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품리포트] 신길뉴타운 해제 지역, 도심 공공주택 후보지 포함에 당혹
[땅집고] “이미 민간 재개발을 재추진하기로 마음먹고 주민 75% 동의를 받아 구역 재지정 신청을 마쳤습니다. 도심공공주택 복합지구에 누가 동의하겠습니까.”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31일 ‘도심공공주택 복합지구’ 1차 후보지로 발표한 지역에서 주민 반발이 커지고 있다. 땅집고가 만난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신길뉴타운 해제구역이 대표적이다. 신길뉴타운 2구역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사전에 주민 의견도 물어보지 않고 뭘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도심공공주택 사업을 하면 결국 1년 반 이상 주택 거래만 중단될 게 뻔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 뜬금없는 도심공공주택 사업에 주민들 “어이없다”
지난 5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 2번 출구에서 10여 분쯤 걸어가자, 우신초등학교 앞 신길로 양쪽 골목길로 마을이 보였다. 지상 4층 이하 다가구주택과 단독주택이 모여 있는 신길동 뉴타운 해제 지역이다. 이곳은 신길뉴타운 2·4·15구역으로 사업을 추진하다가 구역 해제됐고, 정부는 최근 도심공공주택 복합개발(이하 도심 공공개발) 선도사업 후보지로 선정했다.
하지만 현지에서 만난 주민들은 대부분 격앙된 상태였다. 뉴타운 해제 이후 민간 재개발을 재추진하기로 마음먹고 있었는데,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에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신길뉴타운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도심공공주택 복합지구가 되면 지난 2월 4일 이후 투자자들은 전부 강제로 현금청산을 당하기 때문에 멀쩡한 땅도 제대로 팔 수 없게 된다”면서 “실제로 정부 발표 이후 매수 문의가 완전히 끊기면서 주민 불만이 크다”고 했다.
신길뉴타운 해제지역 주민들은 최근 민간 재개발을 다시 추진하는 중이었다. 가장 발빠르게 움직인 옛 2구역은 지난해 초 노후도 조사와 75% 주민 동의를 확보해 주민 제안 형태로 구역 재지정을 신청했다. 구청도 이를 받아들여 현재 서울시에 구역 재지정을 위한 사전 타당성 검토를 건의한 상태다. 15구역과 4구역도 지난해 구역 재지정 사전타당성 검토를 신청했다.
현지 주민들은 지난해 초부터 신길뉴타운에 신축 아파트가 속속 입주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민간 재개발에 대한 기대감과 동의율이 크게 높아졌다고 말한다.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주택 시장이 붕괴하면서 개발을 포기했던 주민 대부분이 재개발 찬성으로 돌아섰다는 것. 주민 A씨는 “도심공공주택 후보지로 지정하기 전에 주민 의견을 물어보기만 했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곳곳서 빌라·원룸 신축…“현금 청산 안돼” 사업 반대
최근 신길뉴타운 해제 지역에 들어선 신축 빌라나 원룸 소유자도 도심공공주택 사업에 반대하고 있다. 2·4 대책 발표 이후 신축 주택을 매입했거나 현재 신축 중인 소유자는 아파트 입주권(우선공급권)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사업을 결사 반대하고 있다.
신길뉴타운 해제지역은 현재 장기간 집이 방치돼 구청에서 빈집 관리 중인 노후주택과 구역해제 후 들어선 신축 빌라와 원룸이 뒤섞여 있다. 땅집고가 이 지역을 찾은 지난 5일에도 막바지 공사 중인 빌라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재개발 추진위원회 중심으로 노후도 유지를 위해 신축 허가 반대에 나서고 있지만, 막을 명분은 없다. 15구역에서 원룸을 짓고 있다는 김모(72)씨는 “구역 해제가 되고도 몇 년이 지났는데 언제까지 개발을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면서 “집이 낡아 월세 20만원에도 세를 못 놓아 새로 집을 지었는데, 현금청산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하니 걱정이 크다”고 했다.
■ “시장 교체 후 민간 재개발로 더 쏠릴 수도”…도심공공주택 존폐 위기
뉴타운 해제지역에서는 주민 대부분이 민간 재개발을 원하고 있어 결국 도심공공주택 사업에 필요한 동의율 확보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만약 동의율을 확보하지 못해 사업이 무산되면, 정부가 1년 이상 주민들 사업을 방해한 꼴밖에 안 된다는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신길뉴타운4구역 주민 A씨는 “괜히 1년여 동안 이웃들끼리 불화만 커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신길뉴타운뿐 아니라 이번에 도심공공주택 복합개발 후보지로 선정된 지역에서 주민 반대가 심해 상당수 사업이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특히 서울시장 보궐 선거 이후 민간 재개발 규제가 완화된다면 사업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사업 추진에 급급한 나머지 주민의견 수렴 등 필수적인 절차도 거치지 않고 공공개발 후보지를 발표한 것이 패착이었다”면서 “인허가에 긍정적인 서울시장이 당선되면 대다수 사업지는 민간 재개발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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