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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면 공공재개발 턱없다" 사분오열된 상계3구역

뉴스 장귀용 기자
입력 2021.04.05 03:03

[발품 리포트] 공공재개발 2차 후보지 선정된 상계 3구역

[땅집고] 지난 3월 29일 공공재개발 2차 후보지로 선정된 노원구 상계3구역. /장귀용 기자


[땅집고] 지난 3월 31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지하철 4호선 당고개역 1번 출구를 나와 불암산 방향으로 300m가량을 이동하자, 길가에 다가구·빌라촌이 펼쳐졌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2차 후보지로 선정한 상계3구역이다. 10만4000㎡ 부지를 공공재개발해 1785가구(정부 추정치) 규모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마을 곳곳에는 공공재개발 후보지 선정을 축하하는 서로 다른 ‘공공재개발 추진위’ 명의의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공공재개발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공동시행자로 참여해 법적상한의 120%까지 용적률을 완화하고 인허가 간소화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는 사업이다. 공공재개발을 진행하려면 전체 주민 3분의2 동의를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상계3구역은 현재 추진위가 2곳으로 갈라져 있다. 이와 별개로 지역주택조합 사업도 추진 중이다. 주민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세갈래로 갈라져 있는 셈이다. 후보지로 선정은 됐지만 3분의2 동의율 확보가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 추진위 2개에 지역주택조합까지 난립

[땅집고] 상계3구역은 현재 2개의 추진위원회와 지역주택조합이 난립하고 있다. 공공재개발 후보지 선정 이후 축하 현수막도 각각 내걸었다. /장귀용 기자


상계3구역은 과거 뉴타운 사업이 추진될 때부터 주민들이 두 세력으로 갈라졌다. 주민 의견 대립은 2014년 정비구역이 해제된 후에도 계속됐다. 이 때문에 이 지역에는 현재 2개의 추진위원회가 있다.

상계 3구역은 토지등소유자가 1100여명인데, 2개로 나뉜 추진위가 각각 300~400명의 재개발 동의서를 확보하고 있다. 2개 추진위가 전체 주민 가운데 각각 30% 정도 지지를 받고 있다. 공공재개발을 추진하려면 주민 3분의2(면적 기준 50%)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현재 상태로는 추진위 2개 모두 동의률 확보가 불가능하다.

더구나 2017년에 설립된 지역주택조합도 토지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날도 지역주택조합 관계자들이 2명씩 짝을 이뤄 토지 확보를 위해 동네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지역주택조합은 확보한 토지와 건물에 공공재개발 동의서를 내지 않겠다면서 건물이나 대문 앞에 ‘동의 거부’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뿐만 아니다. 상계3구역에는 가로주택정비사업 추진위까지 별도로 존재한다. 구역 내 상가 소유주는 애초부터 재개발에 반대했다. 주민들 생각이 제각각이어서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가 쉽지 않다. LH와 SH(서울주택도시공사)는 정비계획 수정이 완료되면 이달부터 주민 대상 사업설명회를 열고 동의서를 받을 예정이다. 이때까지 주민 의견을 통일하지 못하면 공공재개발은 무산될 수도 있다.

■ 어떻게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됐나

[땅집고] 상계3구역 동쪽에 위치한 희망촌. 대부분이 무허가 건물이다. /장귀용 기자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애초에 상계3구역이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된 것 자체에 의문이 제기된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유력 후보지였던 한남1구역이 “(공공재개발에 대한) 반대여론이 크다”면서 배제했는데, 한남1구역과 비교하면 상계3구역의 사정은 더 심각하기 때문이다. 한남1구역은 공공재개발 찬성 동의율을 70% 수준까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계3구역에는 또 다른 변수도 있다. 공공재개발 후보지와 이웃한 ‘희망촌’ 때문이다. 희망촌은 상계동 산161-13 일대 7180㎡(8200평)에 형성된 마을로 대부분 무허가 건물이다. 희망촌 진입도로가 상계3구역 한가운데를 지나는 덕릉로126가길 하나뿐이다. 상계3구역을 정비하면서 도로를 확장해야 희망촌 개발도 진행할 수 있다.

노원구와 LH는 희망촌에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진행하려고 하는데, 상계3구역이 제대로 개발되지 않으면 희망촌 개발도 불가능하다. 노원구와 LH는 희망촌을 수용해 공동주택개발 방식을 계획하고 있다. 상계동 주민 A씨는 “희망촌 개선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각종 문제에도 불구하고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했다는 소문이 돈다”고 말했다.

[땅집고] 과거 상계뉴타운 지구단위계획. /장귀용 기자


전문가들은 재개발 과정에서 양분된 추진위를 통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상계3구역은 뉴타운 해제를 거치면서 주민 간 반목이 이어진 데다, 지역주택조합까지 있어 상계3구역, 희망촌 사업까지 두 사업이 모두 정부 뜻대로 진행되기는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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