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움츠려있던 '연희동의 음지'…공공재개발로 날아오를까

뉴스 손희문 기자
입력 2021.04.12 07:51 수정 2021.04.22 17:54

[발품리포트] 연희동 대표 노후 주거지, 공공재개발 성사될까

[땅집고] 공공재개발 2차 후보지로 선정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721-6구역. /손희문 기자


[땅집고] 서울의 대표적 노후 주거지로 꼽히는 서대문구 홍연시장 일대(연희동 721-6구역)가 공공 재개발 시범사업 2차 후보지에 포함돼 사업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이곳은 면적이 4만9745㎡(약 1만5048평), 토지 등 소유자는 622명이다. 기존 노후 주택을 헐고 1094 가구 규모 아파트를 새로 짓는다는 계획이다. 현재 주민 동의율도 50%를 넘어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상가 소유주 등이 반대하고 있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평가도 나온다.

[땅집고]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721-6 일대 위치도(구역도). /이지은 기자


■ 오랫동안 ‘연희동의 음지’…개발 기대감 높아

지난 6일 찾은 서대문구 홍연시장 일대에는 대지지분이 작고 언덕길에 있는 노후 저층 주거지였다. 가장 가까운 경의선 가좌역이 2㎞ 정도 떨어져 있어 대중 교통이 좋지 않고, 1종 일반주거지역(법정 용적률 상한 200%) 비율이 높은 데다 토지 소유주가 많아 민간 재개발이 추진되기 어려웠던 곳이다.

그러나 올해 입주 4년차에 접어든 ‘연희파크푸르지오’(홍연아파트 일부 재건축·396가구)가 들어서는 등 주변 환경이 개선되고, 안산도시자연공원을 끼고 있는 쾌적한 주거환경 등 입지적 장점이 부각되며 공공재개발에 대한 주민 기대감이 높아졌다. 연희동 공공재개발은 지난해 11월 공공재개발 후보지 공모 마감일 당시 이미 토지 등 소유자 동의율 51%을 확보했다.

[땅집고] 공공재개발 후보지 선정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서울 서대문구 홍연동 일대에 걸려있다. /손희문 기자


연희동 721-6구역 주민들은 공공재개발을 통해 주어지는 용적률 인센티브(법정 용적률 상한의 120%)에 기대가 컸다. 이를 통해 ▲1종 일반주거지역 150%→180% ▲2종 일반주거지역 200%→240% ▲ 3종 일반주거지역 250%→300%까지 높아질 수 있다. 정부는 연희동에 공공 재개발로 1094가구 정도 아파트를 지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 중 조합원(622명) 몫을 제외한 가구 수의 절반인 200가구 정도는 임대·공공분양으로 기부채납하고, 나머지 200가구는 일반 분양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연희동 공공재개발 임시 주민추진단 관계자는 “구체적인 분담금 등 시뮬레이션 결과는 오는 5월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주민설명회에서 공개할 예정”이라며 “기존에 사업성이 낮아 민간 재개발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공공 주도 개발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연희동 ‘연희타운아파트’에 30년 넘게 살고 있다는 A(88)씨는 “나보다 자식들이라도 깨끗하고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게 해주고 싶어서 어떻게든 살기 좋게 환경 정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 “절대 못 나간다” 고령자 반대가 최대 난관

[땅집고] 1981년 23개 동으로 지어진 서대문구 연희동 '홍연아파트'. 이 중 일부는 2018년 '연희파크푸르지오' 아파트로 재건축됐다. /손희문 기자


연희동 공공재개발 임시 추진단은 주민 여론이 개발 찬성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본다. 임시 추진단 관계자는 “주민설명회를 거치면 동의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7월 말까지 100명 정도 동의만 받으면 사업 추진이 가능한 토지 등 소유자 3분의 2 이상(67%·415명) 동의가 확보된다”고 했다.

하지만 현지 주민 일부는 강력하게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부분 건물 임대사업자, 상가 소유주, 이주가 어려운 고령층이다. 현재 연희동 구역 내 상가는 20개 미만으로 많지는 않다. 하지만, 소유주 절반 이상이 60대 이상 고령이다. 홍연아파트에 33년을 거주한 C씨(76)는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한 달에 27만원을 겨우 벌고 있다”면서 “한달에 이주비 지원금(3억원) 대출 이자로만 54만원을 내야하는 사업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땅집고] 서울 연희동 주민 C씨가 지난해 서울시 서대문구청으로부터 안내받은 통지서(왼쪽)와 C씨가 연희동 공공재개발 임시추진단으로부터 받은 문자. /주민 제공


이미 일부 주민은 동의서를 냈다가 철회하고 있다. 연희동 721-6구역에 20년째 산다는 B씨(74)는 “처음엔 (공공재개발) 내용을 잘 몰라서 동의서를 냈는데 나중에 정확한 내용을 알고 나선 동의서를 반납받았다”면서 “벽에 못도 안 박힐 만큼 튼튼한 아파트를 왜 생돈 들여 뜯어고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올들어 1억원 이상 뛴 빌라값…매물은 실종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연희동 721-6구역을 포함한 공공재개발 후보지 16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투기수요 유입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취지에서다. 지난 1월 발표한 공공재개발 1차 후보지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2년 간 ▲주거지역 18㎡ ▲상업지역 20㎡ ▲공업지역 66㎡를 초과하는 토지를 거래할 경우 실거주·실경영하려는 매수자에 한해서만 토지거래를 허가한다는 방침이었다. 이번 2차 후보지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기준이 발표되지 않았다. 다만 1차 후보지와 똑같은 기준이 적용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원칙적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부동산 거래를 할 때, 관할 구청에서 토지거래허가만 받으면 새 아파트 분양권을 받는 데는 문제가 없다.

연희동 신세계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재개발 지분 가격이 연초 대비 1억원 이상 뛰었지만 지난달 이후 거래가능한 매물이 사라져 시세 파악조차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올 초만 해도 2억원대 미만에 거래되던 빌라(대지지분 30㎡·감정평가액 1억3000만원)가 재개발 소식이 들려오며 3억~3억5000만원으로 뛰었다는 것.

공공재개발 후보지에서는 권리산정일 이후 신축 빌라를 매입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정부는 공공재개발 구역 지분쪼개기(필지분할·토지건물 분리취득·신축) 등으로 조합원이 계속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조합원 입주권을 얻을 수 있는 권리산정일을 2020년 9월 21일로 정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 소장은 “2020년 9월 21일 이후 신축하는 빌라에 대해서만 현금 청산 대상이 되는 만큼 본인이 청산 대상인지 아닌지 잘 확인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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