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정부에서 중개수수료를 조정한다고 해서 복비가 좀 낮아지는 줄 알았더니, 오히려 더 올라가네요. 좀 황당하네요”
지난 9일 국민권익위원회가 ‘주택중개보수 요율체계 및 중개서비스’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 국토교통부와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에 권고한 이후 주택 시장에서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권익위는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고가 아파트가 많아졌다는 이유로 9억원 초과 중개 수수료율 상한을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개편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2억원 이상 9억원 미만에 해당하는 중개 수수료율이 오히려 오르는 구조라는 것이 뒤늦게 주택 시장 소비자들 사이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 10억원 아파트 거래시 400만원 줄고, 6억 미만은 60만원 늘어나
권익위가 제시한 권고안 중 제1안은 매매의 경우 6억원 미만은 0.5%, 6억~9억원은 0.6%로 조정하고 9억원 이상은 세부적으로 5단계로 나누도록 돼 있다. 매매가격 9억원이 넘는 구간에서는 특히 고가 아파트로 갈수록 수수료율도 크게 줄어든다. 2안 역시 이와 거의 같지만 고가주택 거래 구간에서 공인중개사와 거래당사자 간 협의를 통해 중개보수 비용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권익위가 제안한 1안 또는 2안이 도입되면 10억원 아파트를 매매할 때 현재 최대 900만원인 중개 수수료가 550만원으로 39% 내려간다. 전세의 경우 보증금 6억5000만원인 아파트의 중개 수수료는 현재 최대 520만원에서 235만원으로 절반 이하(45%)가 된다.
하지만 정작 매매가격 9억원 미만인 아파트에서는 중개 수수료가 오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매매가격이 2억~6억 원인 경우 수수료율이 0.4%에서 0.5%로 오른다. 매매가격 6억~9억원은 수수료율이 0.5%에서 0.6%로 높아진다. 예컨대 5억9000만원인 아파트를 매매한다면 중개 보수가 295만원으로 기존 236만원보다 59만원 늘어난다.
지난해 전국 아파트 중 9억원 미만 거래량은 81만3840건으로 전국 거래량의 95.2%를 차지했다. 고가 주택 거래자들의 수수료 부담은 줄어드는 대신 중저가 주택 거래자들의 부담이 증가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권익위 관계자는 “9억원대 구간에서 요율이 급격하게 오르는 것을 조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권익위는 그밖에도 ▲3안으로 거래금액과 상관없이 단일요율제 또는 단일정액제 적용 ▲매매임대 구분 없이 0.3~0.9% 범위 내에서 중개사가 의뢰인과 협의해 중개보수 결정하는 등의 권고안을 제시했다. 권익위는 자체조사 결과 4개 제안 중 2안이 가장 지지가 높았다고 발표했다.
■ 공인중개사들도 반대…“고가주택 거래 빈번하지 않아 요율 높여야”
소비자도 불만이지만, 공인중개사들 역시 권익위의 개편안에 불만이 높다. 한국공인중개협회 관계자는 “지역마다 중개사들이 중개하는 매물의 형태, 가격대가 모두 천차만별이고, 서비스도 다른데 주택 가격만을 기준으로 요율을 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역별, 경영 상황을 고려한 요율체계를 도입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고가주택으로 갈수록 요율이 낮아지는 부분도 불만이다. 서울 강남구의 A공인중개사는 “소비자들도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겠지만, 공인중개사들이 어차피 기존에 0.9%조차도 다 받지 못하고 어쩔 땐 금일봉의 형태로 본인들이 생각하는 금액을 담아 봉투만 놓고 가기도 한다”며 “고가주택일수록 거래 빈도도 낮기 때문에 공인중개사 입장에서도 요율을 높이고 거래빈도가 많은 중저가 아파트 요율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주택 가격이 급등해 서울에선 아파트 평균 가격이 9억원을 훌쩍 넘어선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9억 이상 부동산에 대해 수수료 요율을 높일 경우 소비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9억원 이상은 고가주택’이라는 것은 정부가 세금을 더 걷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된 상황이다.
또한 권익위는 이번 중개수수료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며, 거래가 성사되지 않더라도 집을 보여주는 등의 업무에 대해 공인중개사에 수고비를 지급하는 근거를 마련하도록 권고했다. 소비자들 입장에선 “중개사가 자신이 원하는 집과 전혀 다른 집을 보여주는 경우도 많은데, 허탕치고 수고비만 내는 일이 생길 것 같다”는 비판이 나온다.
중개사들도 수고비 도입에 대해선 시기상조라는 반응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수고비를 도입하려면 중개의뢰를 할 때 어떤 방식으로 할지 등을 담은 중개의뢰 계약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예를들어 고객이 방3개에 베란다가 딸린 집을 보여달라고 요청한다면 이를 중개의뢰 계약서에 명시해 계약서대로 중개하고 적정 수고비를 책정해야 갈등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25일 국토부는 다양한 의견수렴을 위해 국토부 주관으로 ‘중개보수 및 중개서비스 개선 TF’를 가동했다. 권익위가 제시한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국토부는 3월 초 연구용역을 착수해 실태조사와 국민서비스만족도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6~7월 중으로 최종 개선안을 확정하겠다는 목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경영과 교수)은 “국토교통부가 너무 세세하게 정하지 말고, 지자체가 조례로 각자 사정에 맞게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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