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품리포트] GTX-B 호재에 재건축 시동까지…들썩이는 부천 중동
[땅집고] 지하철 7호선 신중동역 4번 출구를 나서면 지은 지 20년 넘은 주공아파트들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경기도 부천시 중동신도시다. 7호선 상동역과 부천시청역, 신중동역 중심으로 아파트 5만 5000여 가구가 입주해 있다. 분당·일산 등과 함께 개발한 수도권 1기 신도시 중 하나다.
1990년대 중반 입주한 중동신도시는 사실상 30년째 가까이 집값이 크게 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중동신도시 일대 집값이 심상치 않다. 재건축 등 각종 개발 기대감으로 지역 전체가 들썩이는 분위기다. 실제 중동신도시 일대 대부분 아파트는 3~5년 후에 재건축 가능연한이 된다. 뿐만 아니다. 대형 교통 호재도 있다. 이르면 2027년쯤 부천종합운동장역에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B노선이 들어서는 것.
■용적률 따라 리모델링 vs 재건축 갈림길
중동신도시 일대 집값 상승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은 재건축 이슈다. 실제 이 지역 아파트들은 대부분 1993~1996년에 지었다. 재건축 가능 연한인 30년까지 3~5년 남은 것. 부천시는 다른 신도시와 달리 조례로 따로 용적률 제한을 두지 않고 법적 상한까지 적용한다. 중동신도시 일대 아파트들은 대부분 용적률 300%까지 허용되는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 있다. 따라서 현재 용적률이 200%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재건축 추진이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현지에선 재건축에 대한 주민들 생각이 단지마다 제각각이다. 7호선 상동역과 부천시청역 인근 단지들은 대부분 리모델링을 우선 고려하고 있다. 한아름마을 1차부터 금강마을·반달마을·한라마을·포도마을·은하마을 등이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이 단지들은 현재 용적률이 210~230% 정도로 상대적으로 높다. 이 때문에 재건축을 하는데 드는 비용과 시간 대비 효용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정한 것이다. 재건축에 필요한 안전진단과 인허가도 리모델링보다 까다롭다. 리모델링은 안전진단 B등급만 받아도 사업추진이 가능하지만, 재건축은 안전진단 D등급을 받아도 정밀검사를 해야 한다.
반면 신중동역 인근 단지들은 재건축으로 기울어져 있다. 용적률이 193%와 198%로 비교적 낮은 중흥마을주공 6단지와 설악마을은 재건축 추진 주민 모임도 만들었다. 중흥마을 신동아아파트와 두산극동마을은 용적률이 220% 안팎으로 별동증축 리모델링 추진 주민모임이 활동 중이다.
신중동역 인근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신중동역 일대 아파트는 리모델링보다 재건축하자는 의견이 우세하다”면서 “특히 설악마을과 같은 경우 건물 해체와 안전진단 통과가 RC(철근콘크리트)보다 쉬운 PC(precast concrete)공법으로 지어져 재건축 비용이 크지 않다는 평가가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PC 공법은 골조를 세우고 미리 만들어 둔 콘크리트 자재를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 부천종합운동장역에 GTX-B 정차…교통 개선 기대
중동신도시 일대에는 또 다른 호재도 있다. 바로 2027년 개통 목표로 추진 중인 GTX-B노선이 부천종합운동장역을 지난다. 이 역에는 2023년이 되면 대곡~소사선(서해선 연장)도 정차한다.
부천종합운동장역은 주변이 준공업지역이어서 주거단지 조성이 어렵다. 이 때문에 부천종합운동장역에서 2~3개 역 정도 떨어진 중동신도시가 교통 혜택을 집중적으로 볼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부천시청역에서 부천종합운동장역까지는 5분쯤 걸린다. 부천종합운동장역에서 GTX-B로 갈아타면 서울 용산까지 15~20분이면 이동할 수 있게 된다.
부천시는 부천종합운동장역 일대에 역세권 융복합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5만2000㎡ 규모 연구개발(R&D) 시설과 11만6000㎡ 규모 스포츠‧문화시설을 건설할 예정이다. 부천시 관계자는 “부천종합운동장역 역세권 개발은 올 1월 실시계획인가를 받았고 이달 말 보상 공고를 할 예정”이라고 2일 밝혔다.
■전용 59㎡ 두 달 만에 1억 이상 올라
각종 개발 호재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중동신도시 일대 집값은 빠르게 오르고 있다. 중흥마을 주공아파트에서 가장 넓은 전용 59㎡는 지난해 12월 3억9000만원에 실거래됐다. 현재 호가는 4억3000만~4억5000만원까지 올랐다. GTX-B노선 확정 발표 전인 2018년 5월까지 2억6000만~2억9000만원에 거래되던 아파트다.
부천시청역 인근 중대형 아파트 가격은 더 많이 뛰었다. 은하마을 대우동부 전용 101㎡는 지난해 12월 6억1500만원에 거래됐지만, 두 달 만에 1억3500만원 오른 7억5000만원에 실거래됐다.
현지 공인중개사무소들에 따르면 중동신도시 일대 중대형 아파트 호가가 계속 오르면서 집주인이 가격을 올리거나, 매물을 회수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올 1~2월 전용 59㎡ 이상 아파트 실거래는 거의 중단됐다. 반면 전용 37·39㎡ 등 소형은 손바뀜이 많았다. 중동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소형 주택은 1억9000만~2억2000만원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해 개발 호재를 노린 투자성 거래가 많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GTX-B노선 개통 전후로 중동신도시 일대 리모델링이나 재건축이 본격 추진되면 집값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중동신도시 일대는 최근 몇 년 간 신규 분양 아파트 경쟁률이 높았고, 가격도 오르는 추세”라면서 “GTX호재가 있는 7호선 주변 아파트가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에 돌입한다면 당연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지금 서울과 수도권 개발 가능 지역과 신규 택지는 투기 의혹 사건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면서 “공급난이 장기화되면, 재건축 이슈가 있는 중동신도시 등이 대안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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