시위를 벌였다. 앞서 삼성물산은 GTX-C노선 공모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초 공모를 염두에 두고 컨소시엄을 준비해왔으나, 은마아파트 입주민 민원 등 대내외 사정을 고려한 것이다.

[땅집고] GTX-C 노선 중 양재역에서 삼성역으로 회선하는 구간에 은마아파트가 있어 단지 지하에 터널을 파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토교통부


주민 항의가 빗발치고 있지만, 건설사들은 GTX-C노선 입찰을 포기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C노선은 다른 GTX노선에 비해 기존 철도를 그대로 이용하는 구간이 많아 공사 지연 가능성이나 사업비 증가 리스크가 적은 ‘알짜 노선’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건설사 관계자들은 “입주민 심정이야 이해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광역교통망과 재건축사업 수주 두 개 중 하나만 선택하기는 어렵다”며 “정부에서 추진하는 사업을 포기하면 나머지 사업은 보장해주겠다는 식으로 조율해주는 것이 아닌 이상 경쟁입찰에서 빠질 수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GTX-C노선 건설 사업 입찰을 준비 중인 컨소시엄은 크게 ▲현대건설·KB국민은행 ▲GS건설·KDB산업은행 ▲포스코건설·신한은행 ▲한국인프라디벨로퍼 등 4곳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GTX-C노선 사업제안서 제출이 임박하면 2~3파전 구도로 좁혀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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