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공공정비 사업지되면 집 뺏긴다"…주택 거래 올스톱 우려

뉴스 전현희 기자
입력 2021.02.06 04:06
[땅집고] 지난 4일부터 인터넷 부동산커뮤니티에 공공정비 사업 예정지에 집을 가진 소유주들은 앞으로 집을 팔기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글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캡처


[땅집고] “다주택자여서 얼른 집을 팔아야 합니다. 그런데 공공재개발 예정 지역에 있는 집이어서 입주권도 안 주는 매물을 누가 사려고 하겠어요.”

정부가 지난 4일 발표한 공공주도 개발에서 발표일 이후 신규 매입자에게는 우선 공급권을 주지 않기로 한 것은 과도한 규제라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개발 방식만 확정했을 뿐 개발 대상지가 어디인지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 매입 당시 정비사업과 무관한 주택이었다 해도 발표일 이후 매입한 주택은 우선공급권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개발 사업 여부에 관계없이 자칫하면 전국 모든 주택 거래가 올스톱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2·4 공급대책’에서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과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지구’를 도입하면서, 이날 이후 매입한 아파트나 주택에 대해 우선 공급권을 주지 않고 현금 청산한다고 밝혔다. 4일 이후 매입한 주택 등 부동산이 공공 주도 개발에 포함되면 부동산을 강제 수용 당하면서 새로 짓는 아파트·상가 대신 기존 부동산 가치를 평가해 현금으로 정산받고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규제가 적용될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과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지구’ 대상지가 어디인지 현재로서는 전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은 기존·신규 정비구역이 대상이고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은 역세권, 준공업지역, 저층주거지에서 가능하다. 지금은 아무런 개발 계획이 없는 곳에서 부동산을 사더라도, 만약 공공주도 개발 사업지로 선정된다면 꼼짝없이 집을 수용당할 수 있는 것이다. 현금을 받더라도 새 집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손해가 막심하다.

[땅집고] 국토교통부는 지난 4일 이후 공공 직접시행 재개발·재건축이나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 구역에서 기존 부동산을 취득하면 주택이나 상가의 우선공급권을 받을 수 없다고 발표했다. /국토교통부


이번 조치로 당분간 전국 노후 지역 부동산 거래가 크게 위축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어느 지역에서 공공 정비사업을 할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수요자들이 섣불리 거래 나서기 어려운 탓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아직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구역이 어디인지 지정되지 않아 현금 청산 여부를 전혀 알 수가 없다”며 “정부가 사업지구를 지정하기 전까지는 섣불리 거래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국토교통부도 이런 사실을 인정했지만, 거래 위축을 감수하더라도 기존 정책을 그대로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이다. 장우철 국토부 주택정책과장은 “그동안 공공재개발 등 정부 주도 공공 사업을 개발 호재로 받아들여 손바뀜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올랐고, 이 때문에 사업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해 왔다”며 “이런 일을 막고 기존 주택 소유주의 사업 진행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방책”이라고 했다. 그는 또 “일시적으로 거래가 위축되더라도 장기적으로 주택 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땅집고] 노후 빌라들이 빼곡하게 들어선 서울 관악구 난곡동 골목가. /전현희 기자


그러나 전문가들은 오히려 이런 규제가 정비 사업 발목을 잡는 역효과를 우려한다. 권 교수는 “만약 특정 지역에 빌라를 샀다가 뒤에 공공 정비사업이 시행되면 입주권을 받지 못하게 된 주민들은 사업에 찬성할 가능성이 낮다”며 “주민들이 끝까지 반대하면 결국 3분의 2 동의를 채우지 못해 사업이 무산되는 경우도 생길 것”이라고 했다.

주택 시장 양극화 심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공 정비사업 가능성이 높은 지역은 애초부터 낙후한 지역으로 사업성이 낮은만큼 이번 규제로 매수세가 아예 끊길 수 있어서다. 이런 지역은 공공 주도 개발이 무산되면 장기 슬럼화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공공 정비 가능성이 없는 새 아파트나 사업성이 좋은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에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심형석 미국 SWCU 교수는 “정부 의도와는 다르게 주택 시장이 공공 사업에 관심있는 지역과 없는 곳으로 양분됐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오히려 도심의 선호도 높은 아파트가 부각되면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더욱 몰릴 것”이라고 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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