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준(準) 강남’으로 불리며 인기가 높던 경기 과천시 주택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과천시 아파트 전세금은 지난해 12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낙폭을 키우고 있다. 매매가격 상승세도 확연히 꺾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과천시 아파트 전세금은 작년 12월부터 넉달 연속 내렸다. 이 기간 누적 변동률이 -0.41%로 전국에서 하락폭이 가장 컸다. 작년 12월 -0.1%를 시작으로 올 3월 둘째주에는 0.19% 하락해 낙폭이 점차 커지고 있다. 매매가격은 아직 상승 중이지만 폭은 확연히 줄었다. 지난 2월1일 0.29% 상승했지만, 3월 첫주에는 0.19%, 셋째주는 0.10% 상승하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과천 주택 시장이 3가지 위기를 동시에 겪고 있다고 진단한다. ①청약 광풍을 몰고 왔던 과천 새 아파트 청약이 일단락되며 청약 대기 수요가 빠져 나간 것 ②최근 1년 사이 집중된 아파트 입주 폭탄 ③강남 주변으로 과천만큼 접근성 좋은 신도시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수도권 교통 수단 발달로 강남 접근성이 좋은 경기도 지역이 크게 늘어나면서 과천이 ‘준 강남’이란 수식어를 떼어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약 대기수요 빠진 과천…전세금 2억원 ‘뚝’
과천에서 지난해 신규 분양한 아파트는 대박을 터뜨렸다. 지난해 11월 청약한 과천 지식정보타운 3개 단지 1100가구 분양에는 모두 47만명이 몰렸다. 이로 인해 과천 전세 시장에는 새 아파트 청약을 노리는 세입자들이 많았다. 2019년까지만해도 청약 1순위 해당지역 우선 공급 자격을 얻을 수 있는 거주의무 기간이 1년으로 짧았다. 청약을 위해 과천으로 이사해 1년만 버티면 1순위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과천에서는 이제 신규 분양 물량이 거의 소진됐다. 과천지식정보타운은 S8블록(659가구)을 제외하고 청약이 모두 끝났다. 이 아파트 역시 1순위 거주 의무 기간을 채우려면 이미 이사를 마쳤어야 한다. 청약을 위해 과천으로 이사할 필요가 사라진 것이다.
전세 시장은 곧장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작년 2월 9억5000만원(11층)에 전세 거래된 과천 중앙동 ‘래미안에코팰리스’ 84㎡(이하 전용면적) 전세금은 올 2월 8000만원 정도 낮은 8억7000만원(9층)에 계약됐다. 별양동 ‘래미안과천센트럴스위트’ 59㎡는 지난해 12월 전세금이 9억5000만원(24층)까지 치솟았으나 올해 1월 8억원(9층)에 실거래됐다.
과천에는 지난해부터 대규모 아파트 입주도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작년 4월 중앙동 '과천 푸르지오써밋'(1571가구)에 이어 12월엔 부림동 '과천센트럴 파크푸르지오써밋'(1317가구)이 입주를 시작했다. 올해도 1월 '과천 위버필드'(2128가구)를 시작으로 오는 11월 '과천 자이'(2099가구)도 준공 예정이다. 4개 아파트만 합쳐도 7115가구로 2019년 통계청 기준 과천 전체 주택 수(1만8218가구)의 39%에 달한다.
■지하철 뚫리면 하남·성남·남양주도 준강남?
과천 주택 시장이 직면한 보다 근본적인 위기는 최근 2~3년간 수도권 동부권에 과천을 대체할 만한 신도시가 늘어났다는 점이다. 그간 과천시는 수도권에서 강남 접근성이 가장 우수한 지역으로 주목받았다. 과천에서 강남 업무지구까지 지하철 4호선 등 대중교통으로 3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다. 관공서가 몰려있고, 유해시설도 많지 않아 주거 환경도 우수하다.
하지만 최근 과천이 독점하던 ‘준강남’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도권 동부지역 택지지구에서 나올 주택은 총 27만여 가구에 이른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서 약 3만가구 규모 재건축 단지를 비롯해 ▲하남 미사지구(3만6000가구) ▲성남 구도심(4만가구) ▲위례신도시(4만6000가구) ▲하남 감일지구(1만3000가구) ▲하남 교산지구(3만2000가구) ▲남양주 왕숙지구(6만6000가구) ▲성남 복정1·2지구(5500가구)가 각각 조성될 예정이다.
이 지역엔 각종 철도 사업이 계획되면서 과천처럼 강남까지 30~40분 이내에 이동이 가능해졌다. 이달 27일부터 5호선은 하남시 미사지구 하남검단산역까지 연장된다. 미사지구에서 강남역까지 가려면 1시간이 훌쩍 넘었지만, 5호선 개통으로 40여분으로 이동 시간이 단축됐다.
특히 하남 감일지구나 교산·왕숙신도시에는 교통망 확충 계획이 잇따르면서 구리, 남양주까지 강남 접근성이 좋아질 전망이다. 하남 감일·교산지구를 거쳐 하남시청역까지 연장되는 3호선 연장선이 놓이고, 8호선과 9호선 연장선이 개통하면 구리시 중심 주택가에서 8호선으로 강남까지 40여분, 남양주 왕숙지구에서 약 1시간 이내에 강남까지 이동할 수 있게 된다. 위례신도시에는 현재 전철 노선이 없지만 위례신사선(2022년 착공 예정)이 완공하면 위례에서 강남 신사역(3호선)까지 30분만에 환승 없이 이동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동부지역 주택 공급 속도 조절에 실패하면 수도권 전체 집값이 하락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난해 말부터 강동구에 재건축 아파트 입주가 늘면서 그 영향이 동남권 전체 전세금에 영향을 끼쳤다”며 “수도권 동부권에 집중된 3기 신도시에서 한꺼번에 물량이 쏟아지면 전세금은 물론 매매가격까지 한 번에 떨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 그래서 세금이 도대체 얼마야? 2021년 전국 모든 아파트 재산세·종부세 땅집고 앱에서 공개. ☞클릭! 땅집고 앱에서 우리집 세금 바로 확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