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현일의 미국&부동산] 팬더믹 이후 달라진 부동산 변화들
시대를 바꿔놨다. 코로나 팬더믹에 대한 평가다. 부동산도 그 중 하나다. 팬더믹 전과 후가 확연히 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커머스(e-commerce) 급성장에 따른 리테일의 세대 교체, 재택근무로 인한 오피스의 진화, 물류센터와 데이터센터의 부상까지 큰 흐름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하지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면 소소한 변화들 중 흥미로운 것들이 많다. 돋보기 안경을 쓰고 코로나 아래 부동산의 색다른 움직임을 살펴본다.
■냉장 시설에도 투자 몰려
어떤 자산이 주목받고 있는가. 다시 말해 무엇이 ‘핫’한가. 최근 이를 주제로 글을 쓴 적도 있다. 주인공은 기관투자자들이 몰리는 물류창고와 데이터센터 등이었다. 하지만 그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형 냉장창고(cold storage warehouse)도 유망한 부동산 자산으로 뜨고 있다. 이유는 물류창고와 비슷하다. 온라인 식료품 쇼핑이 급증한 탓. 이머전(Emergen) 리서치는 세계적으로 대형 냉장창고 건설이 2019년 70억 달러에서 2027년 186억 달러로 2배 이상 급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인앤컴퍼니(Bain & co)에 따르면 2019년 식료품의 약 5%만이 온라인에서 구매됐다. 하지만 작년에 이 비율이 10%로 두 배나 성장했다. 베인은 2025년이면 식료품의 온라인 구매 비중이 12%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렇게 성장이 눈에 보이는데, 부동산 투자가 따라오지 않을 수 없다. 세계에서 가장 큰 냉장 보관시설 회사인 리니지(Lineage)는 최근 여러 기관투자자로부터 19억 달러 펀딩을 받았다. 이를 통해 올해만 21개의 신규 개발과 기존 시설 확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여튼 요즘 창고는 종류를 불문하고 핫하다. 하지만 언제나 단기적으로는 공급 과잉을 우려해 봐야 한다. 벌써 미국 몇몇 도시에서는 신규 웨어하우스 공급이 넘쳐 임대료 하락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드라이브-스루 각광
요즘 상업용 건물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 시작한 시설이 있다. 지금까지는 별로 중요하게 생각치 않았던 드라이브-스루(drive-through) 라인이다. 이게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임대료에도 큰 차이를 보인다.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은 팬더믹으로 드라이브 스루가 부동산 투자자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팬더믹 이래 푸드홀이나 식당은 큰 타격을 받았지만, 드라이브 스루가 잘 갖춰진 패스트푸드 매장은 오히려 매출 증가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쉐이크쉑도 올해 건설 중인 올랜도 매장에 드라이브 스루를 처음 적용하기도 했다.
스타벅스도 작년 12월 올해 800개 신규 매장 확장 계획을 발표하며 도심보다 드라이브 스루 시설을 갖춘 외곽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타벅스에 따르면 드라이브 스루를 가진 매장이 지난해 4분기 약 절반의 스타벅스 순매출을 창출했다. 이는 팬더믹 이전보다 10% 이상 높아진 것이다.
이에 따라 부동산 투자자들도 드라이브 스루를 눈여겨볼 수밖에 없게 됐다. 월스트리트 저널과 인터뷰한 한 부동산 개발업자는 드라이브 스루가 있는 경우 없는 건물 대비 임대료가 10~20%쯤 높다고 전했다. 드라이브 스루가 있는 건물이 가치가 높은 다른 이유도 있다. 바로 신규 개발에는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조닝 변경, 교통 체증, 공기 오염 같은 문제를 고려해야 하고, 주변 비즈니스와 마찰도 감수해야 한다.
■호텔에 자동차 구매 파이낸싱 도입
팬덕믹 아래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부동산은 바로 호텔이다. 실적이 추락한 지 1년이 넘어가다 보니, 슬슬 도심에 위치한 호텔 매물을 중심으로 시장에 흘러나오고 있다. 소유주와 대출 은행들이 자산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단기간에 회복이 어려운 자산을 시장에 내놓고 있는 것. 하지만 매각이 쉽지 않다. 매입자가 은행에서 담보 대출을 받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대출 이자를 충분히 충당할 만큼 수익이 나지 않아 정상적인 방법으로 대출을 받는 것이 어렵다.
하지만 언제나 우회로는 존재한다. 호텔 인수에도 미국에서 신차를 살 때나 볼 수 있는 ‘셀러 파이낸싱’(seller financing)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보통 호텔을 인수할 때는 인수자가 은행담보대출을 받아 전체 금액을 한 번에 판매자에게 지불한다. 이 방법이 여의치 않자 구매자가 호텔 가격의 일부만 지불하고 나머지는 판매자가 낮은 이자의 대출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다. 판매자로선 최악의 경우 다시 자산을 가져올 각오까지 하는 것이다. 물론 판매 가격을 높이는 부수적 장점도 있다. 지난해 12월 달라스 인근 248개 객실을 가진 힐튼 호텔도 판매자가 총 가격의 75%를 인수자에게 대출로 제공했다. 앞으로 마켓이 정상화되기 전까지 이런 형태의 거래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코로나 팬더믹이 부동산 시장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 확실치 않다.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현상이 더 심화할지 아니면 약화할지, 혹은 생각지 못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낼지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는 점. 냉장 창고시설과 드라이브 스루 등 이런 조그만 변화에도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