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지난 25일 오후 7시30분쯤 서울 강서구 방화동 김포골드라인 김포공항역. 정거장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부터 발 디딜 틈 없이 인파가 몰렸다. 정거장에 내려가자 상황은 더 심각했다. 서 있을 공간조차 찾기 어려울 만큼 탑승을 기다리는 승객으로 가득했다. ‘앞뒤 승객 간 2m 간격을 지켜 줄을 서라’는 코로나 방역 수칙은 딴 세상 얘기였다. 3분 간격으로 2량짜리 열차가 도착했지만 승객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결국 10여 분을 더 기다려서야 열차에 올랐다.
열차 내부 역시 승객으로 가득 차 온몸이 짓눌리고 숨 쉴 공간조차 없었다. 한겨울임에도 사우나를 방불케할 만큼 땀이 났다. 승객 대부분은 휴대용 선풍기를 틀고 있었다. 김포에 산다는 양모씨는 “김포공항역에서 양촌역까지 40분 남짓 타고 가면 온몸이 땀범벅이 된다”고 했다.
서울 김포공항역과 경기 김포시 양촌역을 잇는 지하 경전철 ‘김포골드라인’은 출퇴근 시간이면 소위 지옥철로 변한다. 탑승객 수요 대비 열차 수용 인원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현재 2량인 객차를 늘려 편당 탑승 인원을 늘려달라는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하지만 김포시는 “배차간격을 좁히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며 손을 놓고 있다. 결국 설계 당시부터 수요를 턱없이 잘못 예측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 인구 증가 예측 엉터리…2량 경전철로 감당못해
김포골드라인은 김포시 양촌읍에 위치한 양촌역에서 김포시가지를 관통해 김포공항역까지 이어진다. 전철 1개 편성당 수용 가능 승객은 최대 300명(객차 1량당 150명)에 그친다. 일반 중전철 최대 수용인원(1600명)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이다. 몰려드는 이용객 수용에 턱없이 부족해 매일 출퇴근 시간에는 안전사고 가능성이 제기될 정도다. 수도권 도시철도 평균 이용객은 편성당 236명이지만, 김포골드라인은 400명을 훌쩍 넘는다. 출퇴근시간만 따지면 이 숫자는 몇 배로 늘어난다.
김포골드라인은 원래 서울지하철 9호선을 연장 노선으로 추진됐다. 김포시가 2011년 9월 경기도와 국토교통부에 9호선 연장사업을 자체 예산으로 추진하겠다는 확약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타당성 부족으로 9호선 연장 대신 지하 경전철로 최종 확정됐고, 이미 제출한 확약서 때문에 국비 지원을 받을 수도 없었다. 결국 예산을 줄이기 위해 기존 4량에서 2량으로 편성을 줄인 것이 지옥철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골드라인 계획 당시인 2012년 김포시 인구는 28만7000여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9년 43만7221명, 2020년 47만3970명으로 해마다 급증했다. 한강신도시를 비롯한 대규모 택지지구가 개발된 데다 서울 집값이 크게 치솟으면서 상대적으로 집값이 싼 김포시에 인구가 몰렸던 것. 애초부터 인구 증가를 감안하지 않은 엉터리 수요 예측이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 역사 확장은 불가능…GTX 유치에 사활
김포골드라인 혼잡 문제를 해결하려면 현재 편성당 2량에 불과한 객차를 늘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 경우 역사(驛舍)부터 확장해야 한다. 하지만 김포시는 지하 30~80m 대심도에 철도가 만들어진 탓에 역사 증축이 힘들다는 입장이다. 통상 일반 도시철도의 경우 지하 10m 정도에 철도가 개설된다. 김포시 관계자는 “증축 공사 시 비용이 많이 들고 퇴적층 암반지형으로 인해 공사가 어려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김포시는 대안으로 열차 편성을 늘려 배차 간격을 줄이고 있다. 객차 20대의 10편성 노선을 배차간격 3분으로 운영 중인데, 5편성을 더 늘려 배차간격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김포시는 다음달 10대의 차량을 추가 주문해 2024년까지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김포시 관계자는 “당장 출퇴근 혼잡으로 인한 안전피해를 막기 위해 역내 에스컬레이터도 추가 설치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포시는 추가적인 교통수단을 도입해 김포골드라인 수요를 분산시키겠다는 전략도 구상 중이다. 이를 위해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 D노선 유치와 서울 지하철 5호선 연장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GTX-D노선이 유치되면 현재 김포골드라인 구래역을 이용하는 김포한강신도시 이용객 상당수가 분산될 수 있다. 5호선 연장사업으로 검단신도시와 풍무지구 교통망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김포시를 관통하는 버스전용차로를 만들어 9호선 김포공항역까지 운행하는 버스노선도 구상 중이다.
하지만 서울과 경기도, 부천시 등 관련 지자체와 국토부가 김포시 계획에 협조할지는 미지수다. 김포시 관계자는 “GTX-D노선 유치와 5호선 연장, 버스노선 신설을 위해 주변 지자체나 국토부와 지속적으로 협의를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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