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B·C노선이 점차 속도를 내면서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그 중에서도 GTX-B 노선은 특히 그동안 서울 접근성이 떨어졌던 인천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중이다. GTX-B는 인천 송도국제업무지구역에서 출발해 여의도, 용산, 서울역을 거쳐 남양주시 마석역까지 이어지며, 이르면 2022년쯤 착공할 예정이다. GTX-B노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특히 많은 관심을 받는 지역이 인천 구도심에 속하는 인천 남동구 구월동 일대다.
인천 남동구 집값은 지난 2월부터 급격히 오르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인천 남동구 집값은 2월 셋째주 0.48% 오른 데 이어, 2월 넷째주에는 0.72% 상승했다. 3월 매매가 상승률은 0.99%로 KB 조사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땅집고가 방문한 현지에서는 GTX-B 노선과 가까운 구월동을 중심으로 교통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극에 달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동안 별 관심을 받지 못했던 곳인 만큼 집값이 여전히 저렴한 편이라 인천 일대 실수요자와 투자자들로부터 관심이 높다.
■ 인천 지역 주민들만 관심있던 구월동 GTX-B노선으로 서울 수요도 집중
인천 남동구 구월동은 인천 지하철 1·2호선이 지나는 인천시청역 일대에 있다. 시청과 교육청 등 관공서가 있고 롯데백화점·종합터미널을 갖춘 전형적인 구도심이다. 구월동 일대는 각각 2005~2007년, 2014년에 걸쳐 합계 약 2만여 가구 대규모로 재건축 아파트가 들어섰다. 인천시 내에서 새 아파트가 대규모로 들어선 몇 안 되는 지역이다.
하지만 주거지로서는 인기가 높지 않았다. 인접한 연수구에 송도신도시가 대대적으로 개발됐고, 제2경인고속도로나 공항철도 등 서울로 접근하는 새 교통 수단을 이용하기 어려운 위치였기 때문이다. 구월동에서 서울시청이나 강남역까지 가려면 지하철로만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작년 1월 까지만 해도 집값이 전용 84㎡ 기준 3억8000만~4억원에 불과해 같은 시기 인천 연수구 송도동 아파트보다 3억~4억원 정도 저렴했다.
GTX-B 노선은 인천에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남동구 인천시청역에 정차할 예정이다. 특히 인천시청역에 GTX-B가 정차하면 남동구 구월동의 가장 큰 약점인 서울 접근성을 크게 개선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인천시청역에서 여의도까지 16분, 용산까지 20분이면 이동할 수 있다.
■ 1억~1억5000만원 갭투자 가능…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신축 아파트 밀집지역
구월동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는 ‘구월힐스테이트’다. 인천시청역에서 한 정거장 떨어진 인천2호선 석천사거리역 역세권이다. 인천시청역까지 걸어가도 10분이면 도착한다. 이 아파트 전용 115㎡는 지난달 7억3300만원 팔려 한 달 만에 1억원이 올랐다. 현재 호가는 7억7000만~8억원 정도인데 거래는 잘 이뤄지지 않는다.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집값이 이렇게 단기간에 급등한 것은 처음이라 놀란 매수자들이 거래를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GTX-B 호재가 새로운 것은 아니었던 만큼, 이때 단기간 집값이 급등한 것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서울이나 인천 연수구, 부평구, 서구 등 다른 지역의 집값 급등이 뒤늦게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추측한다. 김학렬 스마트튜브부동산연구소소장은 “작년 한 해 서울뿐만 아니라 송도나 부평구 등 인천 주요 지역에서도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는 동안 구월동 일대 아파트값이 상대적으로 변동이 적었다”며 “교통 호재가 있는 대단지 역세권 아파트를 찾던 투자자·실수요자들이 일시에 몰리며 집값이 한번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지에서는 특히 투자자들이 구월동 일대 매매가와 전세금의 차이(갭)가 적은 아파트들을 집중 매수했다고 본다. 구월 롯데힐스테이트로부터 700m쯤 떨어진 입주 5년차 ‘아시아드선수촌’ 아파트 단지들이 그런 경우다. 이 아파트들의 84㎡ 전세금은 4억~4억5000만원 정도, 매매가는 5억~6억원대다. 1억~1억5000만원으로 갭투자가 가능하다. ‘구월아시아드센트럴자이’ 84㎡는 지난 6일 6억 5000만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썼다. 역시 한달 사이 1억원이 오른 금액이다. ‘구월아시아드센트럴자이’ 인근 구월동자이공인중개사사무소 김세연 대표는 “청약을 노려보다가 연달아 실패한 젊은 층이 투자 목적으로 구매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정비사업도 활발…10년 후 빛 발할 지역
인천시청역 북쪽의 간석동 일대에는 노후 빌라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재개발 투자가 활발하다. 대표적인 곳이 지난해 8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상인천초교구역’, ‘간석성락구역’과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다복마을구역’ 등이다. 특히 ‘상인천초교구역’은 남동구 재개발 사업지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총 2568가구(일반분양 2438가구)가 들어서며 포스코건설과 한화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에 따르면 대지지분이 약 33㎡(약 10평) 정도인 상인천구역 노후 빌라의 총 매매가격은 감정평가금액(6000만~1억5000만원)에 웃돈 약 3억원을 포함해 총 3억~4억원 선이다. 업계에서는 이 구역의 84㎡ 조합원 분양가가 약 2억원대에 나올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 경우 총 5억원(조합원 분양가+웃돈) 정도 투자하면 84㎡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인근 새 아파트인 ‘구월지웰 푸르지오시티’(2020년 12월 입주) 84㎡ 분양권 실거래 가격은 6억원대 후반이라 입주권을 얻게 되면 시세차익은 적어도 1억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인천의 GTX-B노선 개통 시기과 정비사업 완료 기간이 맞물려 향후 인천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고 봤다. 박합수 KB부동산연구위원은 “인천은 송도, 청라, 영종 등 택지지구 개발이 완료됐고 3기신도시인 계양신도시도 추진 중인데다 지금은 내부적으로 정비 사업이 활성화되고 있다”며 “게다가 GTX-B노선이 놓이고, 7호선이 부평·석남역까지 연장돼 서울 교통편도 개선하면서 인천 전역이 이제야 상승 국면에 접어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남동구 일대 집값이 단기간 급등한 상태라 단기 차익보다는 장기 투자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많다. GTX-B노선 개통하기까지 기간이 한참 남은 데다 인근 미추홀구 일대에서도 대규모 공급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김학렬 소장은 “GTX–B 노선이 착공하기 전까지는 서울 출퇴근이 어려운만큼 인천 거주자들의 수요만으로 집값이 오르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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