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는 수도권 외곽 지역의 서울 접근성을 크게 높여줄 노선이란 점에서 수도권 주민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3개 노선 중 경기 파주 운정과 화성 동탄을 연결하는 GTX-A가 2019년 6월 가장 먼저 착공했지만, 언제 개통할지 아직도 불투명하다. 공사 현장에서 유적이 발견되는 등 개통 일정이 계속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GTX-A노선의 강남권 핵심 정차역인 삼성역도 설계 변경 등으로 제때 개통이 불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경기 양주~수원을 잇는 GTX-C 노선이 최근 사업 추진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현재 민간사업자 공모를 진행중인데 이르면 올 연말쯤 공사를 시작할 전망이다. GTX-C노선은 A노선보다 기존 선로를 이용하는 구간이 많아 공사가 훨씬 수월하기 때문에, 일부 전문가 사이에선 C노선이 2년 앞서 착공한 A노선보다 먼저 개통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GTX-A, 시작도 늦었는데…곳곳에 암초
2019년 6월 공사를 시작한 A노선은 공사 과정에서 각종 암초에 부딪치고 있다. A노선 개통 목표는 2023년이었다. 2018년 말 착공 후 예상 공사기간을 60개월로 잡았다. 하지만 실제 A노선 착공은 2019년 6월30일로, 예상보다 반 년 늦게 공사를 시작했다. 공사 진행 속도도 더디다. 건설업계는 정부가 당초 발표한 2023년 개통은 어떤 수를 써도 안 된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광화문 인근 A노선 환기구 공사 현장에서 조선시대 문화재가 대거 발견됐다. 문화재청이 보존 결정을 내리면서 공사가 중단돼 있다. 문화재 보존결정이 내려지면 보존형태와 방식을 결정하기 전까지 공사를 멈춰야 한다. 지난해 12월 말 땅집고가 이 사실을 처음 보도했을 당시 시공사인 DL이앤씨(옛 대림산업) 측은 “2개월 내 유적발굴이 완료되고, 곧 공사를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사 중단 3개월 째에 접어드는 지금도 공사 중단 상태다. 유적발굴을 담당한 중앙문화재연구원과 시공사인 DL이앤씨에 따르면, 유적 완전 발굴과 해체까지는 2~3개월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공사는 문화재 발굴이 완료된 후 재개된다.
☞관련기사 2020년12월31일자 땅집고 [단독] GTX-A 5공구 공사 무기한 중단…유적 보존 결정
악재는 또 있다. A노선 공사 현장에서 맹꽁이·저어새 등 멸종 위기종이 발견돼 공사를 중단하고 환경조사를 진행하거나, 주민 민원에 가로막혀 사업이 지연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A노선 공정률은 3월 현재 약5%로, 계획보다 20% 정도 늦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 공정률로만 계산해도 A노선 개통이 빨라도 2025년 말은 지나야 가능하다고 평가한다. 토목업계 관계자는 “현재 공정률로 미루어보면 2023년 개통은 커녕 2025년 개통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면서 “여기에 문화재 발굴 등의 변수로 인한 공사 중단은 무기한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 속도 내는 GTX-C…기존 선로 구간 이용, 공사 수월
GTX-C노선은 연장 74.2㎞로 총 추정 사업비는 4조3857억원이다. 민간 자본으로 건설한 후 국가에 기부채납하고 운영수입으로 투자비를 회수하는 BTO(Build Transfer Operate) 방식이다. 운영 기간은 40년이다.
GTX-C노선은 2018년 12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고, 2019년 5월 민자 적격성 조사도 끝났다. 올 4월까지 민자사업자 공모를 진행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5월에 우선협상자를 선정하고 계약을 체결하면, 연내 착공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목표 개통 시기는 2026년이다.
GTX-C 노선 공사가 수월하다고 평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존 선로를 이용하는 구간이 많기 때문이다. 지상 철로를 이용하는 경원선 덕정~창동 구간과 경부선 금정~수원 구간, 지하철로인 과천선 과천~금정구간이다. C노선은 당초 계획 단계에서 모든 선로를 새로 설치하려 했지만 비용 대비 편익(B/C) 분석 값이 0.66으로 낮게 나오자 대부분 구간을 기존 철로를 사용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서울 시내 신설 구간도 변수가 적다. 창동역에서 청량리역을 거쳐 삼성역~양재역~과천역~금정역으로 이어지는 신설 구간도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철로가 대부분 영동대로와 남부순환로 등 기존 도로 지하에 짓기 때문이다. 이 경우 환기구 설치를 위한 별도의 토지확보를 할 필요가 없고, 주변 주민들로부터 각종 민원에서도 자유롭다. 현재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지하구간에서만 민원이 제기되고 있지만, 국토부에서 자체 전략환경평가를 거쳐 노선변경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건설업계에서도 GTX-C노선이 공사 지연 가능성도 낮고, 리스크가 적어 수주 경쟁이 치열하다. 건설사들은 컨소시엄 구성부터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하며 막판 협상을 진행 중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시공능력평가순위 10위권 업체들이 모두 사업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참여가 유력한 업체로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DL이앤씨(옛 대림산업) ▲GS건설 ▲대우건설 ▲SK건설 등이 거론되고 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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