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역세권 투자? 하남·양주·별내 연장선은 피해라

뉴스 장귀용 기자
입력 2021.03.28 08:46

[땅집고] 최근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등 대중 교통수단이 집값에 큰 영향을 주면서, 역세권 투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땅집고에서는 올해 2월 출간된 ‘대한민국 역세권 투자지도’의 저자인 표찬 하우에스테이트 대표를 만나 역세권 투자 전략에 대해 물어봤다. 표찬 대표는 동명기술공업공단 철도사업본부에서 12년간 철도계획 업무를 맡았다. 표 대표는 “역세권 투자는 정부 추진 계획에 따라 개발 시기를 예측하고, 가치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투자의 첫 걸음”이라고 말했다.

■승객 수요 파악부터…목적지가 어디인지도 중요

[땅집고] 서울지하철 노선도. /네이버


표 대표는 역세권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승객 수요’를 꼽았다. 표 대표는 “서울·수도권에만 22개 노선이 있고, 환승역까지 640개역이 있다”면서 “이 가운데 이른바 트리플 역세권이나 더블 역세권이라고 다 좋은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역을 이용하는 승객의 숫자가 얼마나 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 그는 “예컨대 같은 1호선이라고 해도 서울역에서 출발한 열차의 도달 횟수가 광운대역은 186회, 의정부는 112회, 동두천은 55회로 차이가 커 역마다 수요가 다르다”고 말했다.

[땅집고] 수도권 1호선 소요산 방면의 정차역별 하루 열차 운행 횟수./서울교통공사, 네이버, 정리=표찬(밴더빌트)


그는 전철역을 분석할 때 역 자체 수요를 파악하는 동시에 해당 노선의 목적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강남이나 여의도, 종로 등 주요 업무지구나 상업기능이 발달한 역으로 연결되는 노선이 파급력이 크다. 표 대표는 “2·5호선, 신분당선처럼 주요 업무지구로 연결된 노선들은 고정 수요가 확보된다는 점에서 유리하다”면서 “이런 역들은 현재 수요가 적더라도 개발이 진행되면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로 연결되지 않는 지역선이나 경전철은 한계가 있다. 너무 많은 지역을 돌아가는 노선도 일정구간을 넘어서면 수요가 유지되지 않는다고 했다. 표 대표는 “의정부경전철이나 용인경전철은 노선이 짧고 서울로 연결되지 않는다”면서 “여기에 수송 인원도 중전철 대비 10분의 1 수준에 그쳐 역세권이라도 상대적으로 투자가치가 떨어진다”고 했다.

■ 2·5·7·9호선 중 이용객 적은 곳 주목

[땅집고] 수도권 광역전철 역별 1일 하차 인원 순위. /자료=서울교통공사, 정리=표찬


표찬 대표가 꼽은 주목해야 할 역세권은 어디일까. 그는 “노선 중요도는 큰데 자체 수요가 많지 않은 곳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2‧5‧7‧9호선 등 주요 노선 중 상대적으로 유동인구(이용객 수)가 적은 역이 개발 여력이 크다”고 했다.

이유가 뭘까. 최근 정부의 역세권 개발과 관련이 깊다. 표 대표는 “노선이 좋은데 수요가 적은 지역은 용적률 제한 탓에 저층 상가나 주거낙후지역이 많다”면서 “그런데 최근 정부가 역세권 개발로 용적률을 700%까지 높여주겠다고 하면서 개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열차 운행 횟수도 중요한 요소다. 출퇴근 시간에는 최소 5분 간격으로 열차가 다녀야 한다. 주요 지역을 연결하는 노선이라도 배차가 안되면 역세권 가치가 떨어진다. 5호선 하남연장선이나 7호선 양주연장선, 8호선 별내연장선 등이 대표적이다.

표 대표는 “출퇴근 시간에는 5분 간격 이내, 평소에는 10분 간격으로 열차가 다녀야 한다. 이 기준으로 보면 하루 120대 이상을 운영하는 노선이어야 편의성이 확보된다”면서 “경의중앙선이나 경춘선, 서해선 등 하루 100회 미만 운행 노선은 파급력이 약하다”고 했다.

■단계별 투자 적정성 파악해야…“GTX는 이제 시작”

기존 노선이 아닌 추가 노선의 경우 사업추진 단계별로 투자 적절성을 판단해야 한다. 지하철과 철도 특성상 추진 단계에 따라 집값에 반영되는 정도가 다르다. 지하철이나 철도는 구상단계와 계획단계, 추진단계로 나뉜다. 국가철도망계획에 포함되거나 한국개발연구원(KDI) 타당성조사가 진행되는 것이 구상단계다. 이후 기본계획이 고시되면 사업이 본격화한다.

이 단계에서는 투자금 대비 이익이 가장 크지만 변수도 많다. 표 대표는 “구상단계나 계획단계에서는 추후 계획이 변경되거나 지연될 가능성이 있어 위험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면서 “단기적으로 집값에 영향을 주지만 변수가 많은 시기”라고 했다.

계획이 확정되면 사업인정고시가 이뤄진다. 사업을 본격 준비하는 단계다. 이후 실시계획에서 예산 투입을 논의하게 된다. 기대감이 집값에 가장 많이 반영이 되는 시기다. 표 대표는 “실시계획을 준비하는 단계에 이르면 지자체나 국토부에서 공청회 등이 열리면서 내용이 상당히 구체화된다”면서 “다만 사업마다 각종 지연요소가 발생할 수 있어 판단을 잘해야 한다”고 했다.

[땅집고]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노선도. /이지은 기자


아직 공사 초기인 GTX-A노선과 계획단계인 다른 GTX 노선은 앞으로 집값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지하철에 비해 높은 요금과 외곽으로 갈수록 줄어드는 배차는 고려해야 할 요소라고 말했다. 표 대표는 “GTX는 A노선과 C노선이 환승하는 삼성역 인근 개발 이슈들이 아직 계획단계에 머무르고 있다”면서 “두 노선이 빨라야 2026~2028년은 돼야 개통할 것이라고 보여진다. 여기에 추가역을 어디로 지정하느냐도 아직 남아있는 변수다. 이 때문에 집값에 대한 영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표 대표는 “역세권 투자는 예산 계획 등을 통해 예정 노선이나 역세권 개발 정보를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다만 역이나 지하철, 철도 노선은 부동산 투자를 결정하는 데 있어 여러 요소 중 하나일 뿐이기 때문에 전체 부동산 흐름과 함께 고려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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