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하루 아침에 갑자기 전철 노선을 바꿔 버릴 수 있나요. 화도읍 주민들은 6호선 개통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게 말이 되나요? 노선 변경 결사 반대합니다.”
수도권 동북부의 대표적인 주거 밀집지로 꼽히는 경기 남양주시. 서울 중랑구와 강동구를 접하고 있지만, 지역 내 지하철 노선이 경춘선과 경의중앙선 2개뿐이어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주민들 불편이 컸다. 이들 노선이 광화문·강남 등 서울 주요지역을 지나지 않는 데다가, 배차간격이 일반 지하철보다 두 배 이상이어서 주민들의 불만이 많았던 것. 이 때문에 남양주 시민들은 2025년 개통 예정인 지하철 6호선 연장선만 손꼽아 기다려왔다. 6호선 연장선이 개통하면 남양주에서 신당·약수·공덕 등 서울 도심으로 환승 없이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6호선 연장 계획은 현재 종착역인 서울 신내역을 연장해 구리농수산물~다산~왕숙2~금곡~평내호평~천마산~마석까지 이어지는 노선이었다. 이 중 금곡~마석 구간은 기존 경춘선 노선을 활용하는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29일 남양주시가 이 노선을 포함한 제4차 광역교통시행계획 신규 광역철도 사업안을 경기도에 제출하면서, 신설역 일대 주민들의 기대감이 커졌다.
그런데 상황이 반전됐다. 약 한 달 만인 지난달 20일 남양주시가 6호선 연장선 노선 계획을 ‘변경’해서 사업안을 제출한 사실이 알려졌다. 새 노선은 신내역~구리농수산물~다산~왕숙2~와부읍을 지난다. 왕숙2역까지는 지금까지 알려졌던 것과 같지만, 경춘선 역을 활용해 짓기로 했던 노선(금곡~마석)이 전부 빠져버렸다. 대신 남쪽 경의중앙선을 따라 노선을 그동안 전혀 언급되지 않았던 와부읍으로 연결하는 계획으로 바뀌었다. 그러자 기존에 계획됐던 노선이 지나는 남양주시 화도읍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노선이 변경된 이유에 대해 남양주시 철도기획팀 관계자는 땅집고와의 통화에서 “GTX-B노선(송도~마석) 중 남양주를 지나는 구간이 경춘선(망우~마석)을 공용하는 것으로 확정되면서 경춘선 용량이 포화됐다. 이 때문에 6호선 연장선이 기존 계획대로 경춘선 선로를 공용하는 것이 불가능해져 노선을 변경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GTX-B노선이 확정되면서, GTX와 선로가 겹치는 기존 6호선 연장선 경제성(B/C)이 0.45에서 0.16으로 확 낮아진 탓도 있다. 반면 와부읍 쪽으로 향하는 새 노선은 (경제성이) 0.7로, 국가상위계획 반영 기준으로 충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했다.
이 소식을 접한 경춘선 금곡~마석역 일대 주민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로 바로 연결되는 새로운 역이 2025년 개통하는 것으로 믿고 기다려 왔는데, 순식간에 계획이 바뀐 것은 말도 안된다는 주장이다. 금곡~마석역 일대 주민들은 이달 6일 남양주시청 앞에 6호선 연장선 노선 변경을 규탄하는 근조화환을 세우고, ‘6호선 연장선을 원안대로 추진하라’는 내용의 국민청원과 시위를 이어나가고 있다.
반면 6호선 연장 노선에 ‘얻어 걸린’ 와부읍 주민들은 잔치 분위기다. 와부읍은 남양주 내에서 서울과 비교적 가까운 지역이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남양주시 곳곳에 택지지구가 개발하면서 교통정체가 심각해졌는데, 6호선 신설역이 생기면 서울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번지고 있다. 와부읍 덕소리 주민들은 온라인 지역 커뮤니티와 동네 곳곳에 ‘교통지옥 와부, 6호선 와부연결 환영’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두 지역간 갈등은 커지고 있지만, 남양주시는 노선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남양주시 철도기획팀 관계자는 “남양주에 6호선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노선을 와부읍 쪽으로 틀어야만 했다. 다만 현재 사업 초기 단계다보니 신설역 위치나 개수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확정된 바 없으며, 관련 기관들과 협의도 필요하다”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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