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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해석 뒤집혔다…법원 "임대료 5% 이상 올려도 돼"

뉴스 손희문 기자
입력 2021.01.21 14:52 수정 2021.01.22 10:16
[땅집고] 서울 마포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을 지나는 사람들./조선DB


[땅집고] 주택 임대 사업자가 전세 계약을 갱신하면서 이전 임대료의 5% 이상 올릴 수 있도록 한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내린 유권 해석과는 다른 판단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하면서 법 개정 전에 이뤄진 계약에 대해서도 전월세상한제, 즉 '5%룰'이 적용된다는 유권해석을 공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법원에서는 정부의 유권 해석을 뒤집는 해석이 나온 것이다.

20일 대한주택임대사업자협회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법원은 19일 기존 전세보증금 5억원에 3억원을 더한 8억원을 전세보증금으로 새로 정하겠다며 소송을 제기한 주택임대사업자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의 한 아파트를 보유한 A씨는 2018년 12월 세입자 B씨와 5억원에 전세 계약을 맺고 이듬해 1월 임대사업자로 등록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전세 만기를 맞아 세입자에게 재계약을 하려면 보증금을 3억원(60%) 높이겠다고 했지만 세입자는 ‘5% 인상’을 주장하며, 2500만원만 올릴 수 있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법원은 조정을 통해 A씨가 보증금 3억원을 올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A씨가 보증금을 60%(3억원) 올리겠다고 한 근거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민특법)이다. 이 법에 따르면 ▲2019년 10월 23일 이전에 등록 임대사업자로 신고했고, ▲등록 당시 존해하고 있던 임대차 계약이 있으면 그 임대차 계약이 종료된 후 재계약(갱신)시 적용되는 임대료를 임의대로 정할 수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임대차 계약을 갱신을 한다해도 5%룰을 적용받지 않고 최초의 계약으로 간주해 임대료를 원하는만큼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는 것이 A의 주장이었다.

반면, 정부는 지난해 7월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면서 새로운 법 시행 전 이뤄진 기존 계약에도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인 5%룰이 적용된다는 방침을 고수한다. 이때 등록 임대 사업자든 일반 임대인이든 모두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적용받는다는 것이 국토부의 법 해석이었다. A씨 경우에도 '임대료 인상률 상한 5%'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국토부의 입장이다. 이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민특법)'과 충돌하는 내용이어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에 대해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 들여 임대사업자 등록한 경우에는 계약을 갱신할 때 5% 이상으로 임의로 보증금을 올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정식 판결이 아닌 조정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를 축소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민감한 사안인 5% 룰이 깨진 결과가 나왔다는 점에서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 사업자에 대해서도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적용돼야 한다는 정부의 방침에는 변함이 없고 법제처도 그런 유권해석 결과를 내놓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법원의 조정은 법률 해석을 한 것이라기보다는 당사자간 합의를 한 성격이 크다"고 덧붙였다.

현재로선 법원이 어떤 취지로 5%룰을 깨는 조정안을 냈는지 확인되지 않는다. 조정은 법률적인 판단보다는 당사자간 합의를 통해 사건을 원만히 해결하는 절차이기에 정식 판결과는 성격이 다르다. 그러나 이와 관련된 내용은 임대차 시장에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정부의 해석이 법원의 판단으로 흔들리며 전국에 160만여 가구를 등록한 임대사업자(약 53만명) 사이에서 혼란도 커지고 있다. 당장 재계약을 앞둔 상황에서 집주인은 법원, 세입자는 정부의 해석을 주장한다면 갈등은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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