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문재인 정부 들어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세금 모두 ‘폭등’ 수준으로 오르면서, 실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다세대·연립주택)에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정부가 공공 재개발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일부 투자 수요까지 가세하면서 빌라 거래량과 가격 모두 치솟고 있다.
1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다세대·연립주택 매매 건수는 총 4620건으로 전월(4268건) 대비 8.2%(578건) 늘었다. 아직 실거래 신고 기간이 2주일 정도 남은 것을 감안하면 매매건수가 5000건을 돌파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올 들어 이달 15일까지만 보면 총 701건으로, 같은 기간 아파트 거래(363건)의 2배에 달한다. 통상 아파트 거래량이 빌라 거래량 대비 2~3배 많은 점을 감안하면, 최근 빌라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역별로 보면 은평구(493건)와 강서구(368건) 등 서울 외곽에서 빌라 거래량이 많았다. 교통이 편리하고 학군이 좋은 송파구(325건)와 양천구(305건)도 거래량이 많다.
빌라 투자 열기는 결국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르고 전세금도 큰 폭으로 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빌라 가격은 가파른 상승세다. 작년 7~12월 서울 연립주택 평균 매매가격은 2억9881만원에서 3억1946만원으로 2065만원 올랐다. 직전 2년치 상승액(2078만원)과 맞먹는다. 평균 전세금 역시 지난해 7월 2억26만원에서 12월 2억1641만원으로 1433만원 뛰었다.
아파트 투자가 막힌 것도 빌라 시장에 뜨거운 이유로 꼽힌다. 지난해 6·17대책으로 규제지역에서 3억원 이상 아파트는 전세자금 대출이 막혔지만, 다세대·연립주택은 규제 대상이 아니어서 전세 대출을 받아 이른바 갭투자가 가능한 것. 특히 정부가 공공재개발을 적극 추지하기로 하면서 빌라에 대한 투자자 관심은 더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 10월 공공재개발 시범 사업지 공모에 참여한 성북구 장위동 장위 8구역에선 지난해까지 1억5000만원에 실거래되던 빌라(대지지분 약 5평) 호가가 최근 3억6000만원까지 올랐다. 대지지분 10평 기준 단독주택 호가도 지난해 대비 배 이상 오른 3억원까지 치솟았다. 성북구 성북동 성북1구역의 한 다세대주택(전용 22.35㎡·대지지분 30.31㎡) 역시 지난해 2월까지만 해도 3억7000만원에 거래됐는데, 같은해 10월 이보다 6000만원 높은 4억300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김병건 뉴타운1번지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지난 5월 공공재개발 발표 이후 (빌라) 투자 문의가 슬금슬금 늘더니, 10월에 사업 신청 소식이 알려지면서 호가가 급등한 것”이라고 했다.
지난 15일 공공재개발 시범 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지역에서는 빌라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도 점쳐진다. ▲동작구 흑석2구역 ▲영등포구 양평13구역 ▲동대문구 용두1-6구역 ▲관악구 봉천13구역 ▲동대문구 신설1구역 ▲영등포구 양평14구역 ▲종로구 신문로2-12구역 ▲강북구 강북5구역 등 총 8곳이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이번에 선정된 공공재개발 구역 대부분이 역세권인 점이 눈에 띈다”면서 “정부가 앞으로 역세권 범위를 확대하고 용적률을 평균 150%에서 300~700%까지 높여서 고밀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점을 감안하면 투자 가치는 있다”라고 했다. /한상혁 땅집고 기자 hsang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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