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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3개월 밀리면 퇴거" 건물주가 동의서 내민다면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1.03.10 13:44 수정 2021.03.10 14:25


[땅집고] 서울에서 식당을 처음으로 개업하려는 A씨. 마음에 드는 상가 점포를 발견해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려는데, 건물주가 “월세를 3개월 이상 밀리면 퇴거 조치하는 내용으로 ‘제소 전 화해’ 동의서를 쓰자”라고 요청했다. A씨는 대체 제소 전 화해가 무엇인지, 건물주가 임차인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계약을 체결하자고 하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태산이다.

‘제소 전 화해(提訴前和解)’란 민사 분쟁이 발생할 경우 제소(소송)를 하기 전 화해를 한다는 뜻으로, 서로 약속을 잘 지키겠다는 조서를 작성해 법원 판사 앞에서 확인받는 제도다. 분쟁 상황이 발생하기 전 미리 당사자 간에 합의를 해 놓는 제도다. 별다른 소송 없이도 즉시 판결문과 같은 효력을 내기 때문에, 제소 전 화해에서 정한 약속을 위반할 경우 조서를 근거로 강제집행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임차인이 3개월 연속으로 월세를 체납했을 경우 명도 소송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퇴거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화재 조서를 작성해 놓는 것이다. 이런 조서가 있으면 월세 연체가 3개월 이상 진행 됐을 경우 건물주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명도 소송 과정을 건너 뛰고 임차인에 대해서 퇴거 조치를 할 수 있게 된다. 통상 건물주나 상가 주인이 계약 조건으로 제소 전 화해 조서 작성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세입자 입장에선 건물주의 제소 전 화해 요구가 두려울 수 있다. 대부분 임차인들이 제소 전 화해를 낯설어할 뿐 아니라, 계약상 우위인 건물주가 임차인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조서를 작성하자고 강요하는 것일까봐 우려하는 것이다. 지난해 대법원의 2020 사법연감 자료에 따르면 연도별 제소전 화해 사건은 ▲2017년 1만983건 ▲2018년 1만907건 ▲2019년 1만415건 등 매년 1만 건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별로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이 2565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으며, 이어 수원지방법원이 1845건으로 2위였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은 임차인들이 제소 전 화해 제도를 무조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건물주가 제소 전 화해 조서 작성을 요구해도 임차인이 조서 내용에 대해 동의하지 않으면 성립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엄정숙 법도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는 “2011년부터 올해 초까지 총 2185건의 제소 전 화해 법률상담을 진행했는데, 이 중 임차인의 동의 없는 성립 건수는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또 제소 전 화해 내용이 현행 법규를 위반한 내용을 담고 있다면 화해가 성립하지 않는다.


참고로 제소 전 화해 조서 작성 절차는 다음과 같다. 당사자들이 지방법원에 제소 전 화해 신청서를 제출하면 ▲신청서 송달 ▲심리기일 지정 및 통지 ▲재판 ▲화해성립 ▲화해조서 송달 순으로 이뤄진다. 이때 강행법규에 위반하는 내용으로 제소 전 화해할 경우 법관이 해당 조항을 제외·변경해 모든 당사자들이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어 임차인이 월세 납부를 지연할 때 건물주가 법에서 정하고 있는 이자율 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하더라도, 이 내용은 현재 법규 위반으로 조서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제소 전 화해 조서를 작성하면 건물주나 상가 주인 입장에서 소송 기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어 효율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임차인 입장에서 냉정하게 따려보면 좋을 것은 없다. 그럼에도, 임차인이 해당 건물이나 상가에 반드시 입주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제소 전 화해 조서 작성해야 하는데, 그때는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고 대응하면 된다. 엄 변호사는 “임차인은 조서 내용을 살펴보고 내용상 강행법규를 위반한 내용이 없는지 혹은, 임대차계약서와 다른 내용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라며 “내용상 문제가 있다면 임대인에게 이의 제기하고, 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 제소전 화해 절차에 동의하지 않으면 조서가 불성립하므로 너무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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