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읽는 부동산] ① ‘1가구 1주택’은 모두를 행복하게 할까
[땅집고] 지난해 12월,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가구 1주택 보유·거주, 무주택·실거주자 우선 공급, 자산 증식 및 투기 목적 활용 금지 등 주거 정의 3원칙을 규정한 주거기본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검토 중으로 여당 내에서도 논란이 많지만, ‘1가구 1주택’을 법으로 명문화하려는 첫 시도로 기록될 것이다.
진 의원은 ‘1가구 1주택’이 실현되면 집 걱정 없이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정말 ‘1가구 1주택’이 모두를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주택을 더 안 짓게 되고, 임대료는 더 오른다
진 의원은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이 1995년 74%에서 2018년 104%까지 올라갔지만 자가점유율은 같은 시기 54%에서 58%로 4%포인트만 올라갔음을 지적하며 주택을 더 지어도 다주택자 배만 불린다고 했다. 그러나 한 가지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현재 무주택자인 전체 가구 40% 정도는 현실적으로 주택을 구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주택을 아무리 보급해도 자가점유율이 60% 이상으로 올라가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이 계층이 구입할 수 있는 상당히 저렴한 주택을 지어야 한다면, 수익성이 낮아 어떤 건설사도 집을 지을 수 없다. 여기서 필요한 부분이 공공부문 주택 건설이다. 그러나 전 국민의 약 40%에게 주택을 전부 지어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주택을 지어도 다주택자에게만 돌아간다”는 주장은 이런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오히려 주택을 더 지어서 능력이 되는 계층이 이를 사고 임대한다면 주택 구입 여력이 안되는 계층의 주거 불안이 일정 부분 해소된다. 나머지 40% 무주택 계층의 주거 불안을 공공이 해소해줄 수 없다면 민간 임대업자가 필요한 것이다.
1가구 1주택의 맹점은 주택구입능력이 안되는 계층이 구입 가능한 수준의 주택을 짓는다면 수익성 문제로 주택을 건설하려는 주체가 없어진다는 점이다. 이는 오히려 주택 공급을 급감시켜 40%에 해당하는 임차인의 주거비만 상승시킨다. 설령 지을 수 있다고 해도 굉장히 저품질의 주택만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
② 주거 이전의 자유가 사라진다.
‘1가구 1주택’이 갖는 또 다른 문제점은 이사가기 어렵다는 점이다. 1가구 1주택 시대가 도래하면 집을 사고 파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고, 당연히 이사하기 어려워진다. 그러면 현재 보유한 집에서 먼 곳에 직장을 잡을 수 없게 된다.
궁극적으로 국가 경제에 큰 타격을 준다. 예컨대 경기 성남 판교테크노밸리에 취업하고 싶은 우수한 IT 개발자라면 현실적으로 판교에 출퇴근이 가능한 거리에 살고 있어야 취업이 가능하다. 그런데 ‘1가구 1주택’ 시대가 된다면 이사하기가 어렵다. 만약 그 개발자가 판교와 먼 곳에 살고 있다면 판교테크노밸리 취업을 포기해야 한다. 판교테크노밸리 입장에서는 우수 인재를 활용할 기회를 놓치는 것이고, IT 개발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놓치는 셈이다.
주거 이전의 자유가 제약되는 1가구 1주택 시대는 이렇듯 인재의 적재적소 배치를 가로막아 국가 경쟁력을 훼손시킨다. 더 나은 직장, 더 나은 주거지로 올라가려는 상향 욕망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욕구의 발현이며 경제 발전 원동력이다. 이런 욕망을 실현할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결국 그 사회는 정체의 길을 걷게 된다.
③수많은 부동산 산업 종사자는 일자리를 잃는다.
수익성이 떨어져 저품질의 주택만 지어야 하거나 아예 짓지 못할 경우 건설업이 큰 타격을 입는다. 뿐만 아니라 주거 이전의 자유가 훼손되어 이사를 다니기 힘들어지면 이사업이, 거래가 급감해 중개수수료 수입이 급감하는 부동산 중개업 종사자가 각각 힘들어진다. 이는 또 다른 실업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④ 지역별 양극화는 더 심화된다
1가구 1주택만 갖게 될 경우 다주택자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핵심지로의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상대적으로 입지가 떨어지는 주택을 정리하는 대신 좋은 입지를 가진 ‘똘똘한 한 채’에 집중할 것이다. 1가구 1주택이 제도화되면 서울·수도권 핵심지, 지방 광역시에 다시 한번 집값 상승 동력을 제공할 것이다. 임대차3법도, 1가구 1주택 제도화도 상대적으로 주택 구입 여력이 부족한 계층을 배려하려는 의도겠지만 실제 그 부작용에 대해서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정책의 부작용은 오롯이 국민들이 지기 때문이다. /글=삼토시(강승우), 정리=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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