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에서 아파트 가격이 가장 높은 동네는 어디일까. 지난해 12월 말 KB국민은행 평균 매매시세 자료에 의하면 기준 면적당 매매 시세가 가장 높은 지역은 서초구 반포동이다. 1평(3.3㎡)당 7845만원이다. 아파트 1채당 평균 매매거래 가격이 가장 높은 곳은 강남구 압구정동이었다. 무려 29억9000만원으로, 반포동(26억3000만원)보다 3억3000만원이나 비쌌다.
위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단위 면적당 매매시세와 1채당 평균 거래 가격에는 간극이 있다. 2020년 아파트 1채당 평균 매매가격 상위 5개 지역에는 용산구(용산동 5가 22억4000만원·서빙고동 21억9000만원)에 속한 동이 2곳이나 있었지만, 단위 면적당 매매시세 기준으로 보면 강남구와 서초구 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지역별 1채당 평균 매매거래 가격을 발표하지 않는다. 해당 통계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거나, 의미는 있더라도 위화감을 조장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인 듯하다. 하지만 미국에선 지역별 평균 매매거래 가격 통계를 아주 중요하게 평가한다. 현재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비교적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지표라고 보는 것이다. 매매 시세로는 해당 지역 주택가격의 평균만을 알 수 있는 반면, 구체적인 거래금액을 통해서는 현재 어떤 지역의 어떤 상품이 가장 주목받고 있는지 파악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실리콘밸리 부촌 ‘애서튼’, 평균 78억으로 미국 1위
그럼 미국에서 주택가격이 가장 높은 지역은 어디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뉴욕 맨해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오답이다. 맨해튼은 면적당 시세가 높은 곳이지, 1채당 거래가격이 가장 높은 곳은 아니다.
미국의 부동산정보업체 ‘프로퍼티 샤크(PropertyShark)’가 2020년 미국에서 거래된 주택가격을 우편번호 단위별로 분류한 결과 캘리포니아주의 애서튼(Atherton)이 1위였다. 주택 실거래가의 평균이 700만달러(약78억원)에 달한다. 애서튼은 미국 실리콘밸리 교외 부촌으로, IT 업종 호황의 가장 큰 수혜를 받고 있다고 꼽히는 지역이다.
2위는 뉴욕 사가포낙(Sagaponack)이 약43억473만원이다. 애서튼의 55% 수준이다. 이어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Santa Monica)와 베벌리힐스(Beverly Hills)가 약 41억6500만원으로 공동 3위다. 반면 뉴욕시는 사상 처음으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애서튼은 프로퍼티샤크 조사에서 4년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애서튼의 사례를 통해 집값을 좌우하는 요소가 바로 ‘일자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021년 1월 초 기준으로 미국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 톱 5’ 기업은 모두 IT 회사다. 세계 주식시장 시가총액으로 범위를 넓혀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기업인 ‘아람코(ARAMCO)’가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나머지 4개 기업은 모두 IT 업종이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 1위는 미국 최대 석유회사인 ‘엑슨모빌(ExxonMobil)’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 가정용품 제조업체 ‘P&G’와 종합가전기업 ‘GE’는 현재 10위권 밖으로 사라졌다.
■“판교·마곡 등 고급 일자리 많은 곳이 집값 바로미터”
게임·IT·바이오 일자리가 미국 주식시장을 지배할 뿐 아니라 집값까지 좌우하는 현상은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으로 미래 주택가격은 고급 일자리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즉 직주근접이 집값의 가장 강력한 변수가 될 거라는 얘기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20년 12월 서울 상위 20%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최초로 20억원을 돌파했다. ‘누가 이런 비싼 집을 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최근 고급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자산가가 증가하고 있는 점을 간과하면 안된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에 의하면 2010년 이후 지난 10년 동안 한국 부자는 매년 9.2%씩 증가하고 있다. 같은 기간 한국 전체 인구가 매년 0.5%, 경제 규모가 4.2% 각각 성장한 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부자 수가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 우리나라에서 미국의 ‘애서튼’이 될 지역은 어디일까. 경기도에서는 판교, 서울에서는 마곡이 꼽힌다. 판교테크노밸리와 마곡지구는 고급 일자리가 넘쳐나는 곳이다. 판교에는 게임·IT기업이 몰려 있으며 앞으로 제 2·3판교테크노밸리가 개발될 예정이다. 마곡지구에는 R&D·바이오기업이 주로 입점해 있다. 현재는 전체의 30% 정도 인력만 입점한 상태지만, 향후 개발 완료하면 총 16만5000명이 마곡에 근무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판교와 마곡은 미국 애서튼처럼 안정적인 고급 일자리를 기반으로 집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서 애서튼이 맨해튼 집값을 추월한 것처럼 앞으로 판교·마곡이 강남 아파트 가격을 넘어설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현재보다 더 주목받는 지역이 될 것임은 확실하다. 부동산 투자자들은 이제부터라도 미래 고급 일자리가 어디에 생기는지를 미리 점검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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