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국토교통부가 경기 성남시 서현동 110번지 일대에 조성하는 성남서현 공공택지지구가 법원의 지구지정 취소 판결로 개발 무산 위기에 놓였다. 국토부가 멸종위기종인 맹꽁이 서식지를 고려하지 않고 지구 지정한 탓이다. 이번 판결로 국토부가 이 일대에 지으려던 공공주택 2500여가구가 공급 취소될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행정법원은 이달 10일 서현동 주민 536명이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제기한 공공주택지구 지정 취소 행정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성남서현 공공주택지구는 국토부가 2017년 발표한 신혼희망타운 대상지다. 총 24만7000 ㎡규모로 기존 택지 3만 가구를 비롯해 인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등 신규 택지를 개발해 4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국토부는 당초 이 곳에 신혼희망타운 1000여가구와 행복주택 1500여가구 등 공공주택 총 2500가구를 지으려고 했으나 2019년 7월 주민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사업이 전면 중단됐다.

법원은 전략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토대로 지구지정해야 하는 국토부가 해당 지구에 맹꽁이(멸종위기야생동물 2급)가 서식하는 것을 확인했는데도 보호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공공주택지구를 지정했다고 봤다. 판결문에 따르면 맹꽁이는 장마철 건조하지 않은 물웅덩이 등에서만 발견되지만 국토부가 세 차례 현지조사 중 한 번만 우기에 조사했고, 그나마도 비가 오지 않는 시간대에 평가했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조사 결과 이 지역에 맹꽁이가 5마리 있다고 봤지만, 주민들이 별도 실시한 정밀조사에서는 하루에만 총 125마리가 확인되면서 부실조사 논란이 일었다. 이어 법원은 맹꽁이 서식지가 지구 전역에 퍼져있기 때문에, 지구 일부만 생태공원으로 지정해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힘들다고 봤다.

국토부는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으며, 지구 지정 취소를 일시적으로 중단해달라는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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