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정부가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지난해 대비 19% 올리기로 하자, 주택 소유자들 사이에는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쏟아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공시가격 산정 기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시세 상승률과 비교해 터무니없이 많이 오른 데다 지역별 편차 역시 심각하다는 이유에서다. 공시가격 산정기준이 시세인지, 실거래가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우선 지난해 집값 상승률과 비교한 공시가격 상승률은 지역에 따라 들쭉날쭉하다. 지난해 12월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전국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작년 전국 주택 매매가격 연간 상승률은 5.36%다. 이에 반해 공시가격은 올해 19.08% 올라 상승폭이 3.5배 차이났다.
그런데 지난해 집값 상승률 44.93%로 전국 1위였던 세종시는 공시가격 상승률은 70.68%로 절대숫자는 높지만 그 격차는 2배가 안됐다.
같은 서울에서도 지역마다 시세 상승률과 공시가격 상승률에 편차가 컸다. 고가 주택 공시가격은 시세 반영률을 더 빠르게 올리겠다는 정부 발표와 정반대로, 강남구의 인상률(13%)보다 노원구의 인상률(34%)이 훨씬 높았다. ▲성북구(28.01%) ▲강동구(27.25%) ▲동대문구(26.81%) ▲도봉구(26.19%) ▲성동구(25.27%) 등 서울 강북권 공시 가격 인상폭은 대부분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반면 고가주택이 많은 강남은 공시가격이 13% 정도 올랐다.
서울 강북지역은 집값이 덜 올랐는데도 공시가격은 큰 폭으로 올랐다. 서울 25개구 가운데 지난해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노원구로 4.74%였다. 올해 노원구 공시가격 상승률은 34%를 넘었다. 집값과 공시가격 상승률 격차가 7배에 달한다.
정부는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하며 “작년 말 아파트 시세에 올해 현실화율을 반영해 공시가격을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밝힌 공시가격 시세 반영률은 지난해 69%, 올해 70.2%다. 1.2%포인트 상승한 시세 반영률로는 시세 상승률보다 최대 20배 정도 높은 공시가격 상승률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결국 올해 공시가격 산출에 참고한 아파트 시세는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시세보다 훨씬 크게 올랐다는 뜻이다. 국토교통부는 이 차이를 “시세 조사 방식의 차이 때문”이라고 했다. 신광호 국토부 부동산평가과장은 땅집고 통화에서 “부동산원은 표본 아파트의 가격 변동률을 평균 내고, 공시가격 변동률은 총액의 변동을 비율로 계산한다”며 “올해 공시가격 변동률의 경우 일부 고가 아파트의 가격 변동을 크게 반영해 변동률이 크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정부가 공시가격 산출의 기준이 되는 아파트 시세나 시세 반영 비율을 공개하지 않아 매번 같은 혼란이 발생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공시가격 산출 기준이 되는 아파트 시세가 무엇을 기준으로, 어떻게 조사했는지 공개한 적이 없다. 현실화율 역시 가격대별, 전체 평균과 목표 수치만 공개됐을 뿐, 지역별·개별 아파트 단위로는 공개하지 않는다. 신 과장은 “현재 기준 시세와 현실화율은 지역별·개별 아파트마다 차이가 커서 반발 우려가 있어 공개하지 않는다”며 “공시가격 현실화 목표가 이를 형평성 있게 맞추는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세금 확보를 위해 지나치게 공시가격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세무전문가는 “최근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해 세수가 줄어든 반면, 예산 규모가 큰 각종 사업에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는 등 지출을 크게 늘렸다”면서 “공시가격을 현실화한다는 명분 아래 세수를 늘리려 한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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