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기자시각]대통령 말처럼 법대로 했는데…LH 직원은 투기?

뉴스 장귀용 기자
입력 2021.03.18 17:02
[땅집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SNS에 올린 사저 의혹 관련 글. /문재인 대통령 SNS 캡쳐


[땅집고] “모든 절차는 법대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SNS(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이다. 퇴임 후 내려가 거주할 경남 양산 사저(私邸) 부지에 포함된 농지 매입과 관련한 해명이었다. 이날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투기 의혹으로 국민 분노가 절정에 달했다. 심지어 이날 오전에는 전직 LH 본부장이 “국민께 죄송하다”며 극단적 선택을 해 충격을 줬다. 그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이날 오후 올린 글은 의혹 제기에 분노하고 ‘법대로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내용이었다. 그러자, 문 대통령 계정이 해킹당한 것 아니냐는 반응마저 나왔다.

농지법 제6조 1항은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고 돼 있다. 농사 지을 사람만 살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영농계획서라고 불리는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취득한 땅에서는 실제 농사를 지어야 한다. 해당 지자체 공무원이 농지를 둘러보는 방식으로 검증한다.

문 대통령 내외와 대통령 경호처는 지난해 4월29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에 약 14억7000만원을 들여 토지 3800㎡를 샀다. 이 가운데 일부가 농지다. 문 대통령은 이 영농계획서에 자신이 11년 영농경력을 보유했으며, 유실수(과일 생산 목적의 나무)를 재배하겠다고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의 “모든 절차를 법대로 진행하고 있다”는 말은 사실이다. 영농계획서는 농사 지을 계획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만 하면 쉽게 발급된다. 문 대통령이 텃밭에서 작물을 가꿨기 때문에 영농 경력 11년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애매하지만 애초에 그런 것은 필요하지도 않다. 청와대로부터372㎞ 떨어진 사저 부지에서 실제 농사를 짓기는 어려웠겠지만 농지 불법 전용이 적발된 적은 없다. 농사를 짓는다며 실제로는 창고로 이용하는 등 명백한 경우가 아니면 적발되지 않기 때문이다. 거주지와 농지간 거리를 규정한 ‘통작거리’ 규정은 1994년 농지법 제정 때 없어졌다. 그리고 이 땅은 지난 1월20일 농지를 대지(垈地)로 바꾸는 전용(轉用) 허가를 받았고 농지보전부담금을 납부했다. 법을 어긴 것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현행 농지법은 ‘경자유전’(耕者有田)이라는 원칙(헌법 121조)을 실천하지 못하는 유명무실한 법이 된지 오래다. 토지 투자 전문가인 B씨는 “농지 취득시 영농계획서나 농지취득자격증명은 사실상 형식적인 절차이며, 취득 후 실제 영농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공무원이 적발하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실제 신도시 투기 의혹을 받는 LH 직원은 농사 지을 생각도 없으면서 영농계획서를 제출해 농지를 취득했다. 여기에 묘목을 심어 농사를 짓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문 대통령 말대로 모든 절차를 법대로 진행했다.

야당과 많은 국민이 연일 문 대통령 사저 부지 매입 과정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문 대통령이 사저를 지어 시세 차익을 노렸다고 보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이들이 분노하는 것은 허술한 농지법 탓에 투기꾼들이 신도시 토지 등에 손쉽게 투기할 수 있었고, 그들이 ‘법대로 진행했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이다.

“허술한 농지법을 개정해 투기에 악용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제 자신의 농지 매입 과정도 돌아보고 반성하겠습니다.” 땅 투기에 분노하고 좌절한 국민들은 이날 대통령으로부터 이런 말을 듣고 싶어했던 게 아닐까.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장귀용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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