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지난 1일 경기 안산시 상록구 본오동. 지하철 4호선 상록수역 출구를 나와 200m 정도 걸어 가니 ‘월드아파트’가 나왔다. 1988년 입주한 이 아파트는1070가구 규모다. 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앞에는 ‘상록수역 인근 아파트 없어요!’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무소 정종기 대표는 “매물이 실제로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얼마 전 지방에서 온 손님이 매물이 들어오면 바로 사겠다며 7시간을 기다리다 허탕치고 돌아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부터 안산시 상록구 4호선 상록수역 인근 집값이 폭등하고 있다. 가격이 저렴한 역 근처 아파트로 서울은 물론 지방 투자자까지 몰리면서 매물이 동났다. 집을 팔려고 내놨던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였고, 남아 있던 매물은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호가도 급등하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본오동 ‘월드 아파트’ 전용 44㎡의 경우 지난달 초까지 2억8000만 원이었다. 최근에 4억5000만 원 안팎까지 급등했다. 가격이 단기간에 급격히 오른 탓에 한두 달 전 해놓은 계약을 파기하는 매도자들도 속출했다.
원래 안산시 본오동 상록수역 일대 아파트 단지들은 반월공단과 10㎞ 떨어져 있는 공단 근로자들의 베드타운으로 자리잡았던 곳이다. 1988년~1996년 사이에 입주해 아파트가 다소 낡았다. 서울과의 접근성이 떨어져 있어 주거지로 선호도는 낮은 편이다. 집값도 저렴한 편이었다. 본오동에서 가장 비싼 월드 아파트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44㎡ 아파트가 2억3000만~2억8500만 원에 거래됐다.
■ ‘GTX-C 노선 들어온다’ 한마디에 재건축 호재까지
수도권 전체 주택 시장이 들썩거리는 사이에도 조용하기만 했던 상록수 일대 주택 시장이 들썩이는 첫번째 이유는 ‘GTX-C 열차가 금정역에서 노선을 바꿔 안산 상록수역에 정차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졌기 때문이다. 현재 금정역과 수원역을 잇는 구간에 이미 수도권 전철과 일반열차 등이 많아 GTX-C노선의 하루 최대 운행 횟수인 122회를 모두 운행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국토교통부는 수원역 방향으로 남행하는 GTX 열차 30여회는 금정역에서 4호선 노선을 따라 상록수역으로 방향을 바꿨다가 되돌아 나오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상록수역에 정차역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이런 상황에서 나왔다. 만약 GTX-C가 상록수역에 정차하면 서울 삼성역까지 20분이면 이동할 수 있게 되면서 서울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정부에서 이런 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상록수역 일대 주택시장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주택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잠잠했던 재건축 추진설도 돈다. 본오동에 밀집한 아파트 7개 단지는 지어진 지 25~30년 된 저층 아파트 단지다. 재건축을 하면 전체 규모가 8500가구의 대단지가 될 수 있다. 재건축 속도가 빠를 것이라고 예상하는 아파트의 투자 가치가 주목받으면서 외지로부터 투자자들이 대거 몰렸다는 것이 지역 중개사무소의 설명이다. 본오동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월드아파트는 오는 5월 안전진단을 진행할 예정인데 14개 동 전부 5층이라 재건축 수익성이 높을 것”이라며 “나머지 단지들은 현재 재건축 계획이 없지만, 전부 재건축 연한을 채웠기 때문에 GTX-C와 함께 재건축이 동시에 추진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고 말했다.
■ 아직 저렴한 집값도 매력…GTX-C 확정인 것처럼 보는 건 위험
상대적으로 저렴한 집값도 매수세에 불이 붙은 원인이다. 공시가격이 1억원 이하면 취득세 계산 때 주택으로 계산하지 않아 취득세 중과를 피할 수 있는데, 안산시 상록구 본오동 한양 아파트 일부 주택은 공시가격이 1억원 이하다. 한양파트의 경우 28㎡의 공시가격은 5100만원, 42㎡의 공시가격은 7300만원이다. 이 단지 인근 평화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한양아파트의 경우 수인분당선 사리역과 걸어서 5분 거리인 ‘역세권’ 아파트인 데다 공시가격 1억원 이하였기 때문에 GTX 발표 이전에도 이미 투자 수요가 몰렸다”며 “상록수역보다 상대적으로 서울과 멀리 떨어져 있는 4호선 중앙역 인근 신축 아파트(파크푸르지오) 59㎡ 현재 시세가 5억~5억6000만원이라 이를 따라갈 것으로 예상하는 심리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에 신규 택지로 공급할 지역이 별로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안산은 사실상 마지막 신규 주택 공급 잠재성을 지닌 지역이어서, 가격 상승세가 지속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홍춘욱 EAR 리서치 대표는 “안산은 신안산선·GTX 등이 들어서는 데다 오래된 주택이 밀집해 향후 신규 주택을 공급할 잠재성이 높은 지역”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상록수역 정차 여부를 확정한 것이 아니라 투자 리스크가 적지 않다. 국토교통부 철도국 관계자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 기본계획에 상록수역에서 회차하는 것까지는 반영돼 있는데 정차 여부는 확정된 바가 없다”며 “사업을 진행할 민간사업자가 정해지면 올해 말쯤 정차역이 결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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