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올 들어 수도권 외곽 지역 아파트값 상승률이 서울 강남 등 중심지를 크게 앞지르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이를 두고 수도권 집값이 장기 하락을 시작했던 2007년과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3년부터 시작한 집값 대세 하락의 전조 증상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2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3월까지 누적 기준 수도권에서 아파트값 상승률이 가장 높은 곳은 경기 의왕시(12.86%)로 나타났다. 이어 안산시 상록구(10.42%), 경기 고양 덕양구(10.42%), 인천 연수구(10%), 경기 양주시(9.94%) 등 경기 외곽 지역들이 이름을 올렸다.

그동안 전국 집값 상승을 이끌었던 서울은 10위 내에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서울에서 가장 높은 송파구가 1.64% 오른 것을 비롯해 강남구(1.33%), 서초구(1.3%), 양천구(1.29%) 등이 모두 올 들어 1% 내외 상승하는 데 그쳤다.

올 들어 의왕·안산·인천 연수·양주 등 외곽 지역 집값이 유독 상승하는 이유는 교통 호재가 첫손에 꼽힌다. 하지만 수도권 외곽지를 지나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나 인덕원~동탄선 등 지하철 확충 대책은 이미 몇 년 전 확정된 것이기 때문에 최근 집중된 집값 상승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과거 수도권 집값 하락이 시작됐던 2007년과 비슷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2007년 당시 1분기까지 아파트값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지역은 경기 의정부시로 상승률이 11.74%에 달했다. 이어 용인 처인구(9.89%), 시흥시(5.72%), 서울 강북구(5.52%), 도봉구(5.21%), 노원구(4.97%) 등 수도권과 서울 강북 등 외곽지 중심으로 상승폭이 컸다. 당시에도 서울 송파구(1.2%)와 강남구(0.49%), 서초구(0.44%) 상승률은 1% 내외로 저조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에서 수도권 외곽지의 집값이 오르는 이른바 ‘갭(gap) 메우기’ 현상이라고 해석한다. 급격히 오른 중심부 집값이 멈춘 사이 그동안 오르지 않았던 외곽이 격차를 좁히며 따라가는 현상이다. 실제로 의왕시나 인천 연수구 등 외곽지는 서울 강남권 집값이 크게 오른 2018~2020년에 집값이 그다지 상승하지 않았다. 그러다 중심지의 크게 오른 집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수요가 외곽지로 눈을 돌리면서 이들 지역의 집값이 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하락기를 앞두고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이라는 데 주목한다. ‘갭 메우기’가 나타난다고 반드시 집값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하락기에는 거의 반드시 ‘갭 메우기’ 현상이 시작된다는 것.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수도권 집값이 올해까지 7년째 상승하고 있는데 더 오르기는 어렵다”며 “집값이 대세 하락기로 전환하기 시작했다는 전조 증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올1분기 상황이 집값 대세 하락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 앞으로 정부의 규제 완화 속도를 눈여겨봐야 한다는 관측도 있다. 심형석 미국 SWCU 교수는 “정부가 인위적인 규제를 통해 공급을 틀어막지 않았다면 이미 자연스러운 시장 조절 기능에 의해 집값 하락이 시작됐을 시점인 것은 맞다”면서 “4·7 재보선으로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민심의 반감을 확인한 정부와 여당이 규제 완화를 고려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시장 규제가 얼마나 많이, 빠르게 완화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상혁 땅집고 기자 hsang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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