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농지 가졌다고…" 이행강제금·양도세 폭탄 피할 방법

뉴스 장귀용 기자
입력 2021.04.26 04:01
[땅집고] 충남 서산시 인지면 모월리 일대 농지. 기사 내용과는 무관. /신현종 기자


[땅집고]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는 돌아가신 부모한테 고향인 전북 부안군 일대 농지를 상속받았다. 농사 지을 여건이 안 돼 이 땅을 잊고 살던 A씨는 최근 1000만원이 넘는 이행강제금 통지서를 받고 화들짝 놀랐다.

A씨처럼 직접 농업이나 임업·축산업을 하기 힘든 농지 소유주들의 고민이 커지는 가운데, 합법적으로 이행강제금과 양도소득세 부담을 한방에 해결해 줄 ‘임대수탁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행강제금에 중과세까지…한숨 커지는 땅주인들

[땅집고] 정부가 지난 3월 29일 발표한 부동산 투기 근절 및 재발방지 대책에 따른 비사업용 토지 중과세 기준. /이지은 기자


올해 공시지가가 급등하면서, 농업·임업·축산업을 하지 않아 부과되는 이행강제금(공시지가의 20%) 부담이 크게 늘었다. 이행강제금은 농·임·축산업용 땅에서 경영을 하지 않으면 땅을 강제로 팔아야 하는데, 1년 내 처분하지 않았을 때 매년 1회 부과된다. 대부분 상속받거나 귀농(歸農) 목적으로 미리 땅을 산 경우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이런 땅은 비 사업용토지로 분류돼 양도세까지 중과돼 처분이 쉽지 않다.

이행강제금을 피하기 위하려면 결국 농사를 지어야 한다. 그러나 농지법에 따르면 개인 간 농지를 임대하는 것은 대부분 불법이다. 상속받은 땅이나 농사를 짓던 사람이 이농하거나 담보물로 농지를 취득하는 경우 등에 한해 1만㎡까지 예외적으로 임대를 허용한다.

힘들게 농사를 직접 지어 이행강제금은 피하더라도, 나중에 땅을 팔 때 최대 60%가 넘는 양도세도 큰 문제다. 세법상 양도세 중과를 피할 수 있는 자경 농지(직접 농사를 지은 농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농지 소재지 인접시·군에 거주해야 하고 거주지와 농지 거리가 20㎞를 넘으면 안 된다.

비사업용 토지 중과세 부담은 앞으로 더 커진다. 정부는 최근 3·29 대책을 통해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율을 기본세율+10%포인트에서 20%포인트로 올리기로 했다. 2022년 1월 이후 양도하는 토지부터 해당한다. 보유 기간에 따라 양도세를 감면해 주는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도 받지 못한다.

■임대수탁사업 8년 유지하면 자경(自耕) 인정

[땅집고]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이 운영하는 '농지임대수탁사업' 개요. /장귀용 기자


이행강제금과 양도세 중과세를 피할 방법은 없을까. 한국농어촌공사가 운영하는 농지은행이 좋은 해법이 될 수 있다. 농지은행은 직접 농사 지을 형편이 안되는 이들을 위한 구제책으로 ‘임대수탁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농지은행에 땅을 위탁하면, 적절한 농업인을 찾아 농사를 짓도록 연결한다.

임대수탁사업은 농업법인이나 대규모 농장으로 운영되는 큰 땅 뿐 아니라, 1000㎡ 이하 소규모 농지도 수탁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이 소유한 땅을 관리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지목이 농지가 아니더라도, 실제 농지로 사용 중인 땅이라면 참여할 수 있다.

임대수탁사업은 5년 이상 단위로 위탁할 수 있다. 임차료는 해당 지역의 임차료 수준에서 소유자와 경작자가 협의해 결정하면 된다. 대신 임차료의 5%를 농지은행에 중개수수료로 지불해야 한다. 중개수수료가 이행강제금에 비해 훨씬 저렴하고, 땅을 놀리지 않고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8년 이상 임대수탁사업을 하면, 땅주인이 직접 농사 짓는 자경으로 인정받는다. 이 경우 양도세 중과를 면해 일반세율을 적용받아 땅을 팔 수 있다.

■“임대차계약시 지장물 소유권 명시해야”

임대수탁사업으로 임대인을 구해 임대차계약을 맺을 경우 과실수·농막(農幕) 등 소작농이 땅과 별개로 소유권을 갖는 물건(지장물)에 대한 권리관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 좋다. 임대수탁 기간이 끝나 땅을 팔 때 원칙적으로 이전 토지 소유자가 지장물 이전비나 보상비를 임차인에게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임대차계약 시 단서 조항을 추가하는 게 좋다. 최초 계약기간 동안 지장물에 대한 권리를 임차인이 갖되 계약 종료 후 땅을 양도하면 지장물을 포함한 모든 권리를 임대인이 갖는다는 내용을 넣으면 된다.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는 “농지 임대수탁사업의 목적은 농지를 유지하는 것”이라면서 “부득이한 사정으로 직접 경작할 수 없는 땅주인을 보호하는 출구 전략으로도 유용하다”고 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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