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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 몰린 文정부, 결국 택한 건 'MB표 정책'

뉴스 장귀용 기자
입력 2021.02.25 04:07
[땅집고] 홍남기 경제부총리(왼쪽)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4일 주택공급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땅집고] 집값 폭등으로 궁지에 몰린 문재인 정부가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했던 경기도 광명시흥 보금자리주택지구를 3기 신도시로 지정했다. 서울 강북에선 재개발 사업을 공공이 직접 진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지역 대부분은 공교롭게도 과거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뉴타운으로 지정됐다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해제했던 곳이다. 이 때문에 4년 동안 부동산 정책 실패로 주택 시장을 초토화시킨 문재인 정부가 갑자기 공급 확대 정책으로 전환하면서 이명박 정부 시절의 정책을 다시 따라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MB시절 추진한 광명시흥, 결국 3기신도시로 지정

정부는 24일 신규 공공택지 개발지를 1차 발표하며 광명시흥지구(7만 가구)를 3기 신도시로 조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보금자리주택지구 계획을 다시 꺼내든 것이다. 광명시흥은 2010년 보금자리주택 예정지구로 지정됐으나 2015년 주민 반대 등으로 해제됐다. 광명시흥지구는 1271만㎡로 3기 신도시 중 최대 규모다.

국토부는 2분기 내에 신규 택지를 2차로 발표할 예정이다. 역시 옛 보금자리주택지구였던 하남감북(267만㎡)도 차후 신규 공공택지 발표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수도권에 계획한 주택 공급 물량을 확보하려면 아직 11만 가구나 남았지만 위치나 규모 면에서 하남감북지구 외에 마땅한 후보지가 없다는 분석이다.

[땅집고] 지난해 12월6일 찾은 서울 창신·숭의지구. 차량이 지나가기 어려울 만큼 도로가 좁은 곳이 많다. 창신·숭의지구는 도시재생 1호 사업지다. /조선DB


이명박 정부는 당시 두 지역에 택지개발을 추진했다. 하지만 집값이 하락하고 주택 거래가 급감한 상황에서 대규모 공급이 되면 집값이 폭락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자 결국 지구 지정이 해제됐다. 또 다른 공공택지 유력 후보지로는 김포 고촌읍 일대가 꼽힌다. 이곳도 주민 반대 끝에 지구지정이 되지는 못했었지만,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이 유력했던 곳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4년 내내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고 우기다가 어쩔 수 없이 공급 확대로 정책을 180도 바꿨다”며 “공급을 확대하려다 보니 공무원들이 서랍에 넣어 두었던 MB정부 시절의 대규모 택지지구를 대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땅집고] 이명박 정부때 보금자리주택예정지구로 지정됐다가 해제된 광명·시흥지구. /조선DB


■ 뉴타운 해제지역, 공공직접 개발 후보지로 부상

문재인 정부가 공급 확대의 또 다른 방안으로 제시한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 후보지는 대략 222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들은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뉴타운으로 지정됐던 곳이 다수 포함돼 있을 것이 확실시된다. 현재 장위뉴타운 내 미개발 구역을 비롯해 ▲상계뉴타운3구역 ▲정릉3구역 ▲제기7구역 ▲정릉3구역 등이 공공직접 개발 유력 후보지로 거론된다. 뉴타운으로 지정됐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와 주민 반대에 부딪쳐 난항을 겪다가 일몰제한에 걸리면서 지구지정이 해제된 곳들이 다수다.

[땅집고] 2019년 4월 방문한 서울 성북구 길음뉴타운. 무허가 판자촌이 밀집해 있던 지역이지만, 뉴타운사업을 진행해 1만5000여가구의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했다. /김리영 기자


뉴타운 사업은 오래된 낙후지역을 재개발해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인 2002년 길음‧은평‧왕십리 지구를 뉴타운 시범지구로 지정하면서 시작됐다. 보금자리주택사업은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총 10년간, 150만 채의 집을 공공분양과 공공임대로 나눠서 공급하는 정책이었다. 공공분양의 개념이 사실상 처음으로 등장한 정책이다.

뉴타운으로 지정됐다가 사업이 완료된 지역은 비 강남권에서 주택 시장을 주도하는 지역이 됐다. 시범사업지였던 길음뉴타운은 12개 단지에 아파트 1만5000여가구가 들어서면서 서울 강북의 대표 주거지로 떠올랐다. 은평구의 수색증산뉴타운 지역도 분양 당시 역대 최고 평균경쟁률을 기록하면서 완판됐다. 강북의 대표 부촌 중 하나가 된 ‘마래푸’(마포래미안푸르지오)도 아현뉴타운에 속해 있었다. 현재 마래푸는 매매가격이 21억원을 돌파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치적 지향점과 관계없이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을 추진하는 이상 선택지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책의 이름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바뀔 수 있지만, 결국은 공급 확대를 위한 방안은 정해져 있다보니 비슷한 정책이 나올 수 밖에 없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도 과거 정부에서 사업이 추진됐다가 중단된 곳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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