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품리포트] “GTX 뚫린다” 기대감에 펄펄 끓는 고양시 집값
[땅집고] “최근 일주일 사이 10억원 이하에 계약했던 전용 84㎡ 아파트 매매거래는 전부 취소됐습니다. 단지 주변에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A노선 창릉역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나오자, 매도자들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했죠. 앞으로 집값 뛸 걸 생각하면 차라리 위약금을 물어주는 게 이득이겠다 싶었던 거죠.”(경기 고양시 도내동 소나기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지난 18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지하철 3호선 원흥역. 출구를 나와 근처에서 버스를 타고 10분 정도 이동하니 ‘고양원흥동일스위트’(1392가구)가 나왔다. 2018년 입주한 신축 단지로 최근 확정된 GTX-A 노선 창릉역과 가장 가깝다.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지난달만 해도 이 아파트 전용 84㎡가 8억원 중후반대에 실거래됐는데, 창릉역 발표 후 11억원에 팔릴 만큼 집값 상승세가 무섭다”면서 “이제 10억원 이하 매물은 씨가 말랐다”고 입을 모았다.
새해들어 경기 고양시 집값이 펄펄 끓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토교통부가 3기신도시인 창릉지구 교통대책을 발표하면서 GTX-A노선 창릉역 신설 계획을 확정하자, 창릉역을 낀 덕양구 일대 아파트값이 치솟았다. GTX-A노선은 파주 운정에서 일산을 거쳐 서울역~삼성동으로 이어진다. 개통하면 서울 접근성이 대폭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 지하철 고양선(고양시청~서울 은평구 새절역)과 트램(식사지구~고양시청~대곡역) 등 일산 곳곳에 새 교통망 계획이 포함되면서 집값 상승세는 고양시 전역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실제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 고양시 집값 상승률은 0.68%로 전국 1위를 찍었다. KB부동산 시세 기준으로 봐도 고양시 집값 상승세가 가파르다. 전국에서 집값이 1% 이상 오른 지역을 꼽았더니 ▲일산동구 2.66% ▲덕양구 1.62% ▲일산서구 1.15%로 고양시 3개구(區)가 모두 해당했다.
■“GTX-A 들어온다”…일주일 만에 2억4000만원 뛰어
GTX-A노선 창릉역과 고양선 도래울역이 들어서는 고양 덕양구 도내동 일대(도래울마을) 집값 상승세가 눈에 띈다. 도래울마을은 보금자리주택지구로 2014년 입주했다. 신축 아파트가 많고 서울 은평구 수색뉴타운까지 직선거리로 5㎞에 불과한데 실제 서울 접근성은 떨어진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이 약 2㎞ 떨어진 3호선 원흥역. 걸어서 30분쯤 걸린다. 지난해 1월 도내동 84㎡ (이하 전용면적) 아파트 시세는 4억원 중반대에서 6억원 초반대에 그쳤다.
하지만 창릉역 개통이 확정되면서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창릉역 예정지로 꼽히는 덕양구 도내동 화랑사거리 인근 아파트 중심으로 집값이 폭등하기 시작한 것. ‘고양원흥동일스위트’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28일 이 아파트 84㎡는 8억6000만원에 팔렸는데, 이달 5일에는 11억원에 팔렸다. 일주일 만에 집값이 2억4000만원 뛰었다. 근처 ‘도래울파크뷰’ 84㎡도 지난달 25일 6억5000만원에서 이달 1일 8억1500만원으로 올랐다.
집값 상승 불길은 트램이 들어서는 일산동구까지 옮겨붙었다. 지난 10여년 동안 움직이지 않았던 식사동 집값이 심상치 않다. 트램을 이용하면 식사지구에서 GTX-A 대곡역까지 10분 만에 이동할 수 있어서다. GTX-A노선이 개통하면 대곡역에서 삼성역까지 16분 정도 걸릴 전망이다.
실제로 트램 신설역 근처에 있는 ‘일산자이위시티2단지’ 134㎡는 지난달 8억원에 팔렸는데, 이달 들어 8억5000만원, 8억6500만원 등에 팔리면서 줄줄이 신고가를 쓰고 있다. 지난해 11월 입주한 식사동 ‘식사자이2차’에는 분양가 대비 웃돈이 3억~5억원 정도 붙었다. 식사동의 자이해피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당초 식사동에는 경의중앙선 백마역으로 가는 경전철 개통이 계획됐다가 무산되면서 집값이 잠들어 있었다”면서 “트램 건설이 확정되자 서울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젊은 부부들도 많이 찾아온다”고 했다.
■ “서울 전세값이면 집 산다”…고양에 수요 몰려
전문가들은 지난해 7월 새 임대차법 시행 후 서울 전세금이 폭등한 것도 고양시 아파트 매수세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고 분석한다. 서울 전세보증금에 대출금을 조금 보태면 고양에서 내 집 마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박합수 KB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 전세수요가 경기도 고양·김포·파주처럼 주거 여건이 양호하고 집값이 저렴한 지역으로 쏠렸다”면서 “지난해 김포·파주가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면서 고양시에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지역 전세난 해소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고양 집값이 주변 지역과 이른바 ‘키 맞추기’를 할 때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김학렬 스마트튜브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최근 고양 집값이 무섭게 오르고 있지만, 아직 다른 수도권 주요 도시보다 싼 편”이라며 “강남 접근성을 대폭 높여주는 GTX-A 창릉역 근처 단지는 84㎡ 기준으로 실거래가 평균이 곧 10억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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