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3기신도시 땅 투기 의혹 사태로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을 지휘할 콘트롤타워(지휘부)가 사실상 공백 상태에 빠져들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미 사의를 표명했고, 4월 초에는 경질이 유력하다. 주택 공급 정책의 쌍두마차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도 수장이 없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놓인 LH는 이번 사태를 수습할 차기 사장 선정 작업이 원점으로 돌아간 상태다. SH도 현재 사장 직무대행 체제다.
2·4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남은 임기 안에 반드시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던 문재인 정부의 계획은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LH 사장 선정 원점으로…SH는 직무대행 체제
국토부는 지난 12일 LH 임원추천위원회에 사장 후보자 재추천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작년 말부터 사장 공모를 진행했지만, 신청 후보자 중 현 LH 상황에 엄중하게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춘 적격자가 없다는 판단을 내려 재추천 절차를 추진하게 됐다”고 했다.
이번 조치는 의외였다. 이미 복수의 LH 사장 후보자들이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 심사를 통과했고, 국토부는 최종 후보자에 대해 청와대 제청을 앞두고 마지막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차기 LH 사장에는 김세용 SH 사장 직무대행이 내정됐다는 소문이 많았다. 김 대행은 SH 전 사장으로, 문재인 정부 주택공급 정책과 공공 재개발·재건축 등에 긍정적인 소위 ‘변창흠 라인’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LH 사태가 터지면서 김 대행이 다주택자인데다 수십억원대 부동산 자산가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낙마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변창흠 장관도 이미 사의를 밝혀 LH 사장 자리는 한동안 계속 공석으로 남게 됐다. 시한부인 변 장관이 LH 사장 후보를 청와대에 임명 제청하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변 장관은 LH 사태 책임을 지고 2·4 대책 후속 입법 기초작업까지만 수행하고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4월 초 장관 교체를 예상하고 있다.
SH도 비슷하다. 서울시 산하기관인 SH 사장은 서울시장이 임명하는데, 오는 4월 보궐선거 이후 새 사장이 임명될 예정이다. 현재는 김 전 사장이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국토부와 LH, SH 등 공공기관 주도로 부동산 공급책에 드라이브를 걸던 정부는 그야말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격’이 돼버린 셈이다.
■ 후속입법 이달 중 힘들듯…2·4대책 차질 우려
부동산 정책 지휘부가 사라지면서 정부가 추진 중인 2·4 공급대책을 이끌고 갈 동력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정부·여당은 당초 3월 중 2·4 대책 후속 법안을 통과시키고 시행령 개정 등 준비를 거쳐 6월 전에 시행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이 법안들은 지난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도 되지 못했다. 국회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LH 등 공공이 주도하는 개발 방식이 주된 내용인 2·4 대책 후속 입법을 서두르는 것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LH에 대한 국민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이어서 LH가 주도하는 개발 방식을 설득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달 중 2·4 대책에서 발표한 공공주도 개발 방식 후보지를 일부라도 발표한다는 계획이지만 흥행을 장담할 수 없다.
남은 국토위 일정을 감안했을 때 이달 중 상정도 불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때문에 본격적인 입법 추진은 적어도 공직자 신도시 투기 의혹 사건 결과가 나오고 LH의 조직 개편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 후속 조치가 마련되고 나서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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