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대형 호재 줄잇는 수서역세권, 유달리 집값이 잠잠한 이유

뉴스 장귀용 기자
입력 2021.01.11 04:11
[땅집고] 서울 지하철 3호선과 수인분당선, GTX-A(예정)가 지나고 SRT가 출발하는 수서역. /장귀용 기자


[땅집고] 지난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수서동. 지하철 3호선과 분당선, SRT(수서발 고속철도)가 만나는 수서역에서 내려 공영주차장 뒤쪽으로 돌아가니 무성하게 풀이 자란 수서역 복합개발 부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앞으로 SRT에서 내린 승객을 태우려는 택시들이 줄지어 있었다. 수서역 앞에서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A 노선과 SRT 수서역, 3호선과 분당선을 잇는 환승통로 공사가 한창이었다.

수서역에서 3분 정도 걸어가자 사거리 중심으로 지상 15층 규모 낡은 아파트 단지들이 나타났다. 60㎡(이하 전용면적) 기준 아파트값이 약 13억원선으로 인근 개포동 비슷한 크기 아파트의 60~70% 수준이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직원은 “SRT 개통 이후로 유동 인구가 늘어난 데다 GTX-A까지 추진되면서 투자자 문의는 꾸준하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좋다고 보지만 아무래도 재건축 가능성이 낮고 리모델링에 시간이 한참 필요해 아직은 관망세가 많다”고 말했다.

[땅집고] 수서역 복합개발 사업 조감도. /강남구청


서울 강남의 마지막 저평가 지역이라고 불리는 수서역 일대 각종 개발 사업이 속속 가시화하면서 외부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수서역은 이미 3호선과 분당선·SRT가 정차하고 남부순환로·동부간선도로·양재대로 등 교통망이 집중된 곳이다. 여기에 2023년쯤 개통이 예정된 GTX-A도 정차할 예정이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수서역 환승센터 개발 사업도 최근 민간투자자 모집에 나서면서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수서역 일대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 수익성이 떨어지고 리모델링을 추진하기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평가돼 집값 상승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사업자 모집에 나선 수서역 복합개발

수서역 일대는 교통 요지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했다. 강남구에 위치해 일원동·개포동 등 주요 개발 지역이 가깝지만 세곡동·자곡동·율현동처럼 강남에서도 변방 취급을 받았다. 오히려 광평교 건너편인 송파구 가락동과 문정동 일대는 대단지 아파트가 많은 데다 헬리오시티까지 들어서면서 집값이 올랐지만 수서역 일대는 가격 상승이 크지 않았다.

[땅집고] 수서역세권 아파트들은 현재 호가가 많이 오른 상태지만, 인근 강남구 개포동이나 송파구 문정동과 비교하면 가격이 낮다. /장귀용 기자


수서역 일대가 주목받게 된 계기는 GTX-A 노선이다. GTX-A는 파주~고양~서울역~삼성동~수서역~동탄까지 이어진다. 이 노선이 뚫리면 판교나 동탄신도시 일대 철도 수요가 서울역보다 접근성이 좋은 SRT로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GTX-A노선과 SRT가 서로 연계해 두 노선 모두 이용객이 증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수서역 일대 스카이라인을 바꿀 수서역 복합개발도 속도를 내면서 현지 부동산 시장의 기대감도 높아졌다. 수서역 복합개발은 3호선·분당선·SRT·GTX-A를 갈아탈 수 있는 환승센터와 함께 업무·상업 복합단지를 짓는 사업이다. 2011년부터 계획했지만 참여 기업이 없어 무산된 이후 코로나 사태 무기 연기됐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18일 개최한 사업설명회에 많은 기업이 참여하면서 탄력을 받고 있다. 롯데와 신세계, HDC 등 대형 유통업체와 신한리츠운용, 희림 등이 참여 의사를 보이고 있다. 철도공단은 환승센터 복합개발 사업에 대해 오는 4월21일까지 공모를 받을 계획이다.

■ 개발 호재에도 실거래 적어…재건축은 지지부진

수서역 일대 아파트는 1990년대 초 준공한 중층 단지가 대부분이다. 준공 연도는 오래됐지만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을 진행하기 어려운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각종 교통 호재도 불구하고 가격 상승 폭이 크지 않았다. 수서삼익 60㎡ 최고 실거래가는 13억원으로 같은 면적의 개포동 시세와 비교하면 70% 수준이다. 오히려 가락동 헬리오시티 준공 이후 가격이 오른 가락·문정동 일대 대단지보다 가격이 낮다.

[땅집고] 수서역 인근 수서신동아 아파트. /장귀용 기자


이 때문에 재건축 진행 여부가 집값 상승의 최대 관건으로 꼽힌다. 입주자들 사이에는 리모델링과 재건축에 대한 논의가 오가고 있다. 이 가운데 소형이 많은 수서신동아가 단위 면적당 가격이 가장 높고 수요자 관심도 많다. 수서신동아는 단지 전체면적이 수서동 일대에서 가장 넓고 재건축 추진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아직 재건축 가능연한인 준공 30년까지는 여유가 있어 물밑에서 사업 추진 논의가 오가는 수준이다.

다만 수서신동아는 가구수가 많은데다 용적률이 203%에 달해 대지지분이 작다는 단점이 있다. 수서신동아의 49㎡(21평형) 대지지분은 32.18㎡(9.73평)로 기존 재건축 단지의 동일 주택형이 통상 15평 정도의 대지지분을 갖는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 불과하다. 주차 환경도 열악하다. 소형 주택으로 이뤄져 가구 수는 1162가구에 이르지만 주차대수는 325대로 1가구당 0.27대다. 주거 환경이 불편해서 실거주하면서 재건축을 기다리는 것도 쉽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땅집고] 수서역세권에 위치한 수서삼익아파트(앞)과 수서한아름아파트(뒤). /장귀용 기자


수서삼익 아파트(645가구)도 수서신동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수서삼익은 용적률이 224%에 달해 사업성이 낮은 편이다. 이 때문에 수평 리모델링 방식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아름 아파트(1993년)도 용적률 249%, 건폐율 23%로 재건축은 사실상 어렵다는 평가다.

수서까치마을 아파트는 현재 수평 증축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다만 수서역까지 거리가 1.5㎞로 다소 멀고, 오히려 일원동과 개포동에 가깝다. 이 때문에 대치동 학원가나 학군을 고려한 실수요들은 수서까치마을에 관심을 갖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수서역 일대 아파트가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통해 새 아파트로 변신할 수 있을 경우 가치 상승 효과가 클 것으로 내다본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뾰족한 답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와 서울시가 재건축 활성화를 위한 용적률 상향 등 인센티브를 준다면 해법이 될 수 있지만 가능성은 낮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수서 일대는 강남권에서 가격이 가장 저렴한 곳 중 한 곳인 데다 교통망이 확충된 상태에서 향후 역세권 개발이 이뤄지면 가치 상승이 충분한 곳”이라며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긴 안목으로 투자한다면 좋은 투자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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