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목동 재건축 전담팀 떴다…주민들 "선거철 되니 '쇼'한다"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1.01.26 04:20

[땅집고]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몰려 있는 서울 양천구가 지난 18일 ‘목동 재건축 전담팀’을 만들었다. 지자체가 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전담팀까지 만든 건 보기 드문 일이다. 양천구는 “목동 신시가지 내 14개 단지 재건축 사업을 적극 지원하겠다”면서 “적어도 10년 후 신도시에 버금가는 새로운 주거타운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땅집고]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가운데 유일하게 안전진단 문턱을 넘은 목동신시가지 6단지 아파트. /조선DB


이 같은 양천구 계획에 주민들은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중앙 정부와 서울시가 재건축을 막고 있는데 구청에 전담팀이 생긴다고 크게 바뀔 것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재 목동 아파트들은 재건축 안전진단에 줄줄이 발목이 잡혀 있다. 이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선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단체장이 있는 양천구청이 표를 잡기 위해 들고 나온 ‘립서비스’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구청이 무슨 수로…정부가 규제 풀어달라”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는 1980년대 서울 양천구 목동과 신정동 일대에 건설된 아파트 단지다. 총 14개 단지에 392개동, 총 2만6629가구 규모다. 현재 재건축을 위한 첫 단추인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이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를 받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안에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땅집고]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위치. /김리영 기자


목동 재건축 전담팀은 앞으로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재건축을 단계별로 지원해 재건축 사업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특정 단지 대상으로 재건축 전담팀을 구성하는 것은 양천구가 처음이다. 전담팀에서는 주민에게 정확한 재건축 정보를 제공하고 관련 절차를 안내하는 등 적극적인 행정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양천구청 관계자는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가 재건축하면 현재 2배인 5만여 가구가 들어와 인구 10만명 이상이 거주할 수 있다”며 “10년 안에 목동 재건축을 완료해 신도시처럼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목동 전담팀이 꾸려져도 아파트 재건축 사업 속도를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우선 재건축 인·허가에 필요한 권한은 대부분 서울시와 중앙 정부가 틀어쥐고 있다. 목동 전담팀 관계자는 “국가의 정책적인 기조에 따라 재건축 시장 규제가 작동하기 때문에, 이에 대해 기초 지자체가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너무 작다”고 했다. 그는 이어 “목동 재건축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조차 서울시에 상정이 안돼 시의원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다”며 “안전진단에서 조건부 판정을 받아도 재건축을 허용해 주면 좋은데 또 다시 정밀안전진단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주민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땅집고] 지난해 10월 목동 신시가지 11단지 아파트 외벽에 재건축을 허용해 달라는 초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독자 제공


현 정부와 서울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부동산 가격 불안을 우려해 재건축을 반대하고 있고, 각종 규제와 정책을 통해 재건축 사업 추진을 틀어막고 있다. 양천구청장과 지역구 국회의원도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목동 전담팀’을 일종의 ‘쇼’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목동의 한 주민은 “구청이 보궐선거 앞두고 표심을 얻기 위해 보여주기로 팀을 만든 것 아니겠느냐”며 “현 정부 내에선 목동 재건축이 한발짝도 나가지 못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고 했다.

■ “집값은 최고가 속출하는데…이번 정부에선 어렵다”

목동 재건축 사업은 지지부진하지만 아파트값은 연일 강세다. 현재 재건축 대상인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는 올 들어 대부분 신고가를 경신했다. 목동 신시가지7단지 59㎡(이하 전용면적)는 지난 9일 15억9500만원(3층)에 팔렸다. 목동에서 60㎡ 이하 소형 아파트가 15억원 이상에 거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직전 거래는 작년 7월로 14억9500만원이었다. 6개월만에 1억원이 올라 15억원을 넘어섰다.

[땅집고]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신고가 추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하지만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과는 별개로 목동 재건축 진행이 속도를 보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은 지 50년이 다 되어 가는 여의도 아파트도 정부가 각종 규제를 동원해 재건축을 막고 있는데, 양천구가 팀 하나 만든다고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낼 것 같지는 않다”며 “지금 같은 규제가 지속되면 양천구청 계획처럼 10년 내에 신도시급 도시가 들어설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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