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 강남권 주거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경부고속도로(서울 한남 IC~양재 IC 구간) 지하화가 오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여야 후보들이 한목소리로 경부고속도로를 지하화하고 상부에 아파트 등 주택과 공원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누가 승자가 됐든 시장 선거가 끝나면 사업 논의가 본격화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지난 9일 “한남대교 부근에서 양재까지 10만평(약 33만㎡) 규모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를 통해 최대 8000가구 규모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 측은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로 만들어지는 지상 공간 중 5만 평은 공원 부지로 활용한다. 나머지 5만 평은 등대모양 수직정원과 함께 주택이 들어간다. 박 후보는 “수직정원 주거형태에 몇 가구가 공급될지는 주택 크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략 평균 5000~8000가구는 충분히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용은 정부에서 추진 중인 토지임대부 방식 공공분양으로 충당하겠다는 구상이다. 토지 100년 임대에 건축비 등을 포함해 1평(3.3㎡)당 1000만원대에 분양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토지임대부 공공분양은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그 위에 지어진 주택만 분양하는 방식이다. 박 후보는 “주택은 전용 45~83㎡로 한 채당 2억~2억5000만원 정도에 분양할 수 있다”고 했다.
박 후보에 앞서 서초구청장 시절부터 일찌감치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를 주장했던 조은희 국민의힘 예비 후보 역시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조 후보는 해당 구간을 2층 지하도로로 만들면 지상에 56만㎡ 규모의 개발 가능한 땅이 생겨 상업·문화시설과 아파트 1만5000여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고 했다.
조 후보는 박 후보 공약발표 후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은 제가 10년 전부터 주장한 것으로 박 후보가 공약을 표절한 것”이라면서 “(경부고속도로 지하화)사업을 통해 교통, 환경, 주택, 비용 문제를 원샷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부고속도로는 서울 주택 시장의 핵심인 강남구와 서초구 주요 지역을 동서로 양분하고 있을 뿐 아니라, 주변 지역에 소음·공해 민원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일찌감치 지하화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계기로 구체적 성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여야 주요 후보가 동시에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를 선거 공약으로 내세운 것은 사실상 처음인데다, 현재 부동산 시장 최대 이슈인 주택 공급을 위한 택지 확보라는 측면에서 필요성이 과거보다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재원 조달 방식과 사회적 합의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여야 후보들이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공사비가 예상보다 크게 증가할 수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하 공사는 지상 공사에 비해 비용이 비교가 안 될 만큼 많이 들어간다. 일부 구간을 지하화했던 서부간선도로의 경우 비용을 조달하기 힘들어 민자사업 논의까지 나왔던 전례가 있다”며 “게다가 강남 지역 집값을 자극할 수 있는 계획이어서 인허가권을 가진 정부가 쉽게 허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예비후보와 나경원 국민의힘 예비후보도 각각 강북철도지역 지하화와 동부간선도로, 서부간선도로를 지하화해 문화공간을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해 향후 지하 공간 개발이 활기를 띨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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