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시장 선거 1주일 만에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서울 아파트값이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오세훈 시장의 공약에 따라 재건축 규제가 확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에 강남, 목동, 여의도 등의 재건축 아파트값이 2억~3억원씩 오르고 집주인이 매물을 들이는 상황이다.
1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은 4월 첫째 주 0.05%에서 둘째 주 0.07%로 올라 상승폭이 커졌다. 서울 아파트값은 2월 첫째 주(0.10%) 이후 꾸준히 상승 폭이 축소되며 4월 첫째 주 0.05%까지 낮아졌는데,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인 둘째 주 조사에서 10주 만에 다시 상승 폭을 키운 것이다.
가격 상승은 재건축 단지가 있는 지역이 이끌었다. 노원구가 지난주 0.09%에서 이번 주 0.17%로 상승률이 2배 가까이 뛴 것을 비롯해 송파구(0.10%→0.12%)와 강남·서초구(0.08%→0.10%) 등 강남3구와 양천구(0.07%→0.08%), 영등포구(0.04%→0.07%)가 상승을 견인했다. 이들 6곳은 모두 재건축 추진 기대감이 큰 단지가 있는 지역이다.
최근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을 견인하는 지역은 강남구 압구정동이다. 압구정동 재건축 단지들은 이미 작년 말부터 조합설립 추진에 속도를 내면서 가격도 함께 올랐는데, 오 시장 당선을 전후해 '한강변 35층 층고 제한' 등 규제 완화 기대감까지 더해지며 가격 상승 속도에 탄력이 붙었다. 조합설립 인가를 앞둔 압구정3구역 현대4차 전용면적 117㎡는 이달 13일 41억7500만원에 신고가로 거래되며 두 달 전 최고가인 40억3000만원보다 1억4500만원 더 올랐다. 지난 5일에는 현대7차 전용 245㎡가 6개월 전 67억원보다 13억원 오른 80억원(11층)에 거래되면서 올해 전국에서 팔린 아파트 중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송파구의 대표 재건축 아파트인 잠실동 주공5단지의 경우 82㎡가 지난달 5일 26억8100만원에 신고가로 거래된 이후 한 달 넘게 거래가 없었는데 현재 호가는 27억5000만∼28억원까지 올랐다. 이 아파트 76㎡ 역시 지난달 24억3300만원에 최고가 거래 후 매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이달 초 호가가 23억5000만원에서 현재 25억원 수준으로 올라 시장 선거가 끝난 뒤 1주일 사이 1억5000만원 뛰었다.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A씨는 “최근 1∼2주 사이 4건 정도 거래가 이뤄졌으며 신고가 경신 거래도 나왔다”고 했다.
양천구 목동 재건축 단지도 상승 기류를 타고 있다. 목동신시가지7단지 66㎡는 이달 9일 17억6000만원에 매매가 이뤄져 종전 최고가(17억4000만원)에 비해 2000만원 올랐다. 목동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B씨는 "오세훈 시장 당선 후 전반적으로 집주인들이 호가를 확 올렸다“며 ”그동안 나왔던 물건도 거의 다 나갔고, 이달 101㎡가 25억원에 팔려나가면서 66㎡도 20억원에 팔아달라고 내놓고 있다“고 했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재건축 단지도 압구정 단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있다는 인식 때문에 집값이 오름세다. 여의도동 시범아파트 전용 79㎡가 19억5천만원에 계약서를 써 지난달 최고가 18억2000만원보다 8천500만원 높은 금액에 신고가 거래됐다. 여의도동 삼부아파트는 지난달 전용 146㎡가 27억8000만원에 신고가로 매매된 이후 거래는 없지만, 호가가 32억원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 여의도동 시범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C씨는 “현재 대형 주택형은 시세가 30억∼34억원 수준인데 압구정 매매가를 감안해 35억∼38억원까지 오를 여력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시범아파트는 올해로 준공 51년 차로,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에 속한다. C씨는 “시범아파트는 2006년부터 70층까지 올려 재건축을 하려 추진했던 지역인데 지난 10년 간 규제에 묶여 재건축 속도가 더뎠다”며 “조합설립인가도 났고, 이제 더는 재건축을 안 하기 어려운 상태라 오 시장 당선 이후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강북에서는 노원구 상계·중계·월계동 등의 재건축 단지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상계동 상계주공16단지는 이달 12일 예비안전진단에서 D등급(조건부 재건축)을 받아 재건축 추진에 힘이 실렸다. 이 단지 59㎡는 이달 9일 6억2000만원(15층)에 거래되며 직전 최고가(6억원)보다 2000만원 올랐다. 현재 시세는 6억2000만∼6억5000만원에 형성돼 있으나 시장 선거 이후 집주인들이 매물을 들이는 분위기다.
오세훈 시장은 16일 주택건축본부 보고 자리에서 "주요 재건축 단지 부동산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을 보여 걱정되고 우려된다"며 "주택공급 속도가 중요하고 앞으로 그 방향으로 가겠지만, 가격 안정화를 위한 예방책이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주요 재건축 단지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즉시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오 시장 당선 직후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재건축 아파트값이 단기간에 급등하는 양상이지만,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이미 집값이 많이 오른 상태인데다 서울시가 얼마나 재건축 규제를 풀 수 있을지도 유동적이기 때문에 급등세가 꺾일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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