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빌라 반지하도 10억…공공재개발 투자가 위험한 이유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1.01.25 03:44

[땅집고] “나와 있던 매물은 전부 들어갔죠. 매물은 씨가 말랐는데 호가는 계속 올라요.”

지난 18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흑석2재개발구역에서 만난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이제는 반지하 빌라도 호가가 10억원에 달한다”고 머리를 가로저었다.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1가 양평 13·14구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중개업소마다 1~2건씩 나와있던 매물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두 지역은 지난 15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후보지로 선정됐다.

[땅집고] 최근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된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양평13구역' 일대에 축하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김리영 기자


최근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후보지에 선정된 8곳 모두 빌라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급기야 서울시가 오는 26일부터 8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실거주 목적이 아니면 집을 살 수 없도록 한 것. 공공재개발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고, 초과이익환수제 같은 부담금도 내지 않는 등 각종 인센티브가 많아 수익성이 높을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공재개발 실현 가능성이 아직까지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투자 대상으로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다소 가격이 높더라도 이미 조합설립인가를 마친 민간 재개발 사업지에 투자하는 편이 안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 사업성 분석 결과 주목…주민 동의율 확보 관건

공공재개발 사업의 경우 이제 겨우 첫 발을 뗀 것에 불과하다. 아직까지 넘어야 할 산이 수두룩하다는 지적이다. 당장 가장 큰 걸림돌이 주민 동의율이다. 이번에 시범사업의 경우 조합원 10% 동의만 확보해도 후보지 선정까지는 가능했다. 심지어 추진위원회가 구성됐다면 추진위원장 1인 권한으로 후보지 선정 단계까지 올 수 있었다.

[땅집고]공공재개발 후보지 선정 후 향후 일정. /국토교통부


하지만 지금부터 진짜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당장 오는 12월까지 사업시행자를 확정해야 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기업이 단독 시행자가 되려면 주민 3분의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공기업과 조합이 공동 사업으로 진행하려면 주민 2분의1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는 조합원 비례율이나 추정 분담금을 추정할 수 없기 때문에 막연히 잘 될 것이란 기대감이 많다. 하지만 정확한 사업성 분석 결과가 나오면 찬성한 주민들 생각이 바뀔 가능성도 농후하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공공재개발 공모에 신청한 사업지에서 주민 동의율이 50~70%를 넘긴 곳들이 많지만, 향후 공공 시행자 지정 때까지 이 같은 동의율이 그대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절대로 없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상가와 신축 빌라 소유자 반발은 어떻게?

상가 소유주 반발도 골칫거리다. 동작구 흑석2구역의 경우 상가 소유주 반대로 조합설립인가에 필요한 동의율 75%를 채우지 못 했기 때문이다. 흑석2구역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상가 활성화를 위한 동선을 짜고, 스카이라운지 개발을 검토하는 등 충분한 월세와 높은 수익 창출이 가능한 상가 활성화 방안을 구상해 상가 소유주의 찬성을 이끌어내겠다”고 했다.

[땅집고]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서울 동작구 흑석동 흑석2구역 일대. /흑석2구역 추진위원회


실제 2005년 흑석2구역에 지하 2층~지상 7층 상가를 매입한 서장훈씨의 경우 재개발에 따른 영업손실액이 최소 5억원에서 10억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공공재개발에는 소형 상가 소유자에게 주택을 대신 공급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이 정도만으로는 보상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공공재개발은 주민 과반수 동의만으로 사업 추진이 가능한 탓에 상가 소유주들이 법적 동의률 확보 문제를 제기하며 사업을 지연시킬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했다.

신축 빌라도 문제다. 조합원 권리산정일 이후 지은 신축 빌라 소유주들은 현금청산 대상이다. 상가 소유주와 함께 신축빌라 소유주가 사업 추진에 반대하면 공공재개발 사업은 아예 불가능할 수 있다. 재개발 지역에서 일정 시점 이후 가구 수를 늘려 신축한 다세대주택은 가구별 소유자에게 조합원 입주권을 주지 않는다. 이 시점을 권리산정일이라고 부른다. 공공 재개발은 공모공고일인 2020년 9월21일을 권리산정 기준일로 규정했다. 이날 이후 지은 신축 건물 소유자는 모두 청산 대상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연구소장은 “1차 후보지로 선정된 지역들은 노후도가 심각해 신축 빌라가 드문 만큼 권리산정일 문제로 청산되는 사례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다른 사업지 중 공공재개발 권리산정일에 대한 고려없이 신축 빌라가 들어선 지역이 많아 투자 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 “확정수익 보장제 계속 적용하는 건 불가능”

[땅집고] 공공재개발 사업 추진시 인센티브. /국토교통부


이른바 ‘확정수익 보장’ 제도 역시 논란이 되고 있다. 통상 재개발·재건축사업에서 관리처분인가 후 사업이 지연되는 등의 이유로 조합원 추가 분담금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공공재개발 방식에선 추가 분담금이 발생해도 LH·SH등 공공 시행자가 대신 짊어진다. 거꾸로 이익이 나면 조합이 가져갈 수도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공공 비용을 계속 투입할 수 없다는 점에서 70여 곳에 달하는 공공재개발 신청 지역들이 모두 선정되는 것이 원천적으로 어렵다”며 “차라리 민간 재개발 사업에도 공공 재개발 장점을 적용해 인허가를 빨리 해 속도를 높이는 것이 주택 공급 확대 차원에서는 더 효과적”이라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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