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토지 투기 의혹 여파로 공공이 시행자로 참여하는 ‘공공 직접시행’ 방식 정비사업 마저도 위기를 맞고 있다. 사업 참여를 고민하던 토지주들 사이에 공공기관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지면서 민간 사업으로 급격히 선회하는 모습이다.
서울 양천구 목3동 가로주택정비사업지는 최근까지 긍정적으로 검토하던 공공직접시행 참여를 완전히 배제하기로 결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이곳은 정부가 2·4대책으로 도입한 공공직접시행 방식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왔다. 그러나 LH직원들의 신도시 예정지 투기 의혹이 터지면서 토지주들 사이에서 다시 민간 사업으로 선회하자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목3동 가로주택사업지 주민 A씨는 “안 그래도 토지·주택 소유권과 사업 주도권을 LH로 넘기는 데 대해 반감이 컸다”며 “공공 이익보다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고 완전히 마음을 접었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등촌2동 소규모 정비사업단지, 강동구 천호동과 송파구 송파동 일대 가로주택사업지도 비슷한 이유로 공공주도사업을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다른 소규모주택정비사업 단지들도 공공주도방식에 회의적인 분위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지 중에는 2·4 대책 발표 직후부터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을 거부하는 곳이 많았다. 노원구 상계동 일대 주공아파트는 최근 안전진단 통과 후 일찌감치 ‘민간 재건축’ 방식을 확정했다. 경기 광명시 하안주공3단지도 ‘민간 재건축 진행’을 현수막으로 내걸었다.
공공주도 정비사업은 LH 등 공공기관이 토지소유권을 넘겨받고 용적률 완화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다. 하지만 공공에 시행권을 넘기면서 조합이 해산되고 결국 전적으로 공공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공공주도 정비사업에서 기존 조합원들은 시공사 브랜드만 정할 수 있다. 용적률 같은 인센티브를 아무리 줘도 공공기관에 모든 주도권을 넘기는 방식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
업계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공공주도 사업에 대한 반감이 더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 아파트 재건축 조합원은 “LH 직원 투기 의혹이 불거진 후 공공주도사업을 추진하자는 의견을 제시하던 주민들이 함부로 주장을 꺼낼 수도 없게 됐다”고 말했다.
LH에 토지를 수용당하는 신도시 토지주들은 아예 보상 협의를 거부하고 지구 지정을 철회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3기 신도시 등 전국 65개 공공택지 토지 소유주가 모인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는 “신도시 등을 조성하며 민간 토지주의 사유재산을 헐값에 가져가던 LH가 스스로는 땅 투기를 일삼았다”며 “정부가 LH 주도의 택지 개발을 강행한다면, 토지 보상 거부 활동에 돌입하겠다”고 했다.
토지주들이 보상 거부 운동에 들어간다면 지금까지 발표한 3기 신도시 6곳, 24만 가구 공급에 당장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는 2025년부터 3기 신도시 입주가 시작된다고 했지만, 토지주 반발로 보상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첫 삽조차 뜨기 어렵다. 토지 컨설팅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수도권 택지개발 사업이 ‘올스톱’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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