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처음에는 임대 기간을 5년으로 하는 상가임대차계약서를 작성했는데, 이후에 주인과 합의해 다시 2년짜리 계약서를 썼습니다. 2년이 지나서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했더니 건물주가 ‘두 번째 작성한 계약은 이면계약’이라며 보증금을 주지 못하겠다며 버팁니다. 두 번째 계약이 허위로 작성한 이면계약은 아니었는데요. 이 경우 보증금 반환소송을 하면 이길 수 있을까요.”
건물주와 임차인이 세금 문제 등 여러 이유로 상가임대차계약서를 서로 다른 내용으로 여러 번 작성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문제는 어떤 계약서가 진짜인지를 두고 건물주와 임차인이 다툼을 벌이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 대표적인 것이 계약 기간인데, 결국엔 보증금 반환 시기를 둘러싸고 의견 차이가 발생해 전세보증금 반환소송 등 법적 분쟁이 발생한다. 전세보증금 반환소송이란 계약기간이 끝난 임차인이 건물주 상대로 전세금을 돌려달라고 청구하는 소송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연도별 전세금 반환소송 건수는 ▲2017년 3577건 ▲2018년 4181건 ▲2019년 5703건 등 매년 늘고 있다.
부동산 전문변호사들은 여러 개의 계약서 중 진짜 계약서가 무엇인지 가리는 것을 쟁점으로 보증금 반환소송이 진행되는 경우, 통상 가장 마지막에 작성한 계약서가 기준이 된다고 말한다. 실제로 건물주가 ‘나중에 작성된 계약서는 허위계약’이라고 주장했다가 보증금 반환소송에서 패소한 대법원 판례가 있다(대법원 2017다17603 선고). 세입자 A씨와 건물주 B씨는 임대차기간을 5년으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계약 기간을 약간씩 다른 내용으로 적은 임대차계약서 4개를 차례로 작성했다. 이 중에는 계약기간을 8년으로 연장하는 계약서도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계약서의 계약 기간은 5년으로 돼있었다.
세입자A씨는 마지막 계약서에 따라 5년 후 세입자에게 임대차기간이 끝났다며 건물주 B씨에게 전세금을 돌려달라 요청했다. 그러나 B씨는 ‘마지막 계약은 허위 작성된 이면계약 아니냐’라며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고 맞섰다. 결국 이 사건은 소송으로 번졌다. 대법원은 “하나의 법률관계를 둘러싸고 각기 다른 내용을 정한 여러 개의 계약서가 순차로 작성되어 있고, 여러 개의 계약서에 따른 법률관계 등이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다면 원칙적으로 나중에 작성된 계약서에서 정한 대로 계약 내용이 변경되었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라고 판결했다. 즉 법률 관계가 명확치 않다면 마지막 계약서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결론이다. 마지막 계약서가 허위계약임을 명확히 입증하지 못한 B씨는 A씨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엄정숙 변호사(법도종합법률사무소)는 “전세금 반환소송에선 입증이 중요하다. 최대한 자료를 모아봐도 계약 쌍방간 어떤 계약서를 진짜로 정했는지에 대한 입증이 힘들 경우, 마지막 계약서가 기준이 되니 이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며 “마지막 계약서가 허위임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있다면 앞선 계약서가 기준이 된다”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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