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 첫 경전철인 우이신설선이 개통 5년 만에 파산 위기에 놓였다. 승객이 예상보다 적고, 무임승차 비율이 높아 수익이 나지 않아서다. 현재 서울 강북과 서남권에서 추진 중이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6년까지 완성하겠다고 밝힌 8개 경전철도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4년간 누적 영업손실만 594억원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우이신설선 사업시행자이자 실질적 운영사인 ‘우이신설경전철 주식회사’는 영업손실 147억원, 당기순손실 318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도 영업손실은 152억원, 당기순손실은 471억원으로 손실폭은 줄었으나 여전히 100억원 이상 적자를 냈다. 우이신설선 영업손실 규모는 ▲2017년 102억400만원 ▲2018년 192억5700만원 ▲2019년 152억3600만원 ▲2020년 147억원이다.
우이신설선은 2009년 9월 착공해 8년 만인 2017년 개통했다. 우이동(북한산)에서 출발해 화계~삼양삼거리~정릉~성신여대입구역~보문역~신설동역으로 이어진다. 총 길이는 11.4㎞다. 민간 사업자가 8900억원 가량을 들여 건설했다. 2량 1편성 열차로 13개 역을 운행한다. 지역 주민들은 우이동에서 신설동까지 이동 시간이 20분대로 줄어 사업 시작부터 환영했다.
그러나 막상 우이신설선 개통 후 이용객은 많지 않았다. 당초 하루 평균 13만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개통 후 5년여간 하루 평균 이용객은 7만1500여명(55%)에 그쳤다. 주민들 상당수는 배차 간격이나 승강장까지 이동 시간을 고려하면 버스가 더 빠르고 편하다고 느낀다. 서울시 도시철도과 관계자는 “우이신설선 인근에서 경전철보다 버스 등 이용가능한 대체 교통 수단이 많아 실제 이용객이 예상보다 적었다”며 “서울시에서 사업성 검토 시 수요 예측이 부풀려진 측면이 있었다”고 밝혔다.
주로 이용하는 승객이 65세 이상인 무임 승차자여서 승객 수 대비 손실 규모도 더 컸다. 우이신설선 무임승차자 비율은 30% 수준이다.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1~8호선 평균(15%)과 비교하면 2배에 달한다.
우이신설선은 민간사업자가 철도를 건설한 뒤 소유권은 서울시에 넘기고 30년 동안 운영해 투자비를 회수하는 ‘수익형 민자사업(BTO) 방식이다. 최소운영수입보장(MRG)이 없어 손해가 발생하면 시행사가 모두 떠안는다. 시행사가 손실을 견디지 못하고 파산하거나 운영권을 포기하면 서울시가 대신 운영하거나 다른 사업자를 물색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손해가 막심한 경전철 사업권을 가져가겠다는 회사가 나오기는 어렵다.
우이신설경전철 손실이 커질수록 세금이 들어간다. 서울시는 사업시행자와의 실시협약에 따라 우이신설선 운영사 손실 일부 보전을 위해 올해 상반기 185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무임승차 손실 보전에 35억원, 2017~2020년 운임차액(사업 시행자가 정한 요금에서 실제 징수 요금을 뺀 액수) 손실 보전에 150억원 등이다. 결국 운영사가 파산하면 훨씬 더 많은 세금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 “8개 경전철 전면 재검토”vs. “균형 개발 위해 유지해야”
현재 서울시에서 추진 중인 경전철은 총 8개다. 오 시장은 향후 재선을 전제로 향후 5년 내 목동·신림·서부·난곡선 등 서남권 4개 노선과 강북 횡단·동북·면목·우이신설선 연장노선 등 강북권 4개 노선 등 총 8개 노선의 경전철 사업을 완성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서부선과 강북횡단선은 벌써부터 기존 노선과 겹치거나 사업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오 시장이 공약한 경전철 사업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대부분 경전철이 이용 승객은 적고 운임이 낮아 흑자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며 “서부선이나 강북횡단선뿐 아니라 8개 경전철의 적정성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전철이 교통 소외지역의 주민 편의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는만큼 지역 균형 개발 차원에서 일부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민자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시행하는 비용·편익 분석은 통행시간 단축 같은 편익도 포함해 사업성을 따지는데, 정작 요건을 충족해도 실제 개통 이후 사업자는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국가적, 지역적으로 필요성이 큰 사업인만큼 세금을 투입하는 한이 있더라도 약속한 경전철 도입을 철회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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