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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벅도 버거킹도 다 떠났다…폭삭 무너진 홍대 상권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1.03.05 04:45

[벼랑 끝 상권] 홍대합정 상가 공실률 급증…다섯 곳 중 한 곳 꼴로 비어

[땅집고] 서울 지하철 홍대입구역 인근 '버거킹 홍대역점'이 있던 상가. 지난해 8월 폐점한 이후 지금까지 공실이다. /이지은 기자


[땅집고] 지난달 25일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9번 출구로 나오자 지상 4층짜리 상가 건물 1~2층이 텅 비어있었다. 이른바 ‘약속의 성지(聖地)’로 불리며 늘 인파로 북적거렸던 패스트푸드 매장 버거킹 홍대역점이 있었다가, 지난해 8월 폐업한 이후 6개월 넘게 공실이다. 홍익대 정문 바로 앞에 있던 ‘스타벅스’ 매장도 견디지 못하고 떠났다. 뿐만 아니다. 스타벅스 주변에서 홍대 상권의 랜드마크 역할을 했던 ‘다이소’, ‘맥도날드’, ‘아리따움’ 등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들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초까지 줄줄이 문을 닫았다.

홍익대 인근 대로변 상황도 마찬가지다. ‘태화프라자’ 상가에는 1층 점포 6개 중 ‘홍익부동산’, ‘커피나무’, ‘헝그리타이거’, ‘세븐일레븐’ 등 4곳이 모두 문을 닫았다. 출입문에 간판을 뗀 자국만 덩그렇게 남아 있다. 홍대 인근에 사는 이모(28)씨는 “원래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는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인파가 몰렸던 곳인데, 이렇게 망해버렸다니 충격”이라고 했다.

[땅집고]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충격적인 홍대 상권 근황'이라는 글이 화제다. 방문객이 많기로 꼽혔던 다이소를 비롯해 맥도날드, 버거킹, 에뛰드하우스, 아리따움 등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줄줄이 폐점했다. /이지은 기자


[땅집고] 홍대에서 합정으로 이어지는 골목길 상가 1~2층이 통째로 비어 있다. /이지은 기자


그동안 서울 대형 상권 중 젊은층에게 가장 인기가 높았던 홍대 상권이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던 식당·카페·술집 대부분이 경기 침체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다. 홍대클럽거리 주변에는 ‘임대 문의’ 현수막을 붙인 건물이 10곳 중 6~7곳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데다 비싼 임대료, 프랜차이즈 위주의 업종 구성, 골목상권의 유행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일각에서는 코로나 사태가 끝나도 홍대 상권이 옛 모습을 찾기 어려울 것이란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비대면 수업에 집합금지 명령까지…더는 못 버텨”

홍대 상권의 공실률은 심각하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홍대합정 상권 공실률은 19.2%로 나타났다. 직전 분기(9.2%) 대비 공실률이 세 달만에 두 배 이상 뛰었다. 같은 기간 서울 평균 공실률 추이(5.7%→7.5%)와 비교해도 높다. 이 기간 홍대 상권보다 공실률 증가 속도가 빠르거나 공실률이 높은 곳은 이태원(30.3% → 34.9%)과 명동(28.5% → 41.2%) 밖에 없었다.

[땅집고] 2020년 홍대합정 상권 공실률 추이. /이지은 기자


홍대 상권이 무너진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코로나 발(發) 불경기다. 홍대 상권은 대학가 특성상 주점·유흥업소·공연장처럼 젊은 층이 주 고객인 업소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대학교가 비대면 수업을 실시한데다 밤 9시·5인이상 영업제한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손님 발길이 끊어진 것. 유명 대학가 상권 대부분이 홍대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세대·이화여대·서강대를 포함하는 신촌이나 성균관대·서울여대 캠퍼스를 끼고 있는 혜화 상권이 대표적이다.

[땅집고] 홍대입구 한 상가에 지난해 12월 영업 종료 안내문이 붙어있다. /이지은 기자


■경쟁 상권에 수요 뺏겨…비싼 월세는 그대로

전문가들은 홍대 상권의 진짜 위기는 코로나가 아니라 시장 트렌드의 근본적인 변화라고 분석한다. 최근 젊은층 중심으로 이른바 ‘힙’한 가게를 찾아다니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특색있는 골목 상권이 뜨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이 몰려 있는 홍대보다 특색있고 재미난 개별 점포가 많은 연남동·연희동 등지로 상권의 무게 추가 이동했다는 것이다.

높은 임대료도 큰 부담이다. 현재 홍대입구역 9번 출구쪽 1층 상가 기준으로 ▲71㎡ 점포가 보증금 3억원에 월세 1500만원 ▲122㎡ 점포기 보증금 2억원에 월세 2500만원 ▲ 326㎡ 점포가 보증금 5억원에 월세 5000만원 등에 매물로 나와 있다. 마포구 서교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1~2년 전만 해도 최소 5000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씩 권리금이 붙었던 점포가 이제는 권리금이 없다”면서 “그런데도 임대료는 요지부동이어서 임대 문의조차 거의 없다”고 했다.

[땅집고] 홍대클럽거리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무권리' 글자가 적힌 매물 안내문이 붙어있다. 전단이 걸린지 오래돼 글자 색이 바랜 상태다. /이지은 기자


2018년 개정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탓에 임대료 조정이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이 법에 따라 한 번 임대차 계약을 맺으면 세입자들이 최소 10년간 상가를 점유할 수 있어 보증금은 깎아줘도 월세를 낮추는 건물주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권강수 상가의신 대표는 “요즘 같은 불경기에 서울 상권 중에서도 임대료가 비싼 축에 속하는 홍대·합정 상가 월세를 감당할 수 있는 자영업자는 드물 것”이라며 “대형 프랜차이즈도 하나 둘씩 문을 닫는 상황을 감안하면 홍대 상권 공실이 채워지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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