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공공’이란 글자에 태생적으로 거부감이 있다. 아무리 인센티브를 줘도 자기 아파트를 공공에 통째로 넘겨주는 데 동의할 가능성은 없다.”
정부가 ‘2·4 공급대책’을 통해 새로 도입한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과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지구’ 등 ‘공공 주도 정비사업’의 사업 방식을 놓고 재건축·재개발 예비 사업지들의 반감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강남권 주민들 사이에서는 소유권을 공공에 넘기는 방식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조합 관계자 A씨는 직접시행 정비사업에 대해 “적어도 강남에서는 이미 실패한 공공 재건축보다도 참여가 저조할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 “자체적으로 가능한데 공공에 사업권 넘기겠나”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과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지구’(공기업 주도형)은 모두 공기업이 정비사업의 단독 시행자가 돼 조합원들의 땅을 수용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토지주들의 조합이 주체가 됐던 기존 재건축·재개발(관리처분 방식 정비사업)보다는 오히려 토지 수용과 환지 방식으로 진행하는 기존 공공택지 개발과 더 비슷한 것으로 평가된다.
개발을 이끄는 LH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기관은 기존 토지·주택 등 소유자로부터 현물로 선납 받고, 사업 완료 후 개발한 아파트를 70~80%의 아파트를 공공 분양한다. 여기에 기존 소유자들에 대한 우선공급 분량이 포함돼 있다. 아파트 분양에 따른 추가 분담금이나 추가 개발 이익이 발생하더라도 모두 공공기관이 책임지거나 소유하게 된다.
특히 강남권 재건축 조합을 중심으로 자체 재건축을 추진해왔던 단지들은 이처럼 공공기관에 모든 사업 주도권을 넘기는 점에 대해 불만을 보인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조합 관계자는 “대다수 주민은 공공이 직접 시행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며 “이미 사업성이 충분한데 굳이 공공에 맡겨 고급 아파트 이미지를 훼손하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공공재개발 참여 의사를 철회한 동작구 흑석2구역 역시 공공직접시행 방식을 고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아파트 이진식 추진위원장은 “대책 발표 이후 토지 등 소유자들이 이건 절대로 하면 안 된다고 계속 연락해온다. 공공직접시행은 소유자가 공공에 땅을 내놓아야 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달라 공공재개발보다도 반감이 더 크다”고 말했다.
잠실 주공5단지나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19차 등 주요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공공직접시행 방식에 대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다. 그러나 상당수 주민들의 반감이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구 B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공공 직접 시행의 경우 시공사 선정 외에 단지 배치·고급화 설계 등을 모두 공공에서 결정한다는 부분에 반감이 크다”며 “강남 아파트 소유자들은 시간이 더 걸리고 돈을 더 들이더라도 좋은 자재로 고급 아파트를 짓겠다는 생각이 강해 공공 주도 재건축을 반가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사업성 떨어지는 소규모 단지들만 줄줄이 신청할 가능성”
반면 자체적으로 사업 추진이 어려웠던 서울 강북이나 외곽의 단지, 나홀로 단지 등 소규모 단지들에서는 공공 주도 정비사업이 인기를 끌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공공재개발을 추진 중인 서울 성북5구역 모현숙 주민대표는 “우리는 빠른 시간 안에 주거환경 개선을 이루는 게 가장 중요한데, 이번 대책으로 빠른 사업 추진이 가능해지고, 정부가 수익성까지 보장한다고 하니 주민들이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사업성이 떨어지던 단지들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사업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에게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면제 말고는 딱히 공공재건축 대비 더 유리한 점이 마땅히 보이지 않아 강북 위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상혁 땅집고 기자 hsang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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