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 은평구 응암2구역 재개발조합이 조합장에게 신축 아파트 1가구를 시세의 절반 가격에 성과급으로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조합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9일 은평구청과 응암제2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원들에 따르면 조합장 A씨에게 조합 신축 아파트인 ‘녹번역e편한세상캐슬아파트’ 보류지 14가구 중 1가구를 1차 일반분양가에 제공하는 방안이 최근 대의원회를 통과해 총회 안건으로 상정됐다. 보류지란 사업 시행자인 재건축·재개발조합이 분양 대상자(조합원)의 지분 누락·착오 발생이나 향후 소송 등에 대비해 여분으로 남겨주는 주택을 말한다.
총회 날짜는 미정이다. 전체 조합원 1500여명이 참여하는 투표에서 과반이 찬성하면 조합장이 ‘녹번역e편한세상캐슬아파트’ 한 채를 추가로 분양받을 수 있게 된다. 조합장 A씨에게 배정한 아파트는 34평형(110.659㎡)이며 ‘로얄층’으로 꼽히는 16층 주택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동·면적, 비슷한 층의 주택의 1차 일반분양가는 5억9390만원이었다. 실거래가는 지난해 11월말 12억원이었고, 현재 호가는 15억원 수준이다. 즉 A씨가 얻을 분양가 대비 시세 차익은 9억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조합이 이 같은 방안을 추진하자 일반 조합원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은평구청 홈페이지 ‘구청장에게 바란다’ 공개 민원게시판에는 응암2구역 조합장의 보류지 취득을 막아달라는 내용의 게시글이 10여건 정도 올라와 있다. 한 조합원은 “만약 (조합장이 가져갈 주택을) 다른 보류지들처럼 일반 공개입찰로 매각할 경우 10억원 이상에 낙찰될 것이다. 조합의 공동 재산을 시세의 반값도 안 되는 가격에 조합장에게 처분하는 것은 배임”이라며 “A씨가 지난 10여년 동안 조합장을 맡으면서 매년 적지 않은 기본급과 상여금을 받아왔으므로, 이미 금전적인 보상은 충분하다”라고 했다.
조합원들은 현재 보류지 처분과 관련한 법규 미비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79조는 ‘사업시행자는 분양신청을 받은 후 잔여분이 있는 경우 정관 등 또는 사업시행계획으로 정하는 목적을 위해 그 잔여분을 보류지로 정하거나 조합원 또는 토지 등 소유자 이외의 자에게 분양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 처분 방법은 정해져 있지 않다. 이에 서울시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44조에 보류지를 적격 대상자에게 처분한 후 잔여분이 있는 경우 공개 경쟁입찰 방식을 따르도록 정했지만, 해당 조항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 이 때문에 재개발·재건축 조합장이나 임원이 보류지를 특혜 분양받은 사례가 앞서 은평구 녹번 1-1구역(힐스테이트 녹번) 등 여러 차례 있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보류지를 임의 처분하는 관행을 막으려고 조례를 만들긴 했으나 강제할 방법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은평구청 관계자는 “법령상 보류지 처분 권한은 조합이 갖고 있기 때문에, 총회에서 의결되면 행정청에서 개입할 수 없다”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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