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되지도 않는 서울은 포기하고 수도권 외곽 청약해라"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1.04.09 04:30
[땅집고]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서울은 공급 물량이 워낙 적고 경쟁도 치열한만큼 무주택자라면 수도권 외곽을 노려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김리영 기자


[땅집고]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이요? 포기하세요.”

올해 하반기부터 정부가 추진 중인 3기 신도시 아파트 사전 청약이 시작된다. 사전청약은 본청약 2~3년 전에 입주자를 미리 선정해 놓는 것이다. 오는 7월 인천 계양을 시작으로 남양주 왕숙·부천 대장·고양 창릉·하남 교산 등지에서 내년까지 총 6만 가구가 사전청약 방식으로 공급될 전망이다.

3기신도시는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분양가격이 시세보다 낮게 책정되는 데다 입지도 좋아 수도권 무주택 실수요자 관심이 높다. 하지만 사전청약 물량이 부동산 시장 기대와 달리 지나치게 적다는 비판도 나온다. 필명 ‘월용이’로 유명한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정부 공급 대책엔 허수가 많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2·4 대책은 주민 동의여부에 따라 공급 물량이 바뀌고, 3기 신도시는 공공임대를 제외하면 분양 물량은 크게 줄어든다”며 “3기 신도시 청약만 믿고 다른 내 집 마련 기회를 등한시 하면 안 된다”고 했다. 박 대표는 ‘35세 인서울 청약의 법칙’ ‘청약 맞춤 수업’ 등 부동산 재테크 책을 쓴 청약 전문가다.

그는 오는 4월30일부터 이틀동안 서울 강남구 코엑스 D홀에서 열리는 ‘2021 대한민국 부동산 트렌드쇼’ 둘째날(5월1일) ‘3기 신도시와 청약지도’를 주제로 강연한다. 박 대표를 만나 주요 내용을 미리 들어봤다.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은 ‘바늘구멍’

[땅집고] 3기 신도시 사전청약 계획. /국토교통부


박 대표는 3기신도시 사전청약 물량이 기대만큼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올 하반기 공급될 3기 신도시 사전청약 전체 물량은 1만2500가구인데 이 중 85%가 특별공급이고 일반분양은 1875가구에 그친다는 것. 그는 “특별공급 자격을 갖춘 대상자는 매우 제한적이고 그나마 수요를 고려하면 물량이 적다”면서 “일반분양은 서울 대규모 아파트 1개 단지 가구 수 정도 밖에 안 된다”고 했다.

공급 물량도 부족하지만 당첨자 선정 방식이 바뀐 것도 문제다. 당초 사전청약 일반공급은 공공분양처럼 순차제 방식을 적용할 예정이었다. 전체 물량 중 15%를 월 납입액(10만원)이 많은 순으로 당첨자를 정하는 것. 지난해 12월 위례신도시 ‘위례포레샤인17단지’의 경우 일반공급 1순위 당첨자의 경우 청약저축액이 최저 2300만원에서 최고 3000만원까지 필요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년 이상 빠지지 않고 월 10만원씩 저축해야 가능한 금액이다.

상대적으로 청약통장 가입기간과 저축액이 적은 젊은층이 불리해지자 정부는 2·4대책에서 공공분양 일반공급 방식을 바꿔 추첨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땅집고]2·4 공급 대책 이후 바뀐 공공분양 일반공급 청약방식. /국토교통부

문제는 국토교통부가 청약예·부금 가입자도 공공분양 일반공급에 신청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 이 경우 추첨제 물량에 사용가능한 청약통장이 청약예·부금까지 추가돼 경쟁률이 크게 높아진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수도권 1순위 청약종합저축통장은 약 748만개, 청약저축은 약 26만개, 청약예금은 약 82만개, 청약부금은 약 11만개였다.

■서울 포기하고 수도권 외곽 청약 노려라

박 대표는 “지금처럼 경쟁이 치열한 청약 시장에서 서울에 거주하는 가점이 낮은 예비 청약자는 서울을 과감히 포기하고 수도권 외곽지역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은평구 거주자라면 경기 파주까지, 노원구에 산다면 경기 양주, 영등포 거주자라면 경기 오산까지, 서울 강남권 거주자라면 경기 광주시까지 범위를 넓혀 청약할 필요가 있다”며 “저금리 정책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데다 정부가 발표하는 공급량이 워낙 미미해 결국 수도권 외곽지역 새 아파트는 가격은 지속적으로 오를 것”이라고 했다.

수도권 외곽 지역은 해당 지역에 일정 기간 동안 거주하지 않아도 1순위 청약 기회를 준다. 경쟁률이 낮아 당첨 가능성도 높다. 올 1월 분양한 ‘양주옥정 더원파크빌리지’는 전용 84㎡ 1순위 해당지역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용인시 처인구에 지난 2월 분양한 ‘힐스테이트 둔전역’도 평균 6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고 일부 주택형은 1순위에서 미달했다.

이 아파트들은 분양가격이 주변 시세와 많게는 1억원 정도 차이났다. ‘양주옥정 더원파크빌리지’ 전용 84㎡ 분양가가 4억1000만원인데, 이곳에서 불과 1㎞ 떨어진 ‘e편한세상어반옥정센트럴’ 전용 84㎡ 실거래가격은 지난해 12월 5억9000만원(19층)이었다. 1억원 정도 차이났다.

[땅집고]분양가 상한제 적용 주택 거주의무기간. /국토교통부


박 대표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은 입주 후 분양가에 따라 반드시 2~5년까지 거주해야 하는 규제가 있는데, 외곽지역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 곳도 많다”며 “당첨 이후 바로 전월세를 놓을 수 있고 시세보다 저렴해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또 “규제지역에선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입주일로부터 6개월 안에 입주해 2년을 실거주해야 하는데, 비규제지역은 이마저도 예외”라고 했다.

[땅집고]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 /국토교통부


■ 내 집 마련 위해 혼인신고 미룬다면…

박 대표는 “결혼했지만 내 집 마련을 위해 혼인 신고를 미룰 때에도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부부가 실거주할 집 1채만 원한다면 내 집 마련에 성공한 뒤 곧장 혼인신고해 부부 공동명의로 보유하는 것이 가장 좋다”며 “하지만 부동산으로 계속 자산을 늘려나갈 계획이라면 부부 각각 집을 1채씩 보유할 때까지 혼인 신고를 미루는 것이 낫다”고 했다.

각각 집이 한 채씩 있던 남녀가 결혼해 2주택이 된 경우 혼인한 날부터 5년 내에 먼저 양도하는 주택은 1세대 1주택으로 간주해 비과세된다. 하지만 혼인신고 후 부부가 각자 명의로 집을 1채씩 구입하면 1가구2주택으로 분류돼 두번째 주택을 구입할 땐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고, 취득세·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도 중과세된다.

박 대표는 “현재로서는 혼인신고를 하면 내 집 마련뿐만 아니라 절세 측면에서 불리한 점이 많다”며 “대부분 국민이 주택으로 자산을 형성하는 만큼 과도한 규제는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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